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박찬호 “내가 훔친건 타이밍”
올 시즌 도루 36개 1위 질주…2위보다 9개 앞서
김일권·이순철·이종범·김종국·이용규 이어 팀 도루왕 계보
“40 도루는 해야 안정권…가장 까다로운 투수는 차우찬”
2019년 09월 06일(금) 04:50
KIA 타이거즈의 박찬호가 대도(大盜) 계보를 잇는다.

‘호랑이 군단’은 알아주는 도루의 팀이다. 팀 통산 도루 1위 기록을 착실하게 경신하고 있고, 앞서 13차례나 도루왕을 배출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3년 연속 도루왕에 오른 김일권을 시작으로 서정환(1986년), 이순철(1988·1991·1992년), 이종범(1994·1996·1997·2003년), 김종국(2002년), 이용규(2012년)가 도루왕에 등극했다.

역대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도 타이거즈가 가지고 있다. 이종범이 1994시즌에 무려 84차례나 베이스를 훔쳤고, 이는 앞으로 KBO리그에서 가장 깨지긴 힘든 기록 중 하나로 꼽힌다.

리그에서도 알아주는 빠른 발 이대형도 2014시즌 타이거즈 통산 도루 기록에 22개를 더해줬고, 김주찬은 KIA 유니폼을 입은 2013년 23개에 이어 2014년 22개 도루로 9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2019시즌에는 생각지 못했던 박찬호가 뛰고 있다.

박찬호는 지난 4일 한화전에서 36번째 도루에 성공하며 1위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공동 2위인 고종욱(SK), 김하성(키움)의 27개보다 9개가 많다.

박찬호는 시즌 내내 ‘40도루’를 이야기하며 달려왔다. ‘40’은 박찬호가 예상한 1위 안정권 수치다. 앞서 지난 4년 도루왕은 삼성 박해민의 독차지였다. 하지만 2015시즌 60개를 시작으로 52-42-36개로 점점 개수가 줄었다.

최근 감소세를 고려해 박찬호는 40도루를 목표로 설정했다. 그리고 그의 계산대로 도루왕 레이스가 진행되는 모양새다.

박찬호는 앞선 타이거즈 도루왕들과는 조금 모습이 다르다. 스스로 “나는 빠른 선수가 아니다”고 말할 정도로 박찬호는 엄청난 스피드로 승부하는 유형은 아니다.

박찬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스타트와 타이밍이다. 상대 투수 스타일을 잘 분석해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스타트를 끊고, 넉넉하게 세이프 판정을 받고 있다. 올 시즌 박찬호의 도루 성공률은 87.8%(도루 실패 5)에 이른다.

박찬호는 “요즘 포수들이 너무 좋아서 달리기만으로는 뛸 수 없다”며 “우사인 볼트가 뛰어도 시간상으로 정타임으로 뛰면 다 죽을 것이다”고 웃었다.

그의 뒤에는 ‘도루왕 출신’ 김종국 코치의 노하우와 격려도 있다.

박찬호는 “계속 코치님이 떠 먹여주신다.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코치님하고 상대 투수 분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노력과 고민에도 박찬호의 발을 묶는 투수는 있다. LG 좌완 차우찬은 박찬호가 꼽는 가장 까다로운 투수다.

올 시즌 공인구 반발 계수 조정으로 ‘한 루’가 더 중요해진 만큼 박찬호의 도루 값어치는 높다. 타선 침체로 고전하던 KIA의 득점 공식 중 하나가 ‘박찬호의 출루와 도루’다.

박찬호는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 타자와의 승부 집중력을 떨어트리고, 변화구 구사에 제약을 두게 하면서 득점에 기여하고 있다.

실패와 부상이라는 위험요소까지 감안하고 뛰어야 하는 만큼 박찬호의 질주가 더 빛난다.

박찬호는 “연봉 고과 비중이 낮고 부상 위험도 있어서 점점 리그 도루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나 같은 애들이 뛰어야 한다. 그래야 팀이 강해지는 것이다”며 “타격이 부족한 만큼 도루로 역할을 하겠다. 꼭 도루왕에 오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여울 기자 w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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