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 12월
2019년 12월 09일(월) 04:50
류시화 시인이 엮은 ‘인디언 연설문집-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2017)에는 서구 문명의 허구와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을 꼬집는 내용이 나온다. 인디언들은 총과 병균 등을 가지고 들어온 백인들에게 비록 삶의 터전을 빼앗겼지만, 전통과 문화를 잃지 않으려 몸부림쳤다. 시애틀 추장을 비롯해 여러 부족들이 남긴 연설문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

“내가 보기에 당신들의 삶에는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당신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들을 쫓듯이 부와 권력을 따라 뛰어다닌다. 그러나 손에 움켜잡는 순간 그것들은 힘없이 부서져 버린다. 당신들은 사랑을 말하지만 확실하지 않고, 약속을 말하지만 그것도 분명하지 않다. 당신들의 현재는 더없이 불안해 보이고, 마치 집 잃은 코요테가 이리저리 헤매는 것과 같다.”

12월도 초순이 다 지나가고 있다. 한 해가 지나가는 이맘때면 지난 1년을 되돌아보는 게 인지상정이다. 오늘 우리의 달력과 다르게 인디언들의 달력에는 사계의 풍경과 마음의 느낌이 담겨 있다. 그들은 1월을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 부른다. 12월은 부족마다 각기 ‘침묵하는 달’ ‘무소유의 달’ ‘존경하는 달’ 등으로 명명하는데, 여기에는 자연에 순응하면서도 내면을 들여다보는 지혜가 담겨 있다.

언젠들 다사다난하지 않았으랴만 2019년 또한 여느 해 못지않았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정치권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의 대립과 갈등, 질시와 반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유는 더 많이 갖기 위해, 더 많은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12월을 ‘침묵하는 달’ ‘무소유의 달’로 규정했던 인디언들이 오늘의 우리에게 던지는 말에 한 번쯤 귀 기울여 보자.

“당신들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조차 잊어버린 이상한 사람들이다. 당신들은 늘 생각에 이끌려 다니고, 남는 시간은 더 많은 재미를 찾아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자기를 돌아보는 침묵의 시간이 없다면 어찌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있는가. 어찌 어머니인 대자연의 품에서 태어난 자식이라 할 수 있는가.”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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