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주청사 ‘판도라 상자’ 열렸다 ‘솔로몬의 지혜’ 찾아라
2026년 01월 26일(월) 19:40 가가
청사 이전은 생존의 문제…정치공학 아닌 미래 경쟁력 고려해야
시·도·정치권 합의 못하면 행정통합 논의 자체가 물거품 될수도
시·도·정치권 합의 못하면 행정통합 논의 자체가 물거품 될수도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25일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 검토 간담회’에 대해 아쉬움을 표명하자 김영록 전남지사가 위로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통합청사 위치’라는 암초를 만났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26일 긴급 기자 차담회를 열어 “청사 위치를 논의 테이블에 올린다면 광주가 주청사가 돼야 한다”고 선언한 것은, 전날 3차 간담회에서 도출된 ‘전남 주청사’ 기류에 대한 지역 내 폭발적인 반발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만큼 휘발성이 높은 현안이자 시·도민 갈등까지 부를 수 있는 현안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통합을 추진했던 대구·경북도도 통합청사 위치를 놓고 갈등을 빚은 끝에 통합이 무산됐다.
◇왜 ‘판도라의 상자’인가= 강 시장이 통합과정에서 여러 차례 청사 위치 문제를 ‘판도라의 상자’라고 비유했다.
광주 시민들에게 ‘청사 이전’은 단순한 행정기관의 이동이 아닌, 도시의 성쇠가 달린 생존의 문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광주는 지난 2005년 전남도청이 광주 동구에서 무안군 남악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뼈아픈 경험을 했다.
도청 주변 상권은 급격히 붕괴했고, 도심 공동화 현상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난제로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통합 후 출범할 특별시의 본청마저 전남으로 간다면, 광주는 ‘껍데기만 남은 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강 시장은 “도청 이전의 트라우마가 채 가시기도 전에 통합청사마저 내줄 수는 없다는 것이 시민들의 확고한 정서”라며 “이는 논리나 효율성을 떠나 지역민의 자존심과 직결된 문제”라고 진단했다.
◇정치권의 섣부른 ‘빅딜’ 시·도= 이번 논란의 불씨는 지역 국회의원들이 주도한 3차 간담회에서 지펴졌다.
당시 회의장에서는 “광주가 통합시의 명칭을 가져가는 대신, 실질적인 청사는 전남에 양보하자”는 식의 이른바 ‘빅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행정의 효율성과 주민 편의를 무시한 정치 공학적 셈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회의 막판 다수의 의원이 이석한 상태에서 소수 인원이 모여 지역의 백년대계인 청사 위치를 ‘가안’ 형태로 결정한 절차적 정당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지역 국회의원은 “통합의 목적은 수도권에 대응하는 초광역 경제권을 만드는 것인데, 단순히 기관을 하나씩 나눠 갖는 식의 기계적 균형 논리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남 동부권 주민들의 접근성을 고려할 때, 지리적 중심인 광주를 배제하고 서쪽 끝인 무안에 주청사를 두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논란으로 비화할 조짐도=이번 사태는 이재명 대통령이 사전에 경고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앞서 통합 논의 과정에서 “청사 문제만큼은 예민하니 ‘1청사, 2청사’로 위계를 나누지 말고 ‘광주 상무청사, 전남 무안청사’ 등으로 지역명을 붙여 대등하게 표현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는 청사 위치가 결정되는 순간 한쪽은 ‘본류’, 다른 쪽은 ‘지류’로 인식되어 지역 간 갈등이 폭발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통합 무산 위기 역시 청사 위치를 둘러싼 이견이 결정적 원인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광주·전남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안군의회는 “광주·전남특별시 주 청사의 소재지를 전남도청이 위치한 무안군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26일 촉구했다.
무안군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주 청사 소재지 문제는 전라남도의 정체성과 도민의 자존감, 지역 균형발전의 향방을 좌우하는 핵심 사안”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군의회는 주 청사를 전남도의 행정수도인 무안군으로 확정하고 청사의 기능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통합청사 운영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통합 공청회에서도 무안군민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광주·전남 행정통합 취지에 맞게 주청사 위치는 전남도청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솔로몬의 지혜’ 가능할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장 특별법 발의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전·충남과의 속도 경쟁 때문에 30일 이전에는 결론을 내야 한다.
