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남지 제7부 전통 정원과 건축] ① 소쇄원 - 조성식 한국학진흥원설립추진위 기획협력처장
우주·자연·인간 상생의 정원 … 예도문화의 진수
2017년 08월 08일(화) 00:00

우리나라 최고의 원림(園林) 소쇄원은 음양의 원리로 구성돼 우주·자연·인간을 하나로 아우른 민간정원이다. 또 오늘날에는 자연유산·역사유산·문화유산이 어우러진 힐링체험 공간이기도 하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소쇄원은 음양의 원리로 구성되어 우주·자연·인간을 하나로 아우른 정원이다. 오늘날에는 자연유산·역사유산·문화유산이 어우러져 최고의 힐링체험을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민간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소쇄원은 옛부터 식영정·환벽당과 함께 일동삼승경(一洞三勝景)의 하나를 이루어왔다. 소쇄원은 자연을 그대로 살려 지으면서도 우주·자연·인간이 어우러진 예도문화를 담아내고 드러낸 전통유산이다. 소쇄원, 제월당, 광풍각 이름 그 자체가 한편의 시인 별서정원이다. 소쇄(瀟灑)는 ‘맑고 깨끗하다’는 뜻을, 제월(霽月)은 ‘비 갠 하늘의 상쾌한 달’이란 뜻을, 광풍(光風)은 ‘비 갠 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란 뜻을 담고 있다.

소쇄원은 양산보·양자징(양산보 아들)·양천운(양산보 손자) 3대에 걸쳐 조성되었다. 정유재란으로 소실되어 이후 복원 중수하였으며, 현재까지 15대에 걸쳐 후손들이 보존·관리하고 있다.

소쇄원은 내원과 외원으로 공간 구성을 하고 있다. 내원은 광풍각, 제월당, 담장, 고암정사와 부훤당 터를 포함하고 있으며 외원은 후간장, 오곡문, 오암, 오암정, 지석리, 자축총, 바리봉, 황금정, 창암동을 포함하고 있다. 소쇄원의 계곡물은 북쪽 산사면에서 흘러내려 담장 밑을 지나 소쇄원의 중심을 관통해 흘러간다. 소쇄원의 주요 조경수목에는 대나무, 매화, 동백, 오동, 배롱, 산사나무, 측백, 지차, 살구, 산수유, 황매화 등이 있으며 초본류에는 석창포, 창포, 맥운동, 꽃무릇, 국화 등이 있다. 건축물로는 제월당, 광풍각이 대표적이다. 조경물에는 너럭바위, 우물, 탑암, 2개의 연못 외에도 기다란 담장, 담장 밑의 계곡물 통과석축 등이 있다.

소쇄원을 음양론적으로 연구한 논문 ‘스토리텔링을 위한 소쇄원의 음양론적 해석에 관한 연구’(조인철, 2013)에 따르면, 소쇄원은 다음 몇가지 음양론적 세계라고 하겠다.

소쇄원은 드러남과 가림의 측면에서 주변의 여러 원림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음의 성격을 갖고 있다. 애양단(愛陽壇)과 광풍각(光風閣)은 소쇄원의 이러한 음의 성격을 보완하여 음양의 조화를 이루게 하는 요소이다. 소쇄원의 동선은 반시계방향으로 순환하게 되어 있으며, 동선상의 다양한 음양변화는 관람객에게 감동을 주는 요소이다. 광풍각은 찾아오는 선비를 위한 공간이며, 제월당(霽月堂)은 주인을 위한 공간이다. 당호(堂號)의 관점에서 보면 광풍각은 양이고, 제월당은 음이다. 광풍각, 제월당의 관계 외에도, 소지(小池)는 맑은 물로 채워짐으로 양, 연지(蓮池)는 탁한 물로 채워짐으로 음이 된다.

소쇄원은 예부터 음양론적으로 하나로 아우르고 있는데다가 오늘날에는 소쇄원과 탐방객의 관계를 각양각색으로 변화시키는 요소를 갖고 있기에 탐방객들이 소쇄원에 대한 느낌을 각기 달리 할 수 있고 동일한 탐방객이라도 이전의 느낌과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렇기에 탐방객들은 이러한 음양론적 문화유산 세계인 소쇄원을 많이 찾게 된다.

소쇄원은 이같이 변화무쌍한 자연의 세계만 있는 게 아니다. 변하지 않는 양산보의 지조, 선비의 예도세계가 함께 하고 있다. 양산보의 지조라는 예도가 음(陰)이라면, 변화무쌍한 자연 속의 소쇄원은 양(陽)이다. 각각 음양의 세계이지만 하나로 어우러져 나아가고 있기에 상생의 세계다. 양산보를 비롯하여 많은 선비들이 지조(志操)와 호연지기 예도를 끝까지 지키는 반면에 그를 둘러싸고 있던 소쇄원의 자연은 변화무쌍한 자기 변신의 모양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러한 음양은 하나로 어우러져 나아가고 있는데서 소쇄원은 상생의 세계라고 하겠다.

소쇄원은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상생의 세계이었기에 나아가 자연에 대한 외경, 선비의 예도로 나아가는 세계였다. 소쇄원은 물소리·바람소리·새소리를 벗 삼아 호연지기를 기르고 예·의·효·충의 의미를 다시 새기고 예도를 연마하는 세계이기도 하였다.

소쇄원은 자연에 대한 외경, 선비의 예도로 향한 세계이었기에 호남 사림문화의 구심점으로 나아갔다. 제월당, 광풍각에 걸려 있는 김인후의 소쇄원 사십팔영 등 많은 편액들은 소쇄원이 선비 교유의 구심점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소쇄원은 송순, 김인후, 김윤제, 고경명, 안영, 이후백 등 수많은 명현들과 양산보가 교유한 선비문화 공간이었다.

이같이 소쇄원은 예부터의 음양론적 세계, 상생의 세계, 예도연마 세계, 선비교유의 세계 등 자연·역사·문화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오늘날 스토리텔링이 아주 풍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민간정원이라고 하겠다.

그렇기에 소쇄원은 광주하계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체험힐링 최고의 명소로 꼽았다. 이들은 푸르름이 감싸돌며 물소리가 휘감아도는 자연 속의 소쇄원에서 가야금과 대금의 환상적인 연주감상을 들으면서 최고의 힐링체험이라고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차문화 예법, 차향기 느끼기 같은 차문화 체험향유코스를 함께 하면서 선수들은 지극히 한국적인 소쇄원의 매력에 빨려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남도 전통유산에 대한 과거 재발견, 현재 재구성, 미래 재창조는 전통유산을 전통유산답게 하는 지름길이자 전통유산의 세계화를 통한 문화입국의 원동력이다. 소쇄원의 자연·역사·문화 유산에 대한 과거 재발견은 미완성 상태에 머무르고 있으며 그렇기에 현재 재구성이나 미래 재창조는 요원하다. 소쇄원 엿보기가 소쇄원 재발견, 재구성, 재창조를 위한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광주문화도시협 前 사무처장, 現 집행위원

-‘사드철회, 성지수호’ 원불교대책위 광주전남교구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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