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그림 생각’ (273) 감자
‘감자와 땅은 하나’ 황금빛으로 표현
2019년 07월 04일(목) 04:50

강요배 작 ‘감자’

“어느 집 담장을 넘어 달겨드는/ 이것은/ 치명적인 냄새/··· /어릴 적 질리도록 먹은 건 싫어하게 된다더니, 감자 삶는 냄새/ 이것은/ 치명적인 그리움···” <김선우 작 ‘감자 먹는 사람들’ 중에서>

요즘 감자가 참 맛있다. 시인과 달리 어릴 적 가끔 먹어서 그리움으로 더욱 좋아하게 된 것인지 퇴근 길 1t 트럭에서 판매하는 남작감자 1박스를 5000원에 사서 매일 쪄서 먹고 구워 먹고 강판에 갈아 감자전으로 먹고 있는 맛이 치명적이다. 포실포실 하얀 분이 가득한 남작감자를 감탄하면서 먹게 되는 것은 가난한 시절의 식량이 아니라 추억이 더해진 건강한 간식이 되어서 일까.

감자를 그림의 대상으로 끌어와 우리에게 아릿한 정서를 자극한 것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노란 접시에 담긴 감자’를 비롯해 그 유명한 ‘감자 먹는 사람들’일 것이다. 황금빛 램프 불빛 아래 농민들이 손으로 한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는 감자는 그래서 더 상징적이었다.

우리 시대에 감자그림 한 점으로 회화적 조형성 이상의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은 강요배 작가(1952~ )의 ‘감자’그림이다. 작가의 ‘감자’(2005년 작)는 제주 땅에서 자란 감자를 서정적이고 소박한 필체로 표현했는데 금방 캐낸 감자인양 땅에 스민 기운이 온전히 전해진다.

특히 제주에서는 지난 날 먹을거리가 부족했을 때 감자로 연명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소쿠리에 담긴 감자 한 알 한 알의 묘사가 정성스럽다. 사람을 먹여 살려온 감자, 감자를 여물게 한 땅은 둘이 아닌 하나라는 의미를 강조하려는 듯 둘 다 황금빛 색상이 조화를 이룬다. 먹음직스러운 감자를 보는 마음이 절로 밝아진다.

<광주 시립미술관 학예관·미술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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