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전남의 리아스식 해안]<1>농지·산업용지 무차별 매립 … 전남 갯벌 10% 사라졌다
2016년 08월 29일(월) 00:00

간척과 바다 매립, 항만 및 해안도로 건설 등으로 전남의 리아스식 해안이 사라지고 있다. ‘6조5000억원의 가치’를 자랑하는 전남의 갯벌도 지속적인 매립 등으로 16년새 축구장 1만9000개에 해당하는 면적의 갯벌이 증발했다. 사진은 신안 안좌면의 다도해 전경. 〈광주일보 자료사진〉

천혜의 비경과 자원을 간직한 전남의 리아스식 해안이 사라지고 있다. 톱니처럼 드나듦이 심하고 곡선의 형태를 간직했던 리아스식 해안의 절반 이상이 본래의 모습을 잃고 직선화되고 있는 것이다.

농지와 산업용지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운 바다 매립과 간척, 항구와 어항시설, 리조트, 해안도로 등 인공시설물 건설이 수십 년간 지속한 탓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전남의 갯벌 면적 10분의 1가량이 사라졌다. 갯벌을 비롯한 자연 그대로의 해안에 기대 양식이나 수산물 채취 따위로 생업을 꾸리던 어민들은 터전을 잃었다. 남도의 젖줄 영산강도 영산강하구둑이 들어선 지난 1981년 이후 바다로 향하지 못하고 썩어가는 호수 신세로 전락했다. 갯벌의 가치가 농경지의 100배, 숲보다 10배에 달한다는 연구보고와 간척의 역기능을 뒤늦게 깨닫고 간척사업 중단을 선언한 독일과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과 달리 전남은 여전히 바다를 메우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환경 파괴를 최소화한다지만 리아스식 해안의 원형이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광주일보는 전남의 리아스식 해안의 실태와 개발행위의 문제점, 해외 사례 검토를 중심으로 8회에 걸쳐 살펴본다.



1368.87㎞와 1313.38㎞.

전남(육지부)의 자연해안선과 인공해안선의 길이다. 영광에서 시작해 목포를 거쳐 광양에 이르는 2682.25㎞ 해안선의 절반(48.9%)은 간척과 바다 매립, 항만 및 해안도로 건설 등 연안 개발로 만들어진 인공해안선으로 변하고 그 길이도 단축됐다. 이 과정에서 갯벌 매립으로 대표되는 환경파괴와 연안경관 및 생태계 훼손, 수산자원 감소, 오염 자정능력 감소 등 해안 가치 훼손은 물론 지역사회 갈등도 불러왔다. 수반되는 피해가 대체로 영구히 회복 불가능한 점, 개발보다 보전이 더 큰 이익이라는 인식 변화로 해안을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당위는 커지지만 여전히 개발과 훼손은 진행형이다.

◇사라지는 전남의 자연 해안=국립해양조사원이 지난 2014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전남의 해안선 길이는 총 6743.27㎞다. 육지부 해안선 2682.25㎞(40%), 도서부 해안선 4061.02㎞(60%)를 더한 길이다. 우리나라 해안선 전체의 길이는 1만4962.81㎞의 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리아스식 해안의 특성과 2200개를 웃도는 섬 덕분이다.

구불구불하고 기다란 해안은 예로부터 양식과 채취를 가리지 않고 많은 수산물을 안겨줬고, 갯벌을 비롯한 해안 곳곳이 간직한 천혜의 비경은 미래 성장의 동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바다매립과 간척, 항만 및 어항 건설 등 연안개발 행위로 전남의 해안의 절반 가량은 본래의 모습을 이미 잃었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이는 전남 육지부 해안선 가운데 절반이 개발행위에 따른 인공 해안선임을 보면 분명해진다. 도서부(섬) 해안선의 경우 전체 4061.02㎞ 가운데 인공해안선이 646.30㎞(15.9%)로 육지보다 형편이 낫지만, 섬지역 자연해안선이 개발의 칼날을 끝내 피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리아스식 해안으로 불리는 전남 해안의 변화는 연안개발에서 비롯됐다. 농지 및 산업용지 확보, 각종 시설 건립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바다 매립과 간척 등이다.

전남의 경우 지난 2004∼2013년까지 10년간 공유수면 매립면적이 149.2㎢로, 축구장 면적(7000㎡) 2만개 이상의 해안과 바다가 매립된 셈이다(해양수산부 자료).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공유수면 매립면적 251㎢의 59.4%를 차지하는 것으로 부산·경남 15㎢, 인천·경기 54.3㎢, 전북 0.02㎢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매립의 주된 용도는 항만용지, 조선소부지, 발전시설 용지 등으로 과거 농지 확보를 위한 전통적 매립 목적과는 비교된다.

연안 개발에 따라 훼손되는 대표적 자원이 전남의 갯벌이다. 전남 갯벌 면적은 지난 1987년 1179.10㎢이던 것이 지난 2013년에는 1044.40㎢로 무려 134.7㎢가 줄었다. 축구장 1만9000개 면적의 갯벌이 증발한 것이다.

전남 해안의 경우 지난 2011년 고시된 제3차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 등에 따라 바다 매립이 예정돼 있어 앞으로도 일정부분 해안지형의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 추진하는 산업단지 조성용 매립 면적만 무려 82만5000㎡규모에 이를 정도다.

◇갯벌의 가치, 농경지 100배 숲의 10배 이상=해양수산부가 지난 2013년 발표한 자료(해양생태계 관련조사)에 따르면 해안을 구성하는 대표적 자원인 갯벌의 단위면적당 가치는 농경지의 100배, 숲의 10배로 파악됐다.

연간 갯벌(전체면적 2487.2㎢)이 주는 경제적 가치는 15조7000억원(1㎢당 63억여원)으로, 면적이 넓고 질적으로도 우수한 전남의 갯벌 가치는 6조5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수산물 생산기능, 수질 정화기능, 여가 제공기능, 서식처 제공기능, 재해방지 기능을 고려한 것으로,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갯벌의 잠재적 가치는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갯벌을 연구하는 학자 전승수 전남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에 따르면 갯벌을 비롯한 연안의 가치는 사실상 무한대이다. 국토 확장과 농지면적 확대, 조선 등 산업용지 확보 등 연안 개발의 명분과 손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갯벌로 대표되는 자연 해안의 가치는 커지면 커졌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단적으로 예를 들면 자연 경관 그대로의 해안 쪽에 집을 짓겠는가, 아니면 개발로 원형을 잃은 해안에 집을 짓겠는가 생각해보면 답이 간단할 것”이라며 “환경적·수산적 가치 등 전통적인 가치 외에도 갯벌과 자연 해안이 주는 가치는 정확히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사실상 무한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농지나 산업용지 확보를 명분으로 진행된 영산강 하구둑 건설, 바다 매립으로 우리가 득을 본 게 뭐냐. 전남이 잃어버린 돈은 얼마며 잃어버린 미래를 상상해보라”면서 “개발보다는 보전과 제한적 이용, 파괴된 연안의 복구를 논의해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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