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팀장] 후쿠시마 핵 사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2019년 03월 12일(화) 00:00
어제(3월 11일)는 후쿠시마 핵 사고가 발생한 지 8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후쿠시마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핵 사고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 봉인된 땅’이 되어 버렸습니다. 8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핵 사고 난민’이 아직도 수만 명에 이릅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물은 매일 수백 톤 이상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달리 처리할 방법도 없고 마냥 보관만 할 수 없어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민간 싱크탱크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후쿠시마 복구 비용을 최대 800조 원까지 추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상황 보고서에서 출입이 금지된 곳뿐만 아니라 해제된 지역에서도 여전히 심각한 수준의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다는 내용을 발표하였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염 노동자들이 일하는 일부 지역에서 확인된 방사성 준위는 일반적인 원전 발전 시설에서 ‘응급 상황’으로 분류되는 정도의 심각한 수준이고, 피난 구역 및 피난 지시 해제 지역 방사선 준위는 국제 권고 최대치보다 5~100배까지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어린이를 포함해 일반 주민에게 매우 심각한 위협으로, 이 정도의 오염이 22세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 복구는 요원하기만 하고 핵폐기물 반감기가 수만 년이라고 했을 때, ‘영원한 봉인, 후쿠시마’라는 표현은 과하지 않습니다.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독일, 스웨덴 등 많은 국가들이 탈핵을 선언하고,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에 에너지 정책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사회 시스템을 바꾸고 과감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핵발전소 대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프랑스도 핵발전소를 줄여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핵발전소에서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무엇보다도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후쿠시마에는 역설적이게도 재생 에너지 발전소가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주민이 참여한 태양광 발전소가 방사능에 오염된 논에 들어섰고, 바닷바람을 이용한 해상 풍력 발전소도 조성됐습니다. 어느덧 재생 에너지 자립률이 30%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반드시 후쿠시마 핵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한국에는 24개의 핵발전소가 있습니다. 가깝게 영광에는 6기의 핵발전소가 있습니다. 그중에 한빛 4호기는 중대한 문제가 발견돼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고 문제의 원인을 민간 조사단이 조사중입니다. 4호기 뿐만 아니라 나머지 핵발전소에서도 매우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견되었습니다. 격납 건물 철판 부식과 구멍은 물론 7개월 동안 화재 사건이 다섯 번이나 발생했습니다. 지난 주말(3월 9일)에도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발생이 쉽지 않은 화재가 영광 핵발전소에서는 정기적 화재 진압 훈련 하듯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관계 당국의 끝말은 ‘원인을 밝히고 철저한 대책을 강구하겠다’입니다. 그 철저한 대책은 언제쯤 나올까요?

우리나라 핵발전의 현 상황은 분명 우려스러운 부분이 매우 많습니다.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밀집 지역이고, 빈번한 지진으로 가슴을 조입니다. 핵발전소의 화재 사고와 이상 신호 및 긴급 정지는 연례행사처럼 반복됩니다. 핵발전의 현주소가 이러한데 뜬금없는 주장들이 정치인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급기야 미세먼지가 심해진 이유가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합니다. 그런 주장의 정치적 배경을 모르지 않으나, 결코 그 어떤 것도 국민의 안전을 앞설 수는 없습니다.

한 번의 핵 사고는 체르노빌, 후쿠시마처럼 결코 돌이킬 수 없습니다. 노후한 핵발전소는 수명 연장 없이 발전을 멈추어야 하고 중대 문제가 발생한 발전소는 조기 폐쇄해야 합니다. 그런 핵발전소가 우리 지역에 있습니다.

3·11 후쿠시마 8주기를 맞이하며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것, 우리가 잊고 있던 사실들을 다시 한 번 상기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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