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창업가’ 최은석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 확고해야”
2025년 04월 16일(수) 11:20
졸업 전에 억대 수입 일궈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

청년 창업가 최은석 씨가 각 원두에서 나온 추출액을 시향 중이다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자기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해나가야 합니다.”

대학 졸업도 전에 광주에서 세 차례 매장을 열고, 억대 수입을 일궈내고, 나아가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해 장학 재단 설립까지 꿈꾸는 이가 있다.

주인공은 광주시 동구 충장로와 동명동에서 카페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최은석(30)씨. 최씨는 지역사회 상생모델인 ㈜시점의 대표이기도 하다.

최씨는 2015년 조선대 경영학과를 입학한 뒤 일반 휴학 4학기를 모두 사용하고 최대 6년간 사용할 수 있는 창업휴학 중이다.

현재 광주에서 최씨가 운영하는 가게는 카페 다이노 커피(금남로 4가), 포브 하우스(충장로), 디저트 유통 채널 이코 한옥(동명동) 3곳이다.

최 씨의 ‘창업 인생’은 2017년 군 복무 당시 인기였던 ‘백종원의 푸드트럭’에서 영감을 받으며 시작됐다.

군대에서 우연히 본 프로그램에 그는 학과 동기들과 “우리도 푸드트럭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공유했다. 평소 실행에 있어 ‘불도저’같은 성격의 그는 한번 꽂힌 ‘창업’이라는 목적에 푹 빠져 말년 휴가 내내 푸드트럭 창업 준비에 매진했다.

그렇게 그와 친구들은 전역한 지 사흘 만에 담양 대나무 축제를 시작으로 첫 장사에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 최씨와 친구들은 두 달여간 전국을 돌며 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후 최씨는 담양의 한 공업단지 인근에서 반찬가게를 열었다. 위생과 맛이 만족스러운 식당이 많지 않다는 허점을 파고들었다. 최씨는 3000만 원의 초기 비용을 들여 600여 명의 공단 노동자들을 타깃으로 장사를 시작했고 하루 100만 원의 수익을 내는 성과를 거뒀다.

최씨의 창업 여정이 매일 순항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2020년 광주시 동구 계림동 ‘빈집 청년 프로젝트’ 1기로 선정돼 2년간 무상으로 건물을 임대 받아 갤러리 카페를 운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로 인한 집합 금지 명령이 내려지면서 6개월간 손님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1년 치 전시 계약을 맺어놨던 탓에 최 씨는 위약금을 물어주는데 2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스스로를 실행력이 강하고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이라고 칭하는 그는 쓰라린 실패에도 새로운 문을 여는데 거침 없었다.

그는 얼마 후 동구청(공공기관), SK브로드밴드(대기업)와 상생협약을 맺고 ‘다이노 커피’를 창업했다. 이후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동명동에 카페 ‘포브하우스’를 차렸고, 광주시 동구가 빈집을 활용해 만든 사회적 경제 협업 공간인 ‘이코한옥’에서 지역 농산물과 지역 카페 디저트 유통 채널을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청년 창업가 최은석씨.
창업에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건 다름아닌 ‘사람’이었다.

최씨는 “혼자서 창업을 성공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운영중인 사업들은 기술보다는 마케팅과 운영 방식에 의존하는 분야다보니 함께하는 이들의 역할이 무척이나 중요했다. 하지만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감정보다 실행력을 우선시하다 보니 주변을 세심하게 돌보지 못했다. 밤낮없이 일하다 보니 직원들도 자연스레 같은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곁을 떠났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때 경험을 통해 사람에 더 신경을 쓰려고 한다. 단순히 ‘직원’이 아니라 같은 배를 탄 ‘팀원’으로 생각하고 함께 동기부여해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웃어 보였다.

그가 창업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장 조사’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데 드는 노력이나 시간은 전체 과정에서 10중 1에 불과하다는 것.

그는 “창업에 있어 보통 6개월이 소요되는데, 4개월은 시장 상황 파악, 이후 1개월은 생산 공정 점검, 1개월은 제품과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어린 나이에 창업을 시작하다 보니 운이 좋았던 순간들도 많았다.

담양 대나무 축제 푸드트럭 장사에 앞서 군청 사전 신청 시기가 늦어 자칫 시작조차 하지 못할 뻔했지만 담당 주무관이 사정을 듣고 관련 조례를 찾아보며 신청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 창업에 관심이 생길 즈음 대학 내 창업동아리가 신설돼 1기로 활동할 수 있었다. ‘빈집 청년 체험 프로젝트’ 1기로 활동하며 2년간 무상으로 건물을 임대 받고, 중소벤처기업부 ‘로컬 크리에이터’ 사업이 광주에서 처음 선정되면서 4000만 원의 지원을 받아 창업 아이템을 현실화하는데 사용하기도 했다.

3개의 가게를 운영하던 그해 수익은 600만 원 남짓이었다. 하지만 꾸준한 아이템 발굴과 시장 분석으로 매년 500%씩 성장세를 보였고 지난해 매출은 4억에 달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20억이고, 원대한 목표로는 600억을 보고 있다.

그는 “담양의 작은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정 환경이 어려워 전교 7등이던 성적이 한순간에 떨어질 정도로 방황했던 경험이 있다. 가난은 꿈과 밀접한 연결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청소년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장학 재단을 만들어 돕고 싶다”라고 소원했다.

청년 창업가들에게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씨는 “정부나 지자체의 청년 창업 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본인만의 비즈니스 모델 정체성을 확립하고, 방향성을 분명히 갖고 갈 수 있어야 한다. 지원금 수령 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사업이 돼서는 안된다”라고 부연했다.

/정경선 인턴기자 redvelvet27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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