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호통 “보건소장까지 해놓고 왜 구호조치도 안했나”
2025년 06월 11일(수) 20:20
교통사고 내고 119 신고 안해
하천수 마시느라 20분 방치 사망
구형량보다 높은 금고 4년 선고

/클립아트코리아

“2억원 돈 때문에 피해자가 살아 돌아올 수 있겠습니까? 피고인 가족이 그렇게 당했다면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11일 오전 광주지법 402호 법정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전 화순군 보건소장 A(64)씨를 향한 장찬수 부장판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A씨는 지난해 12월 26일 밤 10시께 화순군 화순읍의 화순천을 가로지르는 한 굴다리에서 차를 몰고 가다 B(당시 58)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교통사고를 내고도 119에 신고하는 등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인근 화순천으로 가 하천수를 마시는 등 20여분간 피해자를 방치해 사망케 한 혐의를 받았다.

장 판사는 이날 A씨에 대해 금고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검찰의 구형(금고 3년)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장 판사는 “A씨는 피해자에게 2억원을 공탁했으나, 유족들은 엄벌을 탄원하며 공탁금 수령을 거부했다”면서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질 각오는 돼 있느냐, 죄송하다는 말로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지적했다.

B씨는 가족의 신고로 사고 발생 20여분만에 응급 조치를 받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3일 뒤 숨졌다. A씨는 사고 직후 하천 물을 들이키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는 점에서 음주운전 의심을 받았으나,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애초 A씨를 유기치사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은 A씨의 이상 행동과 B씨의 사망 간 인과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교특법으로만 기소했다.

재판부는 “지자체 보건소장까지 역임한 피고인이 골든타임 내에 119 신고를 하지 않고 마시기에 적절하지 않은 하천물을 마시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한 결과 피해자 병원 이송이 늦어져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졌다”며 “유족이 현재까지 엄벌을 바라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B씨 유족들은 국회전자청원에 ‘교통사고 후 피해자 방치로 인한 사망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을 제기한 상태로, 해당 청원은 11일 기준 5만 1021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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