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2019년 09월 06일(금) 04:50
“역사는 파괴하면 극복할 수 없다. 보존하고 보여 주어야 한다.” 독일 정부는 2006년 독일월드컵 주경기장에 나치 유물 전시장을 설치했다. 이곳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이 열렸던 곳으로, 관중들이 좌석으로 가기 전 각종 전시물을 보며 당시 히틀러가 어떻게 올림픽을 나치 체제 홍보 도구로 악용했는지 살펴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렇게 독일인들은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꾸준히 반성과 노력을 하고 있음을 세계인들에 알리고 있다.

유럽 스포츠에서 독일의 나치를 연상케 하는 행위는 절대 금기. 2014년 크로아티아 축구 대표 팀 수비수 시무니치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되자 경기장에서 마이크를 들고 나치식 경례와 함께 ‘조국을 위해!’라는 구호를 선창했다가 거액의 벌금을 물고 월드컵 무대에서 퇴출됐다. 또한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 예선 독일-체코전에서는 일부 독일 관중들이 ‘승리 만세!’라는 나치 구호를 외치자 화가 난 독일 축구 대표 팀 뢰브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심한 팬들에 매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독일의 수치다”라며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다.

2020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올림픽 기간 동안 경기장 내에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 사용을 허용하기로 해 아시아 국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아베 정부는 위안부나 강제 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 일말의 반성조차 하지 않은 채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 경기장을 전범기로 뒤덮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히틀러가 베를린올림픽을 나치 선전 도구로 활용한 것처럼 일본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극복과 군국주의 부활을 위해 ‘부흥 올림픽’을 꿈꾸고 있다.

문제는 IOC가 욱일기의 의미와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비틀즈 멤버 존 레넌의 아들 션 레넌은 “욱일기 티셔츠를 많이 입겠다”는 발언까지 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러나 사필귀정.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이 오히려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것처럼,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가 펄럭이면 이게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제대로 알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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