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디자인하다, 도시 경쟁력을 키우다
2019년 09월 19일(목) 04:50
도시 디자인, 행복한 도시 풍경의 완성 <1> 프롤로그
정부 ‘국가 공공디자인 진흥계획’ 추진…안전하고 편리하고 품격 있는 삶 목표
서울·영주·북유럽 등 성공사례 통해 광주 도시재생 공공디자인 방향성 모색

각 건물 외벽의 상단에 주소를 써넣은 서울시 성동구 ‘스카이라인 주소 안내 사인’

문화예술역으로 운영중인 서울 우이신설선 역사.




헬싱키 아모스 렉스 뮤지엄ⓒTuomas Uusiheimo/Visit Helsinki




헬싱키 아모스 렉스 뮤지엄ⓒTuomas Uusiheimo/Visit Helsinki




경북 영주시 노인복지관


지난 4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경북 영주시를 찾았다. 인구 11만명의 작은 도시 영주시는 공공건축물 디자인 개선 혁신 사례로 꼽히는 지역이다. 영주시는 지난 2009년 국내에서 최초로 총괄건축가 제도를 도입해 공공건축과 공간 환경 디자인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며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날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영주시 노인복지회관 등을 둘러본 이 총리는 영주시가 성공적으로 도입한 총괄건축가 제도를 전국으로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성동구 금호4가동 일대는 재개발이 유보된 저층 노후 주거지 밀집 지역이다. 지대가 높은 이곳은 주변에 상징적인 지형지물이나 상가 시설이 부족해 위급 상황이 발생할 때 본인이 있는 위치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서울시는 이곳에 범죄예방(생활 안심) 디자인을 입혀 문제를 해결했다. 각 건물 외벽의 상단에 주소를 써넣은 ‘스카이라인 주소 안내 사인’을 부착한 것이다.

이 디자인은 미국 환경경험디자인협회(SEGD·Society for Experiential Graphic Design)의 올해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에서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친 작품에 주는 최고상 실비아 해리스 어워드를 받았다.

덴마크 코펜하겐 외곽에 위치한 뇌레브로 지역은 빈민가다. 특히 19993년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면서 악명이 높아졌다. 가난한 외국인 이민자와 이주 노동자, 학생이 주 거주민인 이 지역은 시가 추진한 ‘수페르킬렌(Superkilen)’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 공동체 안으로 편입됐고, 사회 통합 공공 디자인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지난해 개관 후 핀란드의 핫 플레이스 자리잡은 미술관 ‘아모스 렉스’는 역사가 살아 있는 광장을 살리기 위해 지하로 들어갔고, 미술관 진입 역시 1930년대 지어진 건물을 통해 이뤄지도록 했다.

도시 이미지를 결정하는 ‘도시 디자인’은 이제 도시의 경쟁력이 됐다. 특히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공공 디자인은 도시 전체의 미적·기능적 가치를 높일 뿐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삶의 질까지 향상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정부는 공공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 ‘안전하고 편리하고 품격 있는 삶-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공공 디자인’을 비전으로 삼아 ‘국가 공공디자인 진흥계획’(2018~2022)을 추진중이다. 구체적 전략은 생활 안전을 위한 공공 디자인, 모든 이를 위한 공공디자인, 생활 편의를 더하는 공공 디자인 등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규모로 추진중인 도시 재생 사업 역시 도시 디자인의 커다란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의 도시 디자인은 어떨까. 2007년부터 디자인비엔날레를 개최하고, 2년전부터는 세계적인 전문가들을 초청해 ‘국제도시 디자인 포럼’을 개최하고는 있지만 아쉽게도 광주의 도시 디자인은 큰 점수를 주기 어렵다. 광주 하면 우후죽순 세워지고 있는 획일화된 아파트 풍경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일관된 도시 디자인 정책을 찾아보기 어려웠었다.

오는 20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2019 국제도시디자인포럼에서 ‘광주 공공디자인 현황과 진흥 계획 수립 방향’에 대해 발제하는 최성호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의 발표문에 따르면 광주시의 공공디자인(경관, 디자인, 브랜드) 총 사업 규모는 2016년과 2017년 인구 천명당 투여비가 평균 12억 8000만원으로 대구시나 울산시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광주시는 올해 도시 디자인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중이다. 처음으로 총괄건축가 제도를 도입하고 함인선 한양대 특임교수를 위촉했다. 건축·도시공간 정책수립 및 사업의 기획·발주에 대한 총괄조정 및 자문, 우수 공공건축물 건립을 위한 조정 및 자문 등의 미션을 부여받은 총괄 건축가는 최근 위촉된 된 24명의 공공 건축가와 함께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총괄 건축가는 또 광주시가 후세에 문화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는 공공건축물을 건립하겠다는 취지로 디자인이 우수한 공공건축물을 건립해 광주다운 도시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추진중인 ‘광주 아트폴리스 사업’도 맡아 진행한다. 첫 사업은 무등경기장 국민체육진흥센터와 구 인화학교 부지의 장애인수련시설이다.

올해 세계 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광주시와 광주디자인센터가 경기장 주변 16곳에 ‘국립공원 무등산의 형상’ 등 4가지 컨셉을 담은 버스정류장을 설치한 게 눈길을 끈다. 이 정류장은 반응이 좋아 북구청 등 지자체에서도 설치 요청을 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시는 또 현재 ‘공공디자인 진흥계획’ 용역을 진행중이며 올 말에 결과가 나오면 앞으로 공공 시설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번 시리즈는 공공디자인을 중심에 두고, 광주가 지향해야할 도시 디자인의 방향성을 모색해 보는 기획이다. 유네스코 선정 디자인 창의도시이자 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 선정 세계 디자인 수도인 서울시의 공공 디자인 정책을 알아보고 공공 건축물로 도시 이미지를 바꾼 경북 영주의 사례를 살펴본다. 또 역사가 깃든 폐간이역을 없애는 대신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대구시 사례에서도 교훈을 얻는다.

해외 취재로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지향하는 북유럽 3개국의 도시 디자인 현장을 찾아간다. 다양한 미술작품이 설치된 스웨덴의 전철 역사와 ‘도시 디자인’이라는 큰 그림을 통해 완성한 스웨덴 함마비 주택단지와 코펜하겐의 수페르킬렌(Superkilen) 등을 찾는다. 또 쓰레기통이나 거리 사인물 하나도 디자인적 요소를 놓치지 않는 북유럽의 생활 속 디자인도 소개할 예정이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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