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年辭-5·18 완전한 진상 규명으로 민주주의 바로 세우자
2020년 01월 02일(목) 00:00 가가
대망의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십이지(十二支)의 첫 번째 동물인 쥐의 해다. 쥐는 예로부터 다산과 풍요 그리고 지혜의 상징이었다. 그 부지런함과 총명함이 저성장, 저출산에 진영 갈등으로 시름겨운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활력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를 기원한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에는 참으로 사건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다.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였다.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이어 6월 북미 정상의 극적인 판문점 회동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비핵화 방식에서 일괄 타결의 ‘빅딜’을 선호하는 미국과 ‘단계적 합의·이행’을 원하는 북한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신무기를 잇달아 시험 발사했다. 양측이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 북핵 위기는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법안 처리를 놓고 1년 내내 극한 대치를 거듭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포함한 검찰개혁 법안 등이 그 대상이었다. 이들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고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여야는 폭력 사태를 빚으며 ‘동물 국회’를 다시 연출했다. 이로 인해 20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체를 갈라놓았다. 입시 특혜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에 대해 야당이 공세에 나서고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하면서 조국 사태는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불평등·불공정 구조는 젊은이들의 거센 분노를 유발했다. 이와 맞물려 서초동 ‘검찰 개혁 촉구’ 집회와 광화문 광장의 ‘조국 사퇴’ 집회가 경쟁적으로 열리기도 했다.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하자 시민들이 거리로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야는 타협과 조정은커녕 촛불과 태극기를 들고 격돌했다. 극심한 진영 갈등에 제도 정치가 실종되면서 대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봉착했다.
이처럼 어수선한 상황에서 새해를 맞이하지만 호남 지역민에게는 그 어느 해보다 각별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올해는 4·19 혁명 60주년이 되는 해이자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 광주는 1960년 전국 최초로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금남로 곡(哭) 민주주의 장송’ 시위에 나서 4·19 혁명의 방아쇠를 당겼다. 광주 3·15 의거와 4·19 혁명을 기리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그리고 4·19 정신을 이어받은 오월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봉화이자 이정표였다. 80년대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 및 촛불 혁명으로 이어지는 동력으로서 이 땅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5·18의 자랑스러운 역사에도 40돌을 가슴 벅차게 맞이할 수 없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5·18 진실 규명은 지난 책임자 처벌과 함께 지난 40년간 이 땅의 민주화운동을 이끌어 온 주요 의제였지만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 있다.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와 검찰 수사,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조사 등 네 차례의 조사에도 핵심 진실들은 아직도 짙은 어둠 속에 갇혀 있다. 5·18 직후부터 전두환·노태우 장권이 국방부와 보안사 등 국가 권력을 동원해 군 기록을 집요하게 왜곡·조작·폐기해 버렸고, 계엄군 지휘관 등 관련자들도 침묵의 카르텔 속에 거짓과 왜곡된 증언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부실 조사는 일부 극우 세력의 자양분이 되어 5·18을 왜곡·폄훼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전두환 회고록이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의 망언이 바로 그것이다.
다행히 지난 2017년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총탄 흔적 193개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분석 결과 5·18 당시 헬기 사격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진상 규명 요구가 다시 뜨겁게 타올랐다. 이는 특별법을 제정해 5·18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모아졌고 1년여의 논란 끝에 2018년 2월 ‘5·18 진상규명특별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특별법에 따라 진상 규명을 맡을 독립 기구인 5·18진상조사위원회 구성도 한국당의 위원 추천 지연으로 파행을 거듭하다 지난해 말에야 마무리됐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진상조사위는 핵심 의혹으로 남아 있는 발포 명령자와 헬기 사격, 집단학살 및 암매장, 인권 침해 등을 집중 조사하게 된다.
