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남지] 강봉룡 목포대 교수,도서문화연구원장 (4)'섬의 왕국' 전라도
2017년 01월 24일(화) 00:00 가가
단절과 한을 넘어 미래로 잇는 다리
전남에게 섬은 무엇인가?
전남은 전국 섬의 65%를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해역의 37%, 전국 갯벌의 42%, 전국 해안선의 45%를 보유하는 해양자원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전남은 ‘절대적 비교우위’의 세계적 다도해의 해역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전북에도 숱한 섬이 있다. 한마디로 전라도는 ‘섬의 왕국’이다.
전남의 섬에는 다양하고 독특한 역사와 문화와 자연이 살아 숨쉬고 있다. 먼저 ‘섬문명’의 흔적으로는 완도의 청해진 문명, 진도의 용장성(고려 왕성) 문명, 흑산도의 국제해양도시의 흔적 등을 들 수 있다. 진도의 다시래기, 비금도의 뜀뛰기강강술래와 같이 육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섬민속’도 적지 않다.
진도 운림산방과 임자도의 만구음관은 각각, 조선후기 남종문인화의 양대 산맥인 ‘추사 김정희-소치 허련계’와 ‘우봉 조희룡계’의 활동 터전이었다. 거문도에는 근대에 영국, 러시아, 일본 등의 열강이 각축한 흔적이 역력히 남아 있어, ‘동아시아의 지브롤터’라 불려 손색이 없다. 홍도와 백도와 같이 비경이 빼어난 섬들도 즐비하다.
1996년에 발효된 유엔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은 제121조 제1항에서 섬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섬(island)이란 바닷물로 둘러싸여 있어야 하고 만조일 때도 수면 위에 드러나 있어야 하며,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어서 제2항에서는 섬이 바다에 대한 제반 권리(영해, 접속수역, 배타적경제수역, 그리고 대륙붕 등)를 가지는 것으로 규정했다.
여기에서 배타적경제수역(EEZ) 하나만을 소개하자면, 섬을 중심으로 사방 200해리(약 370km)에 해당하는 바다 공간(약 450만㎢)의 모든 경제적 이권을 섬 보유국이 배타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한 권리이다. 섬에게 바다에 대한 엄청난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유엔해양법협약은 섬의 범주를 제한하는 다음과 같은 단서를 제3항으로 추가하였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바위섬(rock)은 섬(island)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오늘날 바다의 가치는 수직 상승하고 있다. 해양탐사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바다에 엄청난 자원이 부존되어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21세기를 ‘해양의 시대’라 일컫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연히 바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의 갈등과 대립이 첨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바다 분쟁은 흔히 섬 분쟁으로 표출되곤 한다. 섬에게 인정해준 바다에 대한 엄청난 권리 때문이다. 결국 오늘날 섬은 바다의 근거이자 지킴이인 셈이다. 만약 21세기가 ‘해양의 시대’라고 한다면 곧 ‘섬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섬과 바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호의적이지 않다. ‘섬놈’, ‘뱃놈’, ‘갯것’이라는 비칭(卑稱)은 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비우호적이라는 것을 대변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생각은 어디로부터 연원한 것일까?
우선 조선시대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조선은 국초부터 대외 해양활동을 금지하는 ‘해금(海禁)’의 정책을 폈고, 이와 함께 섬에 사람을 살지 못하게 하는 ‘공도(空島)’의 조치를 집행했다. 자연히 바다와 섬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이러한 분위기는 조선 500년을 관통하면서 바다와 섬 사람들을 천시하는 풍조로 이어졌다. 오늘날 우리가 부지불식간 섬과 바다에 대한 소극적이고 비우호적인 편견을 갖게 된 것은 조선시대에 형성된 왜곡된 인식에서 영향 받은 바가 크다.
섬에 대한 인식은 바다에 대한 생각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 바다를 고립과 단절의 공간으로 생각할 경우 섬은 바다에 의해서 단절된 고립 공간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 섬과 바다에 대한 인식이 이러했다. 반면 바다를 세계를 이어주는 길(바닷길)로 인식하게 되면, 섬은 바닷길을 이어주는, 바다로 열린 개방 공간(교류의 징검다리)으로 간주된다.
오늘날이 ‘해양의 시대’, ‘섬의 시대’라 한다면 섬과 바다를 개방적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후자적 인식으로의 전환이 절실히 요청된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섬과 바다를 고립과 단절의 공간으로 생각하는 후자적 인식에 경도되어 있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계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역사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 섬과 바다를 금기시하고 방기한 조선시대의 역사를 극복하려는 반성적 성찰은 물론이고, 섬과 바다를 적극 활용했던 고려시대 이전의 역사를 새롭게 부각시키려는 계승적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이제껏 우리 역사를 주로 육지의 관점에서만 보아왔던 것 같다. 섬과 바다를 포괄하는 확대되고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의 정립이야말로 섬에 대한 편향적 인식을 바로잡는 선결 과제인 셈이다.
