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끊긴 물고기 길 … 생태 흐름도 막혔다
2025년 06월 10일(화) 20:20 가가
광주·전남 어도 114개 실태 점검 <1> 생태통로 아닌 장애물
수중 생태계 연결하는 魚道
입·출구 낙차 커 제 기능 못해
퇴적물 쌓인채 오래 방치도
생태계 확보 기능 회복 절실
수중 생태계 연결하는 魚道
입·출구 낙차 커 제 기능 못해
퇴적물 쌓인채 오래 방치도
생태계 확보 기능 회복 절실
전남의 어도(魚道)가 ‘꽉’ 막혔다.
어도는 물고기가 보나 댐을 지나 상류로 올라갈 수 있도록 설치된 구조물이다. 하천 생태계의 흐름을 유지하고, 수생 생물의 산란과 회귀를 돕는 기본적인 시설이지만, 현장점검 결과 흙더미에 막히거나 애초 설계가 잘못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어도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일보는 3개월에 거쳐 광주·전남의 불량어도 114개를 일일이 찾아 실제 어도에서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지 파헤치고, 생태계 복원과 어류 보호를 위해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 4회에 걸쳐 보도한다.
하천의 자연스런 흐름을 유지하면서 수중 생태계를 연결하는 어도(魚道)가 ‘생태 통로’가 아닌, ‘생태계 교란 장애물’로 전락했다. 하천 생물의 이동과 물길의 변화를 고려하기는 커녕, 보여주기식으로 설치된 경우가 많아 생태계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능 회복이 절실하다.
특히 광주·전남에서는 하천 주변에 설치된 어도도 많지 않고 그나마 어도가 조성된 보에서도 수생 생물의 산란과 회귀를 막는 장애물이 된 지 오래다.
광주일보가 최근 3개월 간 한국 농어촌공사가 판정한 광주·전남 지역 ‘불량’ 어도 114개를 일일이 찾아 다니며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대부분 어도는 입·출구 단차가 지나치게 높게 설치됐거나 오랜 기간 쌓인 퇴적물 등으로 물 흐름이 막히는가 하면, 관리 부실 등이 맞물리면서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담양군 용면 쌍태리에 조성된 어도(추성리 1 어도1)의 경우 물이 전혀 흐르지 않는 ‘물고기 길’로 전락한 상태였다. 생태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입출구 높낮이 차이를 크게 조성하다보니 물고기가 뛰어오르기는 커녕, 이동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그나마 오랜 기간 방치되면서 하천 퇴적물만 가득했다.
인근 어도(추성리2 어도1)도 물 흐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검게 오염됐고 어도 내부는 스티로폼 쓰레기가 수생 생물 흐름을 막고 있었다. 물고기가 접근할 수 없도록 입구와 출구 내부 구조물 모두 낙차가 30cm 이상으로 컸다.
장흥군 유치면에 조성된 보(洑) 옆에 설치된 어도(용지어도1)는 유지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어도 내 설치된 구조물 상당수가 파손된 채 내버려져 있었다. 인근 어도(관동리1 어도)도 구조물이 깎이고 퇴적물이 쌓이면서 물 흐름이 멈춘 상태였다.
10일 현재 전국에 설치된 어도는 5573개로, 한국농어촌공사가 파악한 개·보수 대상만 3864개(69.3%)다. 이들 어도 중 제 역할을 못하는 ‘미흡’한 어도가 2936개, 기능할 수 없는 망가진 ‘불량’ 어도가 928개다. 한국농어촌공사도 정상적 기능을 갖춘 어도가 4.2%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을 정도다.
생물학적 흐름을 고려해 보의 높이·물 흐름 정도나 어종 이동 시기, 방식 등이 반영되지 않다보니 ‘생태 통로’의 기능보다 설치하는 데만 치중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법적으로 설치가 의무화된 1997년 이후부터 어도 수는 급속히 늘어난 반면, 유지관리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은 따라가지 못하면서 불량 어도가 크게 증가했다.
광주·전남이라고 다르지 않다. 광주의 경우 30개 어도 중 그나마 쓰임새를 갖춘 ‘양호’한 어도는 5개에 불과했다.
개·보수가 필요하다는 어도가 83.3%(25개)로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을 제외하면 가장 높았다. 미흡한 어도(23개)와 불량 어도(2개) 등이었다.
전남도 953개 어도 중 제 기능을 하는 ‘양호’한 어도는 241개 뿐이었고 나머지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미흡’한 어도(605개)나 아예 못쓰는 ‘불량’ 어도(107개) 등으로 이들 어도 비율이 74.7%에 달했다.
그나마 농어촌공사가 자체적으로 구조적 기능만 고려해 조사한 수치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주변 환경·식생 등 생태계를 고려한 점검이 이뤄질 경우 미흡·불량 어도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점쳐진다.
어도의 기능 상실은 단순 구조물 파손 문제가 아니라, 하천 생태 흐름을 막고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
어도를 오가는 국내 회유성 어종만 147종에 이른다는 게 환경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이들 이동 경로가 막히면 생물 다양성이 위협받고, 산란 실패로 이어지며 개체 수 감소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어도의 기능 유지는 곧 어종 보전과 직결된다는 얘기다.
