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여가와 도박 그 경계 어느 사이 ‘스크린 경마장’
2025년 03월 17일(월) 11:00 가가
한국마사회 광주 지사
“제발 날 좀 가만히 내버려둬! 생각 좀 하게”
넷플릭스의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 속에서 주인공 성기훈(배우 이정재)은 뒷자리에 서 있던 사람이 마권 발매를 재촉하자 불같이 화를 낸다.
이처럼 경마는 대중매체 속에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성행되는 도박의 상징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마사회에서 ‘경마장’의 이름을 도박장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경마공원’으로 개칭한 것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현재 전국에는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렛츠런파크 서울’, 제주 ‘렛츠런파크 제주’, 부산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세 곳의 경마공원이 존재한다.
오는 2026년에는 경북 영천에 ‘렛츠 런 파크 영천’가 개장할 예정이다.
정계에서는 호남권에 경마공원을 유치하자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경마공원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호남권처럼 시간적, 지리적 제약으로 경마공원 이용이 용이하지 못한 경마 팬들을 위해 한국 마사회는 수도권 21개소, 지방 5개소 총 26개소의 지사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광주 동구 구성로에 위치한 한국마사회 광주 지사도 이들 중 하나다.
한국마사회 광주지사는 지하 5층에서 지상 9층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 건물은 경기 중계와 베팅분석표 등을 볼 수 있는 스크린 경마장과 사무실, 커뮤니티홀, 문화센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마 경기가 없는 평일에는 문화센터에서 다양한 문화강좌가 이뤄지기도 한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광주지사는 아침부터 경마장을 찾은 사람들로 붐볐다.
경마장 부근에 위치한 편의점과 카페까지도 경마 예상지를 보며 나름의 방식으로 분석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 남성은 “경마가 단순해 보여도, 나름의 분석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라며 “적은 금액으로 즐긴다면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마 경기는 변동이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금요일 오전 11시, 토·일요일에는 10시 36분경에 첫 경기가 시작된다. 이후 서울·부산·제주의 경마경기가 연달아서 중계된다.
이날 중계실을 찾은 사람은 노년층이 대다수였다.
한 마사회 관계자는 “10여 년 전에는 젊은 층들도 찾았었는데, 최근 들어 젊은 층들은 물론이고, 스크린 경마장을 찾는 사람들 자체가 줄어든 편”이라며 “‘더비 온’앱 등이 출시되면서 경마장을 직접 찾지 않고도 베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이야기했다.
한국 마사회에서 운영하는 경마 베팅 방식은 크게 여섯 가지로 나뉜다.
가장 기본적인 단승은 선택한 말이 1등을 해야 당첨되며, 연승은 3위 안에만 들면 된다.
두 필의 말을 선택하는 복승은 1, 2위 안에 들면 순서와 관계없이 당첨되지만, 쌍승은 정확한 순서대로 1, 2위를 모두 맞혀야 한다.
복연승은 두 필이 모두 3위 안에 들면 당첨되는 방식이며, 세 필을 선택하는 삼복승은 선택한 말들이 1, 2, 3위를 차지하면 순서와 상관없이 적중된다.
경마장을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는 비교적 확률이 높은 단승과 연승이 추천된다.
금액은 적게는 100원부터 최대 10만 원까지 베팅 가능하다.
첫 경기가 시작되자, 조용한 현장이 일순간 달아올랐다. 여기저기서 “이랴! 이랴!” 하며 말을 모는 소리가 들렸고, 자신이 베팅한 말의 번호를 연호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기는 2분도 채 되지 않아 종료됐다.
예상을 뚫고 높은 배당을 받은 말이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면서,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 여성은 “분석을 해도 잃을 확률이 높다”며 “알면서도 한 번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다. 계속 오게 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남성은 “이 시간대에 노인들이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며 노년층이 경마장의 주 이용객인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기자가 경험해 본 경마는 ‘노름’이라는 부정적 고정관념과 달리 다른 스포츠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 이면의 아쉬움은 여전히 깊었다.
소액으로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지만, 욕심이 과해져 손실이 쌓이면 그 무게가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경마가 여가문화 중 하나로서 각광받고 있다. 마권을 모바일로 구매할 수 있는 ‘더비 온’앱이 출시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고, 경마공원들이 이색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마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는 경마 사업이 젊어질 수 있는 기회 중 하나일 것이다. 경마가 대중문화 속에서 이러한 기회를 잡고 건전한 여가 문화로 발전할 수 있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글·사진=김민규 기자 shippingman30@naver.com
넷플릭스의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 속에서 주인공 성기훈(배우 이정재)은 뒷자리에 서 있던 사람이 마권 발매를 재촉하자 불같이 화를 낸다.
이처럼 경마는 대중매체 속에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성행되는 도박의 상징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마사회에서 ‘경마장’의 이름을 도박장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경마공원’으로 개칭한 것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오는 2026년에는 경북 영천에 ‘렛츠 런 파크 영천’가 개장할 예정이다.
정계에서는 호남권에 경마공원을 유치하자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경마공원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호남권처럼 시간적, 지리적 제약으로 경마공원 이용이 용이하지 못한 경마 팬들을 위해 한국 마사회는 수도권 21개소, 지방 5개소 총 26개소의 지사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광주 동구 구성로에 위치한 한국마사회 광주 지사도 이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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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부근에 위치한 경마예상지 판매 노포. 이른 시간부터 예상지를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
한 남성은 “경마가 단순해 보여도, 나름의 분석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라며 “적은 금액으로 즐긴다면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마 경기는 변동이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금요일 오전 11시, 토·일요일에는 10시 36분경에 첫 경기가 시작된다. 이후 서울·부산·제주의 경마경기가 연달아서 중계된다.
이날 중계실을 찾은 사람은 노년층이 대다수였다.
한 마사회 관계자는 “10여 년 전에는 젊은 층들도 찾았었는데, 최근 들어 젊은 층들은 물론이고, 스크린 경마장을 찾는 사람들 자체가 줄어든 편”이라며 “‘더비 온’앱 등이 출시되면서 경마장을 직접 찾지 않고도 베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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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권구매표, 로또와 유사한 OMR 용지