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성공을 위한 묘책-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2025년 06월 24일(화) 00:00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통한 RE100 실현 ▲실효적인 탄소중립 정책 추진 ▲정의로운 전환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등을 약속한 바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의의 실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새 정부가 이러한 전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정책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실질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대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정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하나의 실천적 해법이 있다.

바로 노후 핵발전소인 한빛1·2호기의 수명연장을 즉각 중단하는 것이다. 이는 이념적 주장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기반한 제안이다.

한빛1·2호기는 각각 1985년과 1986년에 가동을 시작해 2025년과 2026년에 설계수명이 도래한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은 2023년 이미 수명연장을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강행 중이다. 문제는 이 두 원전이 지금까지 100건이 넘는 사고를 기록했고 격납건물 철판 부식, 내진 설계 미비, 제어봉 오작동 등 심각한 기술적 결함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는 옛날 기준에 따라 부실하게 작성되었고 중대사고 대응방안과 주민 보호 대책도 빠져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역 주민의 동의 없이 이러한 절차가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빛1·2호기의 수명연장을 중단하면 그에 상응하는 송전용량을 확보할 수 있어 현재 막혀 있는 재생에너지 계통 연계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동시에 논란이 되고 있는 신안~계룡 송전선로 건설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이 선로는 15개 시군구를 가로지르며 250여 개의 송전탑을 설치하는 계획으로 주민 건강권과 환경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도 추가적인 송전망 건설에 국민 세금이 투입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정책적 효율성과 사회적 수용성 측면 모두에서 유리하다. 게다가 현재 한빛1·2호기는 아직 수명연장 여부가 최종 결정되지 않은 단계이기 때문에 월성1호기 폐쇄 때와는 달리 사법적·정치적 부담도 없다.

이미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 달성을 선언했고 국내에서도 SK하이닉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이 흐름에 합류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효율적인 설계와 냉각 기술의 발전 덕분에 안정화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기반 인프라는 지역 산업 유치와 지역경제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강조한 ‘재생에너지 기반의 데이터센터 구축’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특히 호남권은 전국 최대의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이다.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발전 잠재력이 매우 높고 향후 지역경제의 지속가능한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보면 한빛1·2호기 수명연장 중단은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 성공을 위한 묘책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이재명 정부 역시 우려스러운 대목이 있다. 아직 국정과제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핵발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유보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공약했지만 일부 대선 토론에서는 “필요하다면 수명 연장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고, 선거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한수원과 원전 계속운전과 SMR 개발을 약속하는 정책 협약을 맺기도 했다. SMR지원 특별법도 발의된 상황이다.

이런 흐름은 새 정부가 핵발전 유지와 진흥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시대착오다. 미국의 쓰리마일, 소련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 모두 ‘핵발전 선진국’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안전이 담보된 원전”이라는 말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표현이다. 예측할 수 없는 위험 앞에서의 기술 낙관은 결국 미래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남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체제가 아니다. 분산형 재생에너지 기반의 정의로운 전환이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란 단지 에너지원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 주민의 안전과 환경권을 보장하고 참여권을 존중하며,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지역경제의 기반을 마련하는 전환이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결단의 시점이다. 새 정부는 기후 위기와 에너지 불평등이라는 복합적 위기 앞에 정면으로 응답해야 한다. 한빛1·2호기의 수명연장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기반의 지역 에너지 체제를 강화함으로써 호남권을 정의로운 전환의 선도지역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정부의 모습일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원전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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