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에 공감하는 ‘첫 사람’
2015년 03월 24일(화) 00:00
김 춘 희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
지난 월요일 성폭력피해생존자와 성폭력피해에 공감하는 ‘첫 사람’인 6명의 활동가들이 광주지방법원 법정 첫 공판에 참석하였다. 재판 방청석에 앉아 불구속 상태로 피고인의 자리에서 증언을 하는 성폭력 가해자의 모습을 보는 순간 피해생존자인 친구가 벌벌 떨면서 몸을 사리고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잠시 진정시키기 위해 방청석을 나와 복도에서 안아주고 달래면서 성폭력피해 생존자의 힘든 상황을 다시금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법정에 올 때까지만 해도 피해 후 시간이 많이 지났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으므로 담담하리라 생각했지만 막상 대면하고 보니 진정하기 어렵다는 말이 가슴 깊숙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예전에도 그랬던 피해생존자가 대부분이었으므로…

더구나 법정에서 강간행위 자체를 부인하는 가해자의 모습에 분노와 함께 울분을 내뿜으며 자신의 억울함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피해생존자와 함께하면서 ‘첫 사람’들 모두가 앞으로의 재판에 함께하겠다며 힘을 실어주었다.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에서는 작년부터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2014 막무가내로 달려가는 재판동행지원단’을 모집하여 일정기간 교육 후 성폭력피해생존자의 재판동행지원을 했다. 2014년 12회의 재판에 20여명의 지원단이 피해생존자와 동행하면서 재판을 모니터링하고 피해생존자와 함께하는 지지자임을 알리는 역할을 하였다.

올해는 이름을 바꿔 성폭력피해에 공감하는 ‘첫 사람’으로, 성폭력 사건을 피해생존자의 관점에서 공감하고, 그 해결을 위해 함께하는 피해생존자의 든든한 지지자이자 조력자인 첫 사람으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본 성폭력상담소에 상담을 의뢰한 피해생존자의 경우 대부분 재판과 연결되어 있다. 재판 일정이 잡히면 피해생존자들은 안정을 찾기 어렵다. 자신의 피해에 상응하는 가해자의 처벌이 이루어질 것인가에 민감하고, 가해자의 처벌이 결정될 때까지 몇 개월의 시간을 참 힘들게 보내고 있다. 그래서 이런 피해생존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법으로 피해생존자의 재판 참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재판과정에서 피해생존자는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며, 가해자(피고인)의 신문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판사는 가해자의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 피해생존자의 적극적인 재판 참여는 재판부가 피해생존자의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이때 피해생존자의 든든한 지지자가 함께한다면 재판에 참여하는 피해생존자는 든든해짐을 느낀다.

‘첫 사람’의 존재는 피해생존자에게 ‘나의 피해에 공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함께한다’라고 하는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첫 사람’은 재판부나 피고인의 변호사가 피해생존자에게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근거로 피해생존자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하거나 위협적인 태도는 아니었는지 감시하며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한다. ‘첫 사람’은 피해생존자가 가해자의 잘못된 주장을 반박하고 자신의 상황을 진술할 수 있도록,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재판에 참여하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한다.

작년 ‘첫 사람’과 함께한 피해생존자들은 ‘일반 시민과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의 활동가들로 구성된 지원단이 재판을 함께 지켜보았기 때문에 어려운 재판과정을 끝까지 참여할 수 있었다’ 라는 소감을 전해주기도 하였다.

성폭력피해로 고소하고 재판을 앞두고 있는 피해생존자, 법정에 증인으로 나가야 하는 피해생존자, 자신의 재판을 방청하고 싶으나 혼자여서 두려운 모든 피해생존자들의 용기 있는 발걸음에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의 성폭력피해에 공감하는 ‘첫 사람’이 언제나 동행할 것이다. 문의 062) 521-1365,1366.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