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멸하는 별들, 무명씨들에 바치는 헌사
2026년 03월 05일(목) 19:40
조정태 화가 기획전, 10일~4월 30일 무등현대미술관

조정태 화가가 오는 10일부터 4월 30일까지 기획전 ‘명멸하는 별들에게’를 연다.

“파란만장한 역사 속 스러져간 무명씨들에 대한 헌사를 담았습니다.”

외양은 거친 듯 보이지만 속은 여린 화가다. 짧은 머리카락과 깎지 않은 수염이 첫인상치고는 다소 강렬해보였다.

조정태 화가. 그러나 대화를 나눌수록 그 만의 뚜렷한 예술적 지향이 느껴졌다. 작가는 작품으로만 말한다는 고전적인 예술가의 고집도 읽혔다.

조 작가가 대형 작품만을 선보이는 기획전을 연다. 오는 10일부터 4월 30일까지 무등현대미술관.(개막식은 10일 오후 5시)

이번 전시에는 대형 캔버스(합판을 잇댄 판넬)에 작업한 대작 10여 점이 걸린다. 최근 기자는 오픈을 앞두고 미술관에서 조 작가를 만나 전시를 열게 된 계기, 작업 과정 등에 대해 들었다.

조 작가는 오래 전부터 ‘별이 된 사람들’이라는 연작 작업을 해왔다. ‘별’이란 역사의 원동력이자 이 땅에서 죽어간 이들의 넋이었다.

“각각의 별들의 이야기는 개개인으로 치환됩니다. 저는 그것을 ‘명멸’로 표현했죠. 이번 전시에서도 ‘별이 된 사람들-무등’은 무등산에서 바라본 광주의 모습을 초점화했어요. 하늘에 점점이 박힌 무수히 많은 별들은 스러져간 사람들을 은유합니다. 그 무명한 이들을 생각하며 점 하나 하나를 찍었어요. 마치 도를 닦듯”

‘죽음의 서사’
이름과 결부된 민중미술작가라는 직함은 어찌 보면 그에게는 ‘훈장’이자 ‘족쇄’였을 것 같다. 그의 이름을 많이 들었지만 첫 대면에서 느낀 그의 이미지는 ‘그냥 화가’였다. 그림밖에 모르는 ‘외골수’로도 비쳤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너무도 풍성하고 역동적이며 감성적이었다. “심상적인 작업이었다”는 말에서 그가 구현한 마음속 풍경이 궁금해졌다.

“대작을 그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심상 속에 구조화돼 있어야 가능하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당초 상정했던 대로 창작이 진행되기 어렵다”고 그는 말했다.

인간과 자연을 중첩하고 동시대성을 환기하기 위해 시공간을 자유롭게 유영했다고 한다. 그 자유로움에 대한 열망이 ‘크기’의 전환으로 이루어졌을 터였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작업실도 웬만한 크기여서는 안 될 성 싶었다. 예상대로였다. 그는 지인의 시골 창고를 빌려 그림을 그렸다. 추운 겨울을 나며 작업에 몰두했을 ‘가난한 화가’의 열정과 몰입이 전해왔다.

“지난 몇 년, 저는 ‘나만의 관점은 무엇인가’, ‘내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이며,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고민했어요. 그러다 깨달았죠. 은유적, 상징적 표현이 가장 나다운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던 거죠.”

‘문명의 이기’
조 작가에 대해 전혀 모른 관객이라면 분명 그의 작품은 서정성이 강한 수채화로 다가올 것 같았다. “작가로서 스스로에 대한 자각의 지점은 서정성의 극대화”라며 “내안에 또아리를 틀고 있었던 것은 은유와 상징, 서정, 감성 같은 비유적이면서도 심상적인 것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명멸하는 별들에게’를 모티브로 하는 작품들은 ‘별이 된 사람들’, ‘문명이 된 사람들’, ‘문명의 이기’ 등이다. 자본주의 자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에서 작가는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별’을 노래하고 그것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밤하늘을 정밀한 섬광과 불빛으로 표현한 작품도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비롯해 세계 도처의 분쟁이 환기됐다. ‘죽음의 서사’는 별빛으로 은은해야 하는 밤하늘이 온통 공포탄, 포탄의 파편으로 얼룩져 있어 참혹한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정송규 무등현대미술관 관장은 “한마디로 조 화가는 열심히 하는 작가다. 눈빛을 보면 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의 굳은 심지가 은유적으로 표현된 작품들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에는 광주의 시대정신인 공동체성과 남도 특유의 정서가 깃들어 있다”며 “‘우리의 정서가 하늘로 올라가서 내려온다’는 의미는 삭막해져가는 우리 시대 결코 잃어서는 안 되는 메시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 작가는 조선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전남대 대학원을 수료했다.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2016) 및 운영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공립미술관 추천작가-전문가 매칭 지원 전시인 ‘생동하는 기억, 감각의 은유’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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