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헌권 광주 서정교회 담임목사] 오월 광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19년 05월 10일(금) 00:00
필자는 38년 전 1981년 5월 27일 광주 5·18 설교 테이프를 서재실을 정리하면서 발견했다. 당시 신학생이면서 나이가 24세였다. 서광주교회 전도사로 사역을 하고 있었다. 사실 그때 어느 누구도 광주의 비극을 말할 수 없었다. 1주기 추도식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엄혹한 시절이었다. 그때 필자는 설교를 통해서 광주의 분노와 슬픔을 증언했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이 가야바 관정으로 연행되어서 공의회 심문을 받을 때 “진리에 속한 자는 내 소리를 듣는다”는 말씀이 있다.

우리는 지금 진리 편에 서서 광주의 울부짖음을 듣고 있는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당시에는 사람이 죽으면 마땅히 제사를 지내는 것은 인간의 의무이지만 그것마저도 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심지어 조의를 표하는 검은 리본도 차고 다니지 못하는, 불의하고 악한 시대였다.

진실이 진실 되지 못하며 참말이 참말 되지 못하는 이 땅에서 하나님은 지금 오늘 우리에게 진리 편에 서서 주님의 음성을 귀담아 들으라고 하신다. 성경 이사야 58장 1절에 “크게 외치라. 목소리를 아끼지 말라. 네 목소리를 나팔같이 높이라”고 당부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처음에 평화적인 학생들의 시위가 있었다. 비상계엄이 확대 실시되기 전까지 광주시내 대학가는 교내에서 시국 성토 대회를 했다. 민주화 애국 성회를 갖기 위해서 도청 앞 분수대에 모였다. 이 평화적인 시위가 참담한 살인이 자행되는 눈 뜨고 볼 수 없는 비극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바로 공수 특전단이 잔악한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방망이를 마구 휘둘러 난타하는 바람에 학생들은 뒤통수를 맞고 피가 낭자한 채 쓰러졌다. 공수 부대원들은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는데도 붙잡혀온 학생들을 군홧발로 짓밟고 M16에 꽂은 대검으로 등과 허벅지를 찔렀다. 군인들은 그들을 굴비처럼 엮어 어디론가 싣고 갔다.

통금이 밤 9시로 단축되자마자 공수 부대원들은 귀가하는 학생들과 젊은이들을 무조건 두들겨 패고 연행했다. 이를 만류하는 시민들까지 개머리판으로 마구 때렸다. 그것은 ‘아벨’의 울부짖음을 들으시는 하나님을 분노케 했다. 필자는 당시 광주 민중 봉기의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설교를 했었다.

지금으로부터 39년 전이지만 오월 광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광주 민중 항쟁 정신은 이 시대의 근본 정신이다. 하지만 광주 정신을 폄훼한 망언자들이 적지 않다. 5·18 민중 항쟁을 모독하는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망언을 보면서 광주시민들과 온 국민은 분노에 떨었다. 김순례 의원은 5·18 유공자를 “괴물 집단”이라고 불렀고, 김진태 의원은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을 국회에 초청해 공청회를 주최했다가 공분을 샀다.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에서는 이들에 대해 각각 ‘당원권 정지 3개월’과 ‘경고’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다시 한 번 한국당 망언 의원들을 역사의 법정에 세워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5·18 역사 왜곡 처벌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5·18 진상조사위원회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이뤄진 것이 없다. 그로 인해 광주는 적폐 세력들에 의해 지금도 폄훼되고 있다.

5·18 망언자들은 교계에도 있다. 이 지역의 목사가 강단에서 “5·18이 민주화운동이라고 하지만 무기고를 탈취하고, 도청에다 폭약을 쌓아 놓고, 교도소를 습격했다”며 “폭력은 자랑할 것이 못 된다”고 설교했다가 5월 어머니들의 분노를 샀다.

정권을 탈취한 자들은 그들의 목적을 위해 광주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고 칼을 휘둘렀다. 헬리콥터 기총 소사라는 살육의 현장에도 불구하고 광주시민들은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정의로운 저항에 나섰다.

광주민중항쟁 39주년이 다가왔지만 오월 그날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오월은 여전히 꽃만 봐도 서러운 날이다. 하지만 광주는 부활하며 다시 일어서는 봄이다.

“봄빛 가득찬 길가에/ 하늘의 쌀밥나무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오월 꽃잎들은/ 속잎 겉잎 섞어/ 꽃무덤으로 엎드려 있습니다”(졸시 ‘꽃만 봐도 서러운 그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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