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리·주토피아 부지 사용도 못해보고…남은 건 소송 뿐
2026년 02월 03일(화) 20:05
“전남도, 신안 도초도 소유자에 환매권 미통지로 4억 배상” 판결
사업 검토 부족, 부지매입비·배상금 등 예산 낭비…도, 항소키로
전남도가 신안 섬에 ‘사파리 아일랜드’를 조성하려다 포기한 것과 관련, 기존 토지 소유자들의 환매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4억여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전남도가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들인 부지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부지매입비부터 손해배상금까지 애꿎은 예산만 낭비하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광주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52부 주채광 부장판사는 최근 신안군 도초도 일대 원 토지소유주 31명이 전남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남도가 토지소유주들에게 4억 985만여원에 더해 환매권 소멸일 이후 소요된 일수만큼 지연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원고들은 지난 2013년 전남도가 공익사업인 ‘사파리 아일랜드 조성사업’을 하겠다며 협의 하에 토지들을 취득한 이후, 사업이 중단됐는데도 환매권 발생 사실을 통지하지 않아 환매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소를 제기했다. 환매권은 토지의 원 소유자가 보상금 상당액을 지급하고 토지를 되찾을 수 있는 권리를 가리킨다.

전남도는 앞서 지난 2012~2014년 총 68억원을 주고 도초도 사파리아일랜드 부지를 매입했다.

지난 2005년 ‘전남 섬 관광자원개발사업 기본계획’ 중 하나로 야생 동물원 조성 대상지를 신안 도초도로 선정하고, 7억원의 예산을 들여 ‘야생동물 복원공원 조성 및 기본구상 용역’, ‘사파리 아일랜드 관광단지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한 데 따른 조치였다.

도초도 발매리 일원에 132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사파리와 체험·놀이시설, 화조원, 숙박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사파리아일랜드 조성 사업은 2014년 9월 사업 타당성 등에 문제가 제기되면서 전면 중단됐다.

육지 동물원과의 차별화, 배로 1시간 가까이 들어가야만 하는 접근성 문제, 민간 투자자 유치 문제 등으로 사업 추진이 더디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후 해당 부지는 2021년 신안군에 매각돼 ‘아일랜드 주토피아 조성 사업’ 대상 부지로 변경됐다.

신안군은 국비 218억원, 도비 43억원, 군비 174억원, 민간자본 817억원 등 1252억원을 투입해 초식동물 사파리, 펫공원, 동물테마파크, 숙박지구 등을 조성한다고 했었다.

이 때 전남도는 사업 중단 이후로도 원고들에게 환매권 발생 사실을 통지하지 않았는데, 결국 토지 취득일로부터 6년이 경과하면서 토지보상법에서 정한 환매권 행사 기간이 지나버렸다는 것이 원고들 주장이다.

전남도는 재판에서 “환매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하려고 해당 부지를 매입했지만, 이후 관광지 지정·고시, 관광지 조성계획 승인 고시 등 행정절차를 밟은 적이 없으니 ‘공익사업 부지’ 요건이 채워지지 않았다는 것이 전남도 주장이다.

또 “토지 취득 절차를 토지보상법이 아닌 공유재산법에 따라 ‘자발적 매매계약’으로 진행했으니 토지보상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신안군에서 다른 공익사업을 이어 하기로 했으니 환매권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등 주장도 펼쳤다.

반면 재판부는 “신안군의 공문에서도 ‘토지보상법에 따라 토지 등 취득·보상 협의를 요청한다’고 기재돼 있고, 설령 자발적인 매매라고 해도 협의취득 절차가 공유재산법상 매매계약으로 전환됐다고 볼 수 없다”며 “관광진흥법상 지정·고시·승인 등 유무를 기준으로 토지보상법상 공익사업 해당 여부를 판단할 것도 아니다”고 판시했다.

또 “신안군이 해당 부지와 관련 ‘아일랜드 주토피아’ 조성사업 계획을 수립한 것은 사실이나, 그 사업이 토지보상법상 사업 인정을 받은 것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공익사업 변경에 따라 환매권 행사가 제한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전남도는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남도는 유사한 소송 2건이 더 걸려 있는 상황이라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손해배상금으로만 10억여원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 관계자는 “토지보상법 자체가 공익사업에 대한 보상을 규정하고 있는 건데, 애초 이 사업은 공익사업 절차를 제대로 밟지도 못하고 계획만 있던 상태였다”며 “공익사업 인정 여부를 법리적으로 엄격하게 다뤄 주길 바란다는 취지로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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