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농가에 맡긴 백신 접종, 구제역 방치했나
2025년 03월 18일(화) 20:30 가가
100마리 이상 땐 자체 접종…전문가 “제대로 했다면 면역력 증가”
외국인 통한 전파 가능성…공항·항만 등 철저 방역 조치 동반돼야
영암·무안 등 10개 시·군 위기단계 ‘심각’ 발령…23일 확산 분수령
외국인 통한 전파 가능성…공항·항만 등 철저 방역 조치 동반돼야
영암·무안 등 10개 시·군 위기단계 ‘심각’ 발령…23일 확산 분수령
‘구제역 청정 지역’인 전남 한우 농가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뒤 영암·무안 한우 농가를 중심으로 확산세가 심상치않다. 공교롭게 농가를 중심으로 하는 본격적인 백신 접종 시작 시기를 한 달 앞두고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경북 다음으로 전국 최대 한우 사육 지역이라는 점에서 방역 당국은 피해 최소화를 위한 주변 환경조사와 발생원인 등을 정밀 분석 중이지만 발생 원인을 특정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백신접종했는데, 왜=축산 전문가들은 구제역 백신 면역 효과가 떨어진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전남도와 정부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백신 접종 이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7~10일이 걸리고 통상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력이 유지되는 시기가 4~5개월 정도인 점을 고려한 조치다. 백신 투여 뒤 형성된 항체는 한 달 간 가장 큰 방어력을 갖게 된 뒤 서서히 감소하는데, 3월과 9월이 구제역으로부터 가장 취약한 시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점을 들어 면역력이 약해졌을 시기에 구제역이 침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영암 구제역 확진 농가의 백신 투여시기는 모두 지난해 10월 16~22일 사이였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백신 투여 후 5개월이 지난 시점이라면 백신의 방어력은 30% 수준이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소의 건강 상태도 면역력 약화와 관련있는 만큼 농가 환경도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접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자율백신체계에 허점이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공항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방역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00마리 이상을 키우고 있는 한우 농가의 경우 사육 농가가 스스로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백신 접종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일보가 통화한 수의사는 “구제역 백신의 경우 림프를 통해 항체가 형상되는데, 정상적으로 접종했다면 백신을 거듭해 접종하는 만큼 면역력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면서 “구제역 백신을 정부의 방침대로 1년에 2번 접종하는 데도 구제역에 감염됐다거나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건 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높은 항체 형성률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전남도는 전남지역 내 구제역 백신 항체 형성률을 타 시·도 평균(98%)에 비해 1.2%포인트 낮은 96.8%로 집계했다. 한국소임상수의사회 소속 수의사는 “공공기관이 공개한 항체 형성률은 접종률 100%를 기준으로 하지만 제대로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접종률 100%는 의미가 없다”며 항체 형성률 통계 자체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외국 여행도 자제를=전남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유행하고 있는 몽골형바이러스(O형)로 모국을 오간 외국인 근로자를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공항과 항만 등에서 국내 입국 시 철저한 방역 조치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도도 이 같은 점을 고려, 영암과 무안 내 축산농가에서 근무 중인 외국인근로자들에게 모국어로 번역된 방역수칙을 전달한 상태다.
또 외국인 식료품 판매업소를 대상으로 무신고 수입축산물 판매 금지를 안내했다.
전남도는 오는 23일이 구제역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전남도는 설정한 방역 범위 내에서만 발생했는데, 범위 안에 있는 축산 농가에 대한 백신접종이 지난 16일로 마무리됐다는 점을 들어 백신 항체가 형성되는 시기인 23일쯤이면 확산세가 진정될 수 있다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한편, 전남도는 구제역 발생 엿새째인 18일 영암과 무안 등 10개 시·군에 위기단계 심각을 발령하고 서해안에 위치한 영광과 진도는 심각에 준하는 방역조치를 취한다.
도는 구제역 발생 지점을 기준으로 10㎞ 이내 우제류 농가에 백신 접종을 마쳤으며, 오는 22일까지 도내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완료할 방침이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전남도와 정부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백신 접종 이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7~10일이 걸리고 통상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력이 유지되는 시기가 4~5개월 정도인 점을 고려한 조치다. 백신 투여 뒤 형성된 항체는 한 달 간 가장 큰 방어력을 갖게 된 뒤 서서히 감소하는데, 3월과 9월이 구제역으로부터 가장 취약한 시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점을 들어 면역력이 약해졌을 시기에 구제역이 침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영암 구제역 확진 농가의 백신 투여시기는 모두 지난해 10월 16~22일 사이였다.
접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자율백신체계에 허점이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공항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방역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00마리 이상을 키우고 있는 한우 농가의 경우 사육 농가가 스스로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백신 접종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일보가 통화한 수의사는 “구제역 백신의 경우 림프를 통해 항체가 형상되는데, 정상적으로 접종했다면 백신을 거듭해 접종하는 만큼 면역력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면서 “구제역 백신을 정부의 방침대로 1년에 2번 접종하는 데도 구제역에 감염됐다거나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건 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높은 항체 형성률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전남도는 전남지역 내 구제역 백신 항체 형성률을 타 시·도 평균(98%)에 비해 1.2%포인트 낮은 96.8%로 집계했다. 한국소임상수의사회 소속 수의사는 “공공기관이 공개한 항체 형성률은 접종률 100%를 기준으로 하지만 제대로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접종률 100%는 의미가 없다”며 항체 형성률 통계 자체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외국 여행도 자제를=전남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유행하고 있는 몽골형바이러스(O형)로 모국을 오간 외국인 근로자를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공항과 항만 등에서 국내 입국 시 철저한 방역 조치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도도 이 같은 점을 고려, 영암과 무안 내 축산농가에서 근무 중인 외국인근로자들에게 모국어로 번역된 방역수칙을 전달한 상태다.
또 외국인 식료품 판매업소를 대상으로 무신고 수입축산물 판매 금지를 안내했다.
전남도는 오는 23일이 구제역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전남도는 설정한 방역 범위 내에서만 발생했는데, 범위 안에 있는 축산 농가에 대한 백신접종이 지난 16일로 마무리됐다는 점을 들어 백신 항체가 형성되는 시기인 23일쯤이면 확산세가 진정될 수 있다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한편, 전남도는 구제역 발생 엿새째인 18일 영암과 무안 등 10개 시·군에 위기단계 심각을 발령하고 서해안에 위치한 영광과 진도는 심각에 준하는 방역조치를 취한다.
도는 구제역 발생 지점을 기준으로 10㎞ 이내 우제류 농가에 백신 접종을 마쳤으며, 오는 22일까지 도내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완료할 방침이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