하지만 조사위의 진상 규명 활동에는 숱한 난관이 예상된다. 4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진 데다 군 기록들은 ‘가짜와의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탁이 되어 버렸고, 가해자 측의 협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 조사를 교훈 삼아 보다 치밀한 기법과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나 일본 등과의 외교문서, 정부 및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5·18 관련 자료들을 최대한 확보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 남아공 진실화해위원회의 과거사 청산 사례처럼 상부의 명령과 지시에 따른 가해자가 진심으로 죄를 고백하고 뉘우칠 경우 사면을 해 주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행방불명과 암매장의 경우 지난해 옛 광주교도소에서 기록에 없는 신원 미상의 유골 40여 구가 발견되면서 5·18과 관련성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5·18 행방불명자 신고는 242명에 달하지만 심사를 거쳐 관련자로 인정된 이는 84명. 그중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78명에 불과하다.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로 40년이 다 되도록 사라진 가족을 애타게 찾고 있는 유가족들의 한을 풀어 주어야 할 것이다.
5·18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은 2년이며 1년을 추가할 수 있다. 특별법은 진상 조사가 종료되면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가 공인하는 진상규명 보고서가 나오면 5월 역사 왜곡과 폄훼를 막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이번 조사는 5·18 진상 규명의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따라서 지역 정치권과 광주시, 5월 단체,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전방위적 지원 활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것이 오월의 역사를 바로 세워 ‘아무도 흔들 수 없는 5·18’을 만들고 민주주의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는 길이다.
올해는 또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한 해다. 오는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들을 뽑는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호남인들은 역대 선거에서 수준 높은 정치의식을 보여 주었고 예외 없이 시대정신을 잘 반영하는 정치 세력을 선택해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타’ 역할을 했다. 선거 때면 호남의 선택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번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선거 연령 만 18세 하향 조정 등 선거 제도 변화와 신당 창당 움직임 등 변수가 적지 않다. 하지만 호남 유권자들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리라 믿는다.
이제 지역 현안을 점검해 보자. 지난해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역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대형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을 확고히 다졌다. 광주시가 심혈을 기울여 온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엊그제 광주 글로벌모터스 공장 착공으로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인공지능(AI) 집적단지 조성이 국가 사업으로 확정됐고, 도시철도 2호선도 공사에 들어갔다. 전남도는 한전공대 유치에 이어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 지정으로 에너지 신산업 메카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올해는 이러한 사업들이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매진해야 할 때이다. 아울러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광주 군 공항 이전 사업 등은 시도가 상생과 동반 성장의 지혜를 발휘해 풀어야 하겠다.
광주일보는 올해로 창사 68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늘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정론을 펴며 지역민의 여론을 충실히 대변하고자 한다. 문화 창달과 지역 발전을 위한 비전 제시를 통해 광주·전남의 경쟁력을 키우고,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것이다. 새해 아침, 애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넘치기를 기원한다.
이처럼 어수선한 상황에서 새해를 맞이하지만 호남 지역민에게는 그 어느 해보다 각별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올해는 4·19 혁명 60주년이 되는 해이자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 광주는 1960년 전국 최초로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금남로 곡(哭) 민주주의 장송’ 시위에 나서 4·19 혁명의 방아쇠를 당겼다. 광주 3·15 의거와 4·19 혁명을 기리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그리고 4·19 정신을 이어받은 오월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봉화이자 이정표였다. 80년대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 및 촛불 혁명으로 이어지는 동력으로서 이 땅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5·18의 자랑스러운 역사에도 40돌을 가슴 벅차게 맞이할 수 없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5·18 진실 규명은 지난 책임자 처벌과 함께 지난 40년간 이 땅의 민주화운동을 이끌어 온 주요 의제였지만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 있다.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와 검찰 수사,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조사 등 네 차례의 조사에도 핵심 진실들은 아직도 짙은 어둠 속에 갇혀 있다. 5·18 직후부터 전두환·노태우 장권이 국방부와 보안사 등 국가 권력을 동원해 군 기록을 집요하게 왜곡·조작·폐기해 버렸고, 계엄군 지휘관 등 관련자들도 침묵의 카르텔 속에 거짓과 왜곡된 증언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부실 조사는 일부 극우 세력의 자양분이 되어 5·18을 왜곡·폄훼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전두환 회고록이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의 망언이 바로 그것이다.
