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환상통 김혜순 지음
2019년 08월 16일(금) 04:50
몸으로 시를 쓰는 시인, ‘시하는’ 시인 김혜순이 올해로 등단 40돌을 맞았다. 김혜순이 전작 ‘죽음의 자서전’ 이후 3년 만에 13번째 시집 ‘날개환상통’을 펴냈다.

시인은 지난 2002년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문학동네)에서 “자신의 몸 안에서 뜨고 지면서 커지고 줄어드는 달처럼 죽고 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보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여성의 몸은 무한대의 프랙털 도형”이라 했던 시인은 자신의 시가 “프랙털 도형처럼 세상 속에 몸담고 세상을 읽는 방법을 가지길 바란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시인은 40년을 시를 쓰고 시와 벗하며 걸어왔다. 평론가 이광호는 김혜순의 9번째 시집 ‘당신의 첫’의 해설에서 “고유의 실존적 목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그 실존의 실체는 ‘늘 순환하는, 그러나 같은 도형은 절대로 그리지 않는’ 파동”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5부로 나뉘어진 이번 시집에는 총 72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시집 첫머리 ‘새의 시집’은 전체 작품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이 시집은 책은 아니지만/ 새하는 순서/ 그 순서의 기록// 신발을 벗고 난간 위에 올라서서/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리면/ 소매 속에서 깃털이 빠져나오는/ 내게서 새가 우는 날의 기록/ 새의 뺨을 만지며/ 새하는 날의 기록…”

‘새하는 순서’, ‘새하게’ 등의 표현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모호하다. 시인은 새의 실체를 재현하거나 해석하지 않는다. 이광호 평론가는 “‘새하다’는 참과 거짓, 진실과 허구 같은 경계를 넘어서는 수행적 사건”이라 해석한다.

<문학과지성사·9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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