섬은 역사문화와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다. 섬에는 고려시대 이전 개방적인 문명교류의 흔적들이 ‘섬문명’의 형태로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육지에선 사라져버린 민족문화의 원형이 ‘섬민속’의 형태로 온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섬은 다양한 자생 생물종의 서식지다. 이러한 섬 자원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섬 산업을 일으키는 일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청정성과 해풍과 독특한 토양을 가지고 있는 섬과 주위의 바다는 최고 명품의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토대이다.
명품 농수산물의 생산(1차산업)과 가공(2차산업), 그리고 이를 관광(3차산업)으로 연결하는 ‘6차산업’의 최적지로 섬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남의 섬 자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난해 전남도와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은 전남의 섬 자원을 집약하는 데이터베이스 사업을 진행하여 ‘about 전남의 섬’사이트를 일반에 제공하고 있다.(http://islands.jeonnam.go.kr)
전남은 이러한 섬 자원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갯벌바다에서 생산되는 소금 및 수산물이 우수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이고, 해풍을 받고 자란 섬 농산물이 우수하다는 것 역시 근래에 연구용역을 통해서 확인된 바 있다. 전남 다도해의 농수산물을 명품 브랜드로 부각시키는 일은 물론이고, 그 다도해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시킬 장기지속적인 프로젝트를 적극 시행할 필요가 있다.
전남은 전략적으로 막연히 ‘해양’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섬을 포괄하는 ‘다도해’의 개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부산이 해양클러스터의 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으니,
전남(특히 목포권)은 이와 차별화된 다도해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좋다. 이는 국가의 균형발전에도 적합한 정책 대안이다. 섬은 그만큼 전남에게 국가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낼 최고의 명분을 제공해 주는 요소이다.
섬에 대한 연구와 정책 개발 및 실천을 병행해갈 섬 종합기관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마침 34년간 섬 연구의 성과와 노하우를 축적해온 도서문화연구원이 국립목포대학교에 있다.
그간 도서문화연구원은 다양한 섬 연구와 확산 사업은 물론, Scopus에 등재된 국제영문학술지(Journal of Marine and Island Cultures)를 발간하고, 동아시아도서해양문화포럼을 결성하여 주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도서해양문화학’의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는 등 세계적인 섬 연구기관으로 성장해 왔다. 이제 이를 기반으로 하여 다도해의 발전을 실질적으로 이끌 국가적 차원의 (가칭)‘한국섬발전진흥원’의 건설로 확대되기를 고대한다.
이를 통해 ‘가고 싶은 섬’, ‘살고 싶은 섬’, ‘살기 좋은 섬’, ‘살아있는 섬’을 구현하여 전남의 다도해가 세계적인 명소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강봉룡 프로필
-동아시아도서해양문화포럼 회장
-장보고해양경영사연구회 회장
-역사문화학회 회장
전남은 전국 섬의 65%를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해역의 37%, 전국 갯벌의 42%, 전국 해안선의 45%를 보유하는 해양자원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전남은 ‘절대적 비교우위’의 세계적 다도해의 해역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전북에도 숱한 섬이 있다. 한마디로 전라도는 ‘섬의 왕국’이다.
진도 운림산방과 임자도의 만구음관은 각각, 조선후기 남종문인화의 양대 산맥인 ‘추사 김정희-소치 허련계’와 ‘우봉 조희룡계’의 활동 터전이었다. 거문도에는 근대에 영국, 러시아, 일본 등의 열강이 각축한 흔적이 역력히 남아 있어, ‘동아시아의 지브롤터’라 불려 손색이 없다. 홍도와 백도와 같이 비경이 빼어난 섬들도 즐비하다.
오늘날 바다의 가치는 수직 상승하고 있다. 해양탐사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바다에 엄청난 자원이 부존되어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21세기를 ‘해양의 시대’라 일컫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연히 바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의 갈등과 대립이 첨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바다 분쟁은 흔히 섬 분쟁으로 표출되곤 한다. 섬에게 인정해준 바다에 대한 엄청난 권리 때문이다. 결국 오늘날 섬은 바다의 근거이자 지킴이인 셈이다. 만약 21세기가 ‘해양의 시대’라고 한다면 곧 ‘섬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섬과 바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호의적이지 않다. ‘섬놈’, ‘뱃놈’, ‘갯것’이라는 비칭(卑稱)은 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비우호적이라는 것을 대변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생각은 어디로부터 연원한 것일까?