다행히 지난 2017년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총탄 흔적 193개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분석 결과 5·18 당시 헬기 사격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진상 규명 요구가 다시 뜨겁게 타올랐다. 이는 특별법을 제정해 5·18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모아졌고 1년여의 논란 끝에 2018년 2월 ‘5·18 진상규명특별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특별법에 따라 진상 규명을 맡을 독립 기구인 5·18진상조사위원회 구성도 한국당의 위원 추천 지연으로 파행을 거듭하다 지난해 말에야 마무리됐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진상조사위는 핵심 의혹으로 남아 있는 발포 명령자와 헬기 사격, 집단학살 및 암매장, 인권 침해 등을 집중 조사하게 된다.
하지만 조사위의 진상 규명 활동에는 숱한 난관이 예상된다. 4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진 데다 군 기록들은 ‘가짜와의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탁이 되어 버렸고, 가해자 측의 협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 조사를 교훈 삼아 보다 치밀한 기법과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나 일본 등과의 외교문서, 정부 및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5·18 관련 자료들을 최대한 확보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 남아공 진실화해위원회의 과거사 청산 사례처럼 상부의 명령과 지시에 따른 가해자가 진심으로 죄를 고백하고 뉘우칠 경우 사면을 해 주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행방불명과 암매장의 경우 지난해 옛 광주교도소에서 기록에 없는 신원 미상의 유골 40여 구가 발견되면서 5·18과 관련성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5·18 행방불명자 신고는 242명에 달하지만 심사를 거쳐 관련자로 인정된 이는 84명. 그중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78명에 불과하다.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로 40년이 다 되도록 사라진 가족을 애타게 찾고 있는 유가족들의 한을 풀어 주어야 할 것이다.
5·18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은 2년이며 1년을 추가할 수 있다. 특별법은 진상 조사가 종료되면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가 공인하는 진상규명 보고서가 나오면 5월 역사 왜곡과 폄훼를 막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이번 조사는 5·18 진상 규명의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따라서 지역 정치권과 광주시, 5월 단체,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전방위적 지원 활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것이 오월의 역사를 바로 세워 ‘아무도 흔들 수 없는 5·18’을 만들고 민주주의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는 길이다.
올해는 또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한 해다. 오는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들을 뽑는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호남인들은 역대 선거에서 수준 높은 정치의식을 보여 주었고 예외 없이 시대정신을 잘 반영하는 정치 세력을 선택해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타’ 역할을 했다. 선거 때면 호남의 선택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번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선거 연령 만 18세 하향 조정 등 선거 제도 변화와 신당 창당 움직임 등 변수가 적지 않다. 하지만 호남 유권자들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리라 믿는다.
이제 지역 현안을 점검해 보자. 지난해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역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대형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을 확고히 다졌다. 광주시가 심혈을 기울여 온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엊그제 광주 글로벌모터스 공장 착공으로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인공지능(AI) 집적단지 조성이 국가 사업으로 확정됐고, 도시철도 2호선도 공사에 들어갔다. 전남도는 한전공대 유치에 이어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 지정으로 에너지 신산업 메카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올해는 이러한 사업들이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매진해야 할 때이다. 아울러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광주 군 공항 이전 사업 등은 시도가 상생과 동반 성장의 지혜를 발휘해 풀어야 하겠다.
광주일보는 올해로 창사 68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늘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정론을 펴며 지역민의 여론을 충실히 대변하고자 한다. 문화 창달과 지역 발전을 위한 비전 제시를 통해 광주·전남의 경쟁력을 키우고,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것이다. 새해 아침, 애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넘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