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집안 일 병행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아이 밥 챙기고 기저귀 갈며 살림까지 ‘울기 직전’
동료들 배려에 육아 전념 “남성들 꼭 한번 써보길”
2018년 03월 27일(화) 00:00
2016년 5월 딸이 태어났다. 갓난쟁이 아이는 육아 휴직을 낸 아내가 양육을 전담하기로 한 터라, 같은 기간 동안 나는 큰 걱정 없이 회사 생활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회사 일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갈 때면, 아이는 늘 엄마 곁에서 자고 있었다. 그때마다 곤히 잠자고 있는 아이를 보며, 오늘은 아이와 제대로 못 놀아줬다는 생각에 미안함과 아쉬움이 들었다. 그런 날이 잦았기 때문일까? 어느 새 아이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내가 옆에 있어도 자연스럽게 늘 엄마를 먼저 찾았다. 정서적으로 나보다 아내와 더 가까워진 아이를 보며, 더 늦기 전 아이와 좋은 추억을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두 달간 육아휴직을 냈다.

짧았던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이 앞에서 여러 번 울고 싶은 순간을 겪었다. 기저귀를 갈면서, 밥을 먹이면서, 옷을 갈아 입히면서 말이다. 말귀를 알아듣지도 못하는 20개월짜리 아이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해하던 내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육아휴직 이후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아이와의 정서적 교감도 깊어졌고, 육아와 집안 살림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으니까.

육아휴직 도중 늦잠을 자려고 했건만, 전혀 늦잠을 잘 수 없었다. 가족 중 가장 먼저 일어나 출근하는 아내를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했다. 7시 반 쯤에 아내가 출근하면 곧바로 아이를 깨워 기저귀를 갈았다. 이후 아침밥을 먹이고 옷을 입혀 9시 30분까지 어린이집에 보내는 일상이 반복됐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오는 오후 3시 30분 전까지, 나는 맘껏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오판이었다.

고백하건데,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한다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일지 몰랐다. 특히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한 후, 휴직 중인 아내가 집 청소나 설거지 등 집안일을 내게 부탁할 때마다 짜증을 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은 집에서 편하게 쉬었을 텐데, 회사에서 일하고 온 사람에게 어떻게 집안일을 떠넘길 수 있느냐고 말이다. 나는 육아휴직을 한 이후, 아내에게 했던 말을 곧바로 후회했다.

육아휴직을 쓰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만난 경비 어르신이 나를 보고 ‘학생은 아니신 것 같은데….’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주로 낮에 나를 자주 보게 된다는 말에서,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 하는 게 역력했다. 내가 육아휴직 중이라고 하자, 어르신은 허허 웃으면서 세상이 많이 바뀌긴 바뀐 거 같다고 했다.

마음속으로 조금은 주저하기도 했는데 육아휴직의 뜻을 전하자, 회사 사장님께서는 잘 쉬고 오라고 오히려 나를 격려해주셨다. 회사 동료들에게는 육아휴직 중인 사람이 정말 육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자고도 하셨다. 회사의 배려 때문인지, 실제로 육아휴직 동안 회사의 동료들은 내게 업무적인 일로는 단 한 번도 전화를 한 적이 없었다. 남성 육아휴직자를 늘리려면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단 육아휴직을 바라보는 팀장이나 오너의 의지, 그리고 이를 이해하는 기업 문화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이다.

육아휴직을 쓰기 전, 마음속에 부담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고, 나의 일을 어느 정도는 떠맡아야 할 직장 동료들에게도 조금 미안했다. 육아휴직을 망설이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급적이면 그들에게 모든 것을 제쳐두고서라도 꼭 육아휴직을 짧게나마 보내라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 있어 아이와 함께 보냈던 그 짧은 시간은 인생의 본질과 가족의 행복, 그리고 나의 자아를 찾는 여행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

〈나승완 금호터미널 문화홍보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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