주먹구구식으로 만들다보니 조성 당시보다 개·보수 하는데 몇 배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등 예산 낭비도 심각한 형편이다.
전남도만 하더라도 수산자원 회복과 내수면 어업 기반 강화를 내세워 국비 8억원을 들여 화순·나주·장성 지역 ‘불량’ 어도 5개를 수리중이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광주·전남 ‘불량’ 어도 114개의 기능을 개선하는 비용만 2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관리 부실로 시간이 갈수록 불량 어도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어도 기능 회복에 들어가는 예산은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이정래 환경실천연합회전남본부 환경운영위원장은 “어도는 보(洑)의 단순 부속물이 아니라 ‘생명 인프라’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생태형 어도 설계와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통해 망가진 생태기능을 되살리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어도는 물고기가 보나 댐을 지나 상류로 올라갈 수 있도록 설치된 구조물이다. 하천 생태계의 흐름을 유지하고, 수생 생물의 산란과 회귀를 돕는 기본적인 시설이지만, 현장점검 결과 흙더미에 막히거나 애초 설계가 잘못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어도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천의 자연스런 흐름을 유지하면서 수중 생태계를 연결하는 어도(魚道)가 ‘생태 통로’가 아닌, ‘생태계 교란 장애물’로 전락했다. 하천 생물의 이동과 물길의 변화를 고려하기는 커녕, 보여주기식으로 설치된 경우가 많아 생태계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능 회복이 절실하다.
담양군 용면 쌍태리에 조성된 어도(추성리 1 어도1)의 경우 물이 전혀 흐르지 않는 ‘물고기 길’로 전락한 상태였다. 생태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입출구 높낮이 차이를 크게 조성하다보니 물고기가 뛰어오르기는 커녕, 이동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그나마 오랜 기간 방치되면서 하천 퇴적물만 가득했다.
인근 어도(추성리2 어도1)도 물 흐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검게 오염됐고 어도 내부는 스티로폼 쓰레기가 수생 생물 흐름을 막고 있었다. 물고기가 접근할 수 없도록 입구와 출구 내부 구조물 모두 낙차가 30cm 이상으로 컸다.
장흥군 유치면에 조성된 보(洑) 옆에 설치된 어도(용지어도1)는 유지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어도 내 설치된 구조물 상당수가 파손된 채 내버려져 있었다. 인근 어도(관동리1 어도)도 구조물이 깎이고 퇴적물이 쌓이면서 물 흐름이 멈춘 상태였다.
10일 현재 전국에 설치된 어도는 5573개로, 한국농어촌공사가 파악한 개·보수 대상만 3864개(69.3%)다. 이들 어도 중 제 역할을 못하는 ‘미흡’한 어도가 2936개, 기능할 수 없는 망가진 ‘불량’ 어도가 928개다. 한국농어촌공사도 정상적 기능을 갖춘 어도가 4.2%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을 정도다.
생물학적 흐름을 고려해 보의 높이·물 흐름 정도나 어종 이동 시기, 방식 등이 반영되지 않다보니 ‘생태 통로’의 기능보다 설치하는 데만 치중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법적으로 설치가 의무화된 1997년 이후부터 어도 수는 급속히 늘어난 반면, 유지관리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은 따라가지 못하면서 불량 어도가 크게 증가했다.
광주·전남이라고 다르지 않다. 광주의 경우 30개 어도 중 그나마 쓰임새를 갖춘 ‘양호’한 어도는 5개에 불과했다.
개·보수가 필요하다는 어도가 83.3%(25개)로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을 제외하면 가장 높았다. 미흡한 어도(23개)와 불량 어도(2개) 등이었다.
전남도 953개 어도 중 제 기능을 하는 ‘양호’한 어도는 241개 뿐이었고 나머지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미흡’한 어도(605개)나 아예 못쓰는 ‘불량’ 어도(107개) 등으로 이들 어도 비율이 74.7%에 달했다.
그나마 농어촌공사가 자체적으로 구조적 기능만 고려해 조사한 수치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주변 환경·식생 등 생태계를 고려한 점검이 이뤄질 경우 미흡·불량 어도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점쳐진다.
어도의 기능 상실은 단순 구조물 파손 문제가 아니라, 하천 생태 흐름을 막고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
어도를 오가는 국내 회유성 어종만 147종에 이른다는 게 환경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이들 이동 경로가 막히면 생물 다양성이 위협받고, 산란 실패로 이어지며 개체 수 감소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어도의 기능 유지는 곧 어종 보전과 직결된다는 얘기다.
주먹구구식으로 만들다보니 조성 당시보다 개·보수 하는데 몇 배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등 예산 낭비도 심각한 형편이다.
전남도만 하더라도 수산자원 회복과 내수면 어업 기반 강화를 내세워 국비 8억원을 들여 화순·나주·장성 지역 ‘불량’ 어도 5개를 수리중이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광주·전남 ‘불량’ 어도 114개의 기능을 개선하는 비용만 2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관리 부실로 시간이 갈수록 불량 어도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어도 기능 회복에 들어가는 예산은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이정래 환경실천연합회전남본부 환경운영위원장은 “어도는 보(洑)의 단순 부속물이 아니라 ‘생명 인프라’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생태형 어도 설계와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통해 망가진 생태기능을 되살리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