중증장애인 취업 지원 사업 전면 개편해야
2020년 01월 06일(월) 00:00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한 관계자는 새해 벽두부터 서울고용노동청 청장실 앞에서 중증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 및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여기에는 어느 장애인의 죽음이 관련돼 있다. 뇌병변 중증장애인인 설요한(25) 씨는 지난달 5일 여수에서 중증장애인의 취업을 돕는 ‘동료지원가’로 활동하던 중 ‘미안하다’라는 짧은 문자 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전장연은 설 씨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한다.

동료지원가로 활동하던 설 씨는 지난해 4월부터 매달 4명씩 모두 36명의 중증장애인 참여자를 찾아가 1명당 총 5차례씩 만남을 가졌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실적을 다 채우지 못한 뒤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자신의 임금 중 일부가 삭감되고, 센터 공금 중 일부가 사전 환수되는 등 동료들에게도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은 중증장애인인 ‘동료지원가’들이 같은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사업인데, 사업 수행 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해 월 최소 60시간 근무하면, 최대 월 66만 원을 지급받는다. 하지만 불편한 몸으로 일반인도 힘든 매달 4명의 상담을 5차례씩 진행하는 것은 무리다.

더군다나 할당된 업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임금 일부를 환수한다는 건 가혹한 일이다. 전장연 관계자가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 사업은 ‘죽음의 컨베이어벨트’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제 참여자 인원을 축소하고 상담 횟수를 조정하는 등 취업 지원 사업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예산을 확보, 중증장애인이 노동할 수 있는 수준의 현실적인 공공일자리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