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연중기획 I ♥ DREAM 프로젝트
“성차별에 고단한 한국 여성의 삶, 내 딸도 겪으면 어쩌나”
2018년 05월 01일(화) 00:00
광주시 남구 진월동에 사는 나현철(53)씨는 최근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었다. 중년의 아내ㅘ 고등학교 3학년인 딸을 둔 나 씨는 책을 읽으며 여성들의 고달픈 삶에 공감했다. 주인공은 1982년생 여성이지만 2000년생인 딸하고도 멀지 않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나 씨는 “책은 그 나이대 여성이 겪었던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요소를 보여준다”며 “하지만 올해 19살이 된 딸을 둔 나에게도 그 일이 남일 같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제도적 성차별이 줄어든 지금도 벌어지고 있어 ‘보이지 않는 차별’이 만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 여성 비하와 차별, 여성에 가해지는 폭력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어요. 교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미투’도 꾸준하죠. 올해 고3인 딸이 내년에는 대학교에 입학합니다. 내 딸이 성범죄를 겪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걱정이 됩니다. 평소 딸에게 “세상이 달라지고 있고 너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와 응원의 말을 항상 해주지만 딸이 정말로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나 씨는 또 최근 MBC 뉴스 진행을 맡은 임현주 아나운서가 안경을 쓰고 출연해 실시간 검색어 상단에 올랐던 일과 금융권의 성차별 채용비리를 말하며 “성차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남녀가 평등한 사회가 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뿌리 깊은 여성 차별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남녀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 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우리나라의 양성평등 수준이 144개국 중 118위로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남녀의 성(性) 격차는 더욱 벌어져 앞으로 100년은 지나야 차별을 극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말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성 격차 보고서 2017’에 따르면 한국은 성 격차 지수가 0.650(118위)으로 나타나 조사 대상 144개국 중 아프리카 튀니지(117위)와 감비아(119위) 사이에 위치했다. 성 격차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남녀가 평등하다는 의미다. WEF는 2006년부터 매년 경제 참여·기회와 교육 성과, 보건, 정치 권한 등 4개 부문에서 국가별 성별 격차 정도를 수치화해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의 성 격차 부문별 지수를 보면 ▲보건 84위 ▲정치적 권한 부여 90위 ▲경제 참여·기회 121위 ▲교육 성취도 105위 등 대부분 중·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경제 참여·기회 및 정치 권한 부문에서는 세계 평균에도 못 미쳤다.

특히 큰 폭의 남녀 간 임금 격차가 경제 참여·기회 부문의 순위 하락을 주도했다. 유사업무 임금평등 항목은 121위였고, 추정 근로소득(구매력 기준) 수준도 남성이 4만9386달러(5494만 원)인 반면, 여성은 절반 수준인 2만2090달러(2457만 원)달러에 그쳐 하위권(121위)에 머물렀다. 정치 권한 부문에서는 여성 최고지도자 집권기간만 28위를 기록했을 뿐, 여성 각료 비율은 115위에 불과했다. 고교 졸업 후 3차 교육 평등도(교육 성과) 112위, 출생 시 남녀 성비 불균형(보건) 132위 등 다른 부문도 순위가 저조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남녀 성 격차 역시 지난해보다 악화했다. WEF는 양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시간을 100년으로 추산했는데, 지난해 83년보다 17년 늘어난 수치다. 남녀의 경제적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무려 217년(작년 170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최고의 양성평등 국가는 아이슬란드(성 격차 지수 0.878)였고, 노르웨이(0.830), 핀란드(0.823)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아시아권에서는 전체 10위 필리핀(0.790)의 순위가 가장 높았다. 중국(0.674·100위)과 일본(0.657·114위)도 한국보다는 양성평등 정도가 다소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하위권은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파키스탄과 시리아, 예멘 등 중동 국가들이 차지했다.

또 최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를 보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5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지수는 직장 내 여성이 동등할 대우를 받을 기회를 평가하는 지표로서 고등교육, 경제활동참여율, 임금, 양육비용, 여성과 남성의 육아휴직 등 권리, 경영대학원 신청자 수, 간부직 여성비율 등 10개 항목을 가중 평균해 산출한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한 반면 한국은 매년 꼴찌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2013년 26개국 대상 26위, 2014년 27개국 대상 27위, 지난해 29개국 대상 29위, 올해도 29개국 대상 29위를 차지했다.

/전은재기자 ej662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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