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걱정·공포…유머로 풀다
2026년 03월 05일(목) 19:25 가가
온갖 근심-마리아나 레키 지음, 장혜정 옮김
소설 속 화자(話者)는 지금 ‘엘리제 포비아’에 빠져 있다. 인터넷 불통으로 통신사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건 후 “담당 기사님께 전화 연결해드리겠습니다”라는 안내말과 함께 20분 동안 대기음으로 ‘엘리제를 위하여’를 들어야만 하는 상황에 빠져서다. 기다리는 시간에는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는 우리의 주인공은 20분 후 연결된 기사에게서 고장 원인을 듣고 반가웠지만 “집으로 방문할 사람을 연결할 테니 그 분과 일정을 잡으라”는 말을 듣고, “세상만사는 늘, 언제나 엘리제를 위한다”고 말한다.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의 짧은 소설이지만, 맛깔스런 전개와 재치 넘치는 문체 덕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아,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지”하는 생각이 떠오르며 불편했던 경험이 조금은 나은 감정으로 치환되는 경험을 하게되는 것이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소설가 마리아나 레키의 짧은 연작 소설집 ‘온갖 근심’은 일상에서 만나는 소소하고 다양한 ‘근심’의 순간들을 포착한 책이다. 때로는 갈등, 공포, 실연, 신경증, 상실 등 무거운 감정들도 등장하지만 우리 주변 어디서든 만날 것 같은 ‘이웃들’을 등장시켜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게 풀어낸다.
심리학 잡지 ‘오늘의 심리학’에 발표한 글을 묶은 책은 독일에서 20만부 넘게 팔렸고 독일 대표 언론 쥐드도이체차이퉁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책은 독일 평단으로부터 “감정을 과장하지도, 희화화하지도 않으면서…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위로이자 포옹 같은 책”, “풍부한 인간 통찰의 보고(寶庫)” ,“삶을 바라보는 정직한 시선, 상쾌한 유머, 한조각의 지혜로 쓴 책” 등의 호평을 받았다.
‘나’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은 크고 작은 걱정거리를 안고 있는데, 어디서든 있을 법한 일들이다.
표제작 ‘온갖 근심’에는 실연의 아픔으로 슬퍼하는 열여섯 살 소녀 리자가 등장한다. 소녀는 남자친구와의 온갖 추억에 붙들려 자신이 일을 그르쳤을지 모른다며 자책하고 헤어짐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고 있는 중이다. 이 때 등장한 동네 어른 ‘폴’은 ‘지속적으로 심리 안정을 보장하는 물건’이 제대로 역할을 발휘할 수 있도록 “꽉 붙잡고 있어요. 슬픔이 어디 못가게 꽉”이라는 말로 리자를 미소짓게한다.
‘공포’를 주제로 한 작품도 흥미롭다. 엘리베이터에 갇혀버린 ‘나’는 공포에 질린 중년 여성을 품에 안고, 무슨 노래든 불러달라는 그녀의 청을 외면하지 못한채 노래를 흥얼거리다 정작 자신의 공포를 감지할 새가 없었다. 하지만 이틀 후 아예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는 공포에 빠진 그녀는 안전요원의 무한한 친절을 장착하고 무사히 엘리베이터를 탄다.
책에는 “다른 사람들 마음은 반짝반짝 광이 나는데 내 마음만 엉망진창인 것 같다”고 느끼는 카페주인, 만우절 거짓말의 핵심은 “정확히 그 사람에 맞추어 짠 아이디어로 상대의 심장을 아주 잠깐 덜컹 내려앉게 했다가 다시 안도하게 해주는 데 있다”는 신념을 갖고 ‘진심’으로 거짓말을 구상하는 가족, 장례식에 틀 노래와 추도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도 등장한다. <현대문학>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나’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은 크고 작은 걱정거리를 안고 있는데, 어디서든 있을 법한 일들이다.
표제작 ‘온갖 근심’에는 실연의 아픔으로 슬퍼하는 열여섯 살 소녀 리자가 등장한다. 소녀는 남자친구와의 온갖 추억에 붙들려 자신이 일을 그르쳤을지 모른다며 자책하고 헤어짐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고 있는 중이다. 이 때 등장한 동네 어른 ‘폴’은 ‘지속적으로 심리 안정을 보장하는 물건’이 제대로 역할을 발휘할 수 있도록 “꽉 붙잡고 있어요. 슬픔이 어디 못가게 꽉”이라는 말로 리자를 미소짓게한다.
‘공포’를 주제로 한 작품도 흥미롭다. 엘리베이터에 갇혀버린 ‘나’는 공포에 질린 중년 여성을 품에 안고, 무슨 노래든 불러달라는 그녀의 청을 외면하지 못한채 노래를 흥얼거리다 정작 자신의 공포를 감지할 새가 없었다. 하지만 이틀 후 아예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는 공포에 빠진 그녀는 안전요원의 무한한 친절을 장착하고 무사히 엘리베이터를 탄다.
책에는 “다른 사람들 마음은 반짝반짝 광이 나는데 내 마음만 엉망진창인 것 같다”고 느끼는 카페주인, 만우절 거짓말의 핵심은 “정확히 그 사람에 맞추어 짠 아이디어로 상대의 심장을 아주 잠깐 덜컹 내려앉게 했다가 다시 안도하게 해주는 데 있다”는 신념을 갖고 ‘진심’으로 거짓말을 구상하는 가족, 장례식에 틀 노래와 추도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도 등장한다. <현대문학>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