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육청, 학생인권조례 제대로 시행해야
2014년 11월 04일(화) 00:00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시민모임 상임활동가
지난달 광주ㅅ중학교의 한 담임교사가 성적우수 학생들을 교실 맨 앞자리에 배치하며 인권을 침해한 사건이 있었다. 이미 광주시교육청뿐 만 아니라 교육부에서도 성적을 공개하지 않도록 규정과 원칙을 마련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고 반 전체 학생들을 성적으로 차별한 것이다. 다행스럽게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이 광주시교육청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여 사건이 진화되었지만, 학생들을 경쟁으로 내몰며 일삼는 인권침해가 잔잔히 제기되고 있는 건 엄연한 한국교육의 현실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 아예 폐쇄되어 있는 건 아니다. 학생자치활동이나 청소년인권운동의 주체들이 학생인권 보장을 꾸준히 요구하며 수많은 탄압과 희생을 감내해야 했고, 그 결과 국가인권위원회법, 학생인권법, 학생인권조례 등 정부기관과 정치권에서 학생인권 법적 근거들을 순차적으로 마련하게 된 것이다. 특히 광주를 비롯한 서울, 경기, 전북 등 전국 각지에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그 탄력을 받으며 많은 지역에 조례를 뿌리 내렸고, 다양한 지역교육 정책들을 생산해나가고 있어 학생인권을 보편화해가고 있다.

이처럼 학생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학교 현장에서 학생인권 침해가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학생인권실태조사를 진행하여 그 결과를 발표했다. 광주시교육청이 2년마다 학생인권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 것에 비해, 민간단체에서 주도적으로 매년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상황일 수밖에 없다. 실제 학생들의 인권 상황이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 일상적으로 파악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참가자 5845명 중 광주는 330명(5.6%)의 청소년이 참여하였다. 조사결과, 광주시교육청 차원에서 조사 구제 인력 배치 및 행정을 지원한 덕분인지, 학생들의 인권침해 경험률과 고통에 대한 감각이 다른 시도교육청에 비해 광주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체벌, 두발·복장단속, 강제 학습, 학생 의견 묵살 등과 같이 오래전부터 시민단체에서 개선을 요구해왔고, 광주시교육청 차원에서도 시정을 위해 나름 노력해 온 학생인권 문제들이 여전히 학교 현장에 존재했다. 이는 광주시교육청 차원의 학생인권 정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대목이다.

인권침해 항목별로 살펴보면, 광주는 ‘휴대전화규제(80.9%), 강제학습(69.1%), 학생의견무시(65.0%)’가 다른 시도교육청에 비해 가장 높은 인권침해 수치를 보였으며, ‘두발·복장규제(42.4%), 상벌점(46.4%), 학생인권교육 미실시(23.6%)’가 가장 낮은 인권침해 수치를 보여주었다. 이는 학생인권조례가 명시하는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행정력이 투자되었지만, 나머지 일상적인 인권침해에 대해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한 대목이며, 앞으로 학생인권 문제 해결에 대한 광주시교육청의 진정성이 필요하다.

특히 인권침해 비율이 높은 강제학습에 대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보충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미 교육부나 광주시교육청에서도 단위학교에 지침을 내려보냈다. 하지만 지속적인 지도감독에도, 교육현장에서 여전히 강제학습이 기승을 부르고 있는 상황은 강제규정이 없는 학생인권조례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주시교육청은 ‘야간자율학습 자체를 폐지’하거나 ‘강제학습 시, 학교에 페널티’를 주는 등 실질적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학생들이 학교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정도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광주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진보교육감이 연거푸 당선되어 기대가 큰 만큼 변화를 더디게 느낀 탓인지는 모른다. 다만, 이런 우려의 근거조차 뿌리 뽑기 위해서라도 광주시교육청은 보다 진정성을 가지고 학교현장의 학생인권침해문제에 대처해야 하며, 학생인권조례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인력과 행정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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