우선 조선시대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조선은 국초부터 대외 해양활동을 금지하는 ‘해금(海禁)’의 정책을 폈고, 이와 함께 섬에 사람을 살지 못하게 하는 ‘공도(空島)’의 조치를 집행했다. 자연히 바다와 섬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이러한 분위기는 조선 500년을 관통하면서 바다와 섬 사람들을 천시하는 풍조로 이어졌다. 오늘날 우리가 부지불식간 섬과 바다에 대한 소극적이고 비우호적인 편견을 갖게 된 것은 조선시대에 형성된 왜곡된 인식에서 영향 받은 바가 크다.
섬에 대한 인식은 바다에 대한 생각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 바다를 고립과 단절의 공간으로 생각할 경우 섬은 바다에 의해서 단절된 고립 공간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 섬과 바다에 대한 인식이 이러했다. 반면 바다를 세계를 이어주는 길(바닷길)로 인식하게 되면, 섬은 바닷길을 이어주는, 바다로 열린 개방 공간(교류의 징검다리)으로 간주된다.
오늘날이 ‘해양의 시대’, ‘섬의 시대’라 한다면 섬과 바다를 개방적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후자적 인식으로의 전환이 절실히 요청된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섬과 바다를 고립과 단절의 공간으로 생각하는 후자적 인식에 경도되어 있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계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역사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 섬과 바다를 금기시하고 방기한 조선시대의 역사를 극복하려는 반성적 성찰은 물론이고, 섬과 바다를 적극 활용했던 고려시대 이전의 역사를 새롭게 부각시키려는 계승적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이제껏 우리 역사를 주로 육지의 관점에서만 보아왔던 것 같다. 섬과 바다를 포괄하는 확대되고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의 정립이야말로 섬에 대한 편향적 인식을 바로잡는 선결 과제인 셈이다.
섬은 역사문화와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다. 섬에는 고려시대 이전 개방적인 문명교류의 흔적들이 ‘섬문명’의 형태로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육지에선 사라져버린 민족문화의 원형이 ‘섬민속’의 형태로 온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섬은 다양한 자생 생물종의 서식지다. 이러한 섬 자원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섬 산업을 일으키는 일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청정성과 해풍과 독특한 토양을 가지고 있는 섬과 주위의 바다는 최고 명품의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토대이다.
명품 농수산물의 생산(1차산업)과 가공(2차산업), 그리고 이를 관광(3차산업)으로 연결하는 ‘6차산업’의 최적지로 섬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남의 섬 자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난해 전남도와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은 전남의 섬 자원을 집약하는 데이터베이스 사업을 진행하여 ‘about 전남의 섬’사이트를 일반에 제공하고 있다.(http://islands.jeonnam.go.kr)
전남은 이러한 섬 자원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갯벌바다에서 생산되는 소금 및 수산물이 우수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이고, 해풍을 받고 자란 섬 농산물이 우수하다는 것 역시 근래에 연구용역을 통해서 확인된 바 있다. 전남 다도해의 농수산물을 명품 브랜드로 부각시키는 일은 물론이고, 그 다도해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시킬 장기지속적인 프로젝트를 적극 시행할 필요가 있다.
전남은 전략적으로 막연히 ‘해양’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섬을 포괄하는 ‘다도해’의 개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부산이 해양클러스터의 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으니,
전남(특히 목포권)은 이와 차별화된 다도해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좋다. 이는 국가의 균형발전에도 적합한 정책 대안이다. 섬은 그만큼 전남에게 국가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낼 최고의 명분을 제공해 주는 요소이다.
섬에 대한 연구와 정책 개발 및 실천을 병행해갈 섬 종합기관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마침 34년간 섬 연구의 성과와 노하우를 축적해온 도서문화연구원이 국립목포대학교에 있다.
그간 도서문화연구원은 다양한 섬 연구와 확산 사업은 물론, Scopus에 등재된 국제영문학술지(Journal of Marine and Island Cultures)를 발간하고, 동아시아도서해양문화포럼을 결성하여 주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도서해양문화학’의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는 등 세계적인 섬 연구기관으로 성장해 왔다. 이제 이를 기반으로 하여 다도해의 발전을 실질적으로 이끌 국가적 차원의 (가칭)‘한국섬발전진흥원’의 건설로 확대되기를 고대한다.
이를 통해 ‘가고 싶은 섬’, ‘살고 싶은 섬’, ‘살기 좋은 섬’, ‘살아있는 섬’을 구현하여 전남의 다도해가 세계적인 명소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강봉룡 프로필
-동아시아도서해양문화포럼 회장
-장보고해양경영사연구회 회장
-역사문화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