강 시장은 “청사 소재지를 법에 명시하지 않고, 통합 후 조례로 정하거나 순환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묘안이 있을 수 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시장 집무실을 광주, 무안, 순천 등에 분산 배치해 며칠씩 순환 근무하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미 지역 여론에 불이 붙은 상황에서, 내일 열릴 4차 회의에서 극적인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광주 주청사’를 고수하는 강 시장과 ‘전남 주청사’를 주장하는 일부 정치권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어렵게 쌓아온 행정통합 논의 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통합의 성패는 지역 정치권이 유·불리를 떠나 시·도민의 실질적인 이익과 미래 경쟁력을 위해 얼마나 대승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강기정 광주시장이 26일 긴급 기자 차담회를 열어 “청사 위치를 논의 테이블에 올린다면 광주가 주청사가 돼야 한다”고 선언한 것은, 전날 3차 간담회에서 도출된 ‘전남 주청사’ 기류에 대한 지역 내 폭발적인 반발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만큼 휘발성이 높은 현안이자 시·도민 갈등까지 부를 수 있는 현안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통합을 추진했던 대구·경북도도 통합청사 위치를 놓고 갈등을 빚은 끝에 통합이 무산됐다.
광주 시민들에게 ‘청사 이전’은 단순한 행정기관의 이동이 아닌, 도시의 성쇠가 달린 생존의 문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도청 주변 상권은 급격히 붕괴했고, 도심 공동화 현상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난제로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통합 후 출범할 특별시의 본청마저 전남으로 간다면, 광주는 ‘껍데기만 남은 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정치권의 섣부른 ‘빅딜’ 시·도= 이번 논란의 불씨는 지역 국회의원들이 주도한 3차 간담회에서 지펴졌다.
당시 회의장에서는 “광주가 통합시의 명칭을 가져가는 대신, 실질적인 청사는 전남에 양보하자”는 식의 이른바 ‘빅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행정의 효율성과 주민 편의를 무시한 정치 공학적 셈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회의 막판 다수의 의원이 이석한 상태에서 소수 인원이 모여 지역의 백년대계인 청사 위치를 ‘가안’ 형태로 결정한 절차적 정당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지역 국회의원은 “통합의 목적은 수도권에 대응하는 초광역 경제권을 만드는 것인데, 단순히 기관을 하나씩 나눠 갖는 식의 기계적 균형 논리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남 동부권 주민들의 접근성을 고려할 때, 지리적 중심인 광주를 배제하고 서쪽 끝인 무안에 주청사를 두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논란으로 비화할 조짐도=이번 사태는 이재명 대통령이 사전에 경고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앞서 통합 논의 과정에서 “청사 문제만큼은 예민하니 ‘1청사, 2청사’로 위계를 나누지 말고 ‘광주 상무청사, 전남 무안청사’ 등으로 지역명을 붙여 대등하게 표현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는 청사 위치가 결정되는 순간 한쪽은 ‘본류’, 다른 쪽은 ‘지류’로 인식되어 지역 간 갈등이 폭발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통합 무산 위기 역시 청사 위치를 둘러싼 이견이 결정적 원인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광주·전남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안군의회는 “광주·전남특별시 주 청사의 소재지를 전남도청이 위치한 무안군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26일 촉구했다.
무안군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주 청사 소재지 문제는 전라남도의 정체성과 도민의 자존감, 지역 균형발전의 향방을 좌우하는 핵심 사안”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군의회는 주 청사를 전남도의 행정수도인 무안군으로 확정하고 청사의 기능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통합청사 운영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통합 공청회에서도 무안군민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광주·전남 행정통합 취지에 맞게 주청사 위치는 전남도청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솔로몬의 지혜’ 가능할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장 특별법 발의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전·충남과의 속도 경쟁 때문에 30일 이전에는 결론을 내야 한다.
강 시장은 “청사 소재지를 법에 명시하지 않고, 통합 후 조례로 정하거나 순환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묘안이 있을 수 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시장 집무실을 광주, 무안, 순천 등에 분산 배치해 며칠씩 순환 근무하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미 지역 여론에 불이 붙은 상황에서, 내일 열릴 4차 회의에서 극적인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광주 주청사’를 고수하는 강 시장과 ‘전남 주청사’를 주장하는 일부 정치권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어렵게 쌓아온 행정통합 논의 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통합의 성패는 지역 정치권이 유·불리를 떠나 시·도민의 실질적인 이익과 미래 경쟁력을 위해 얼마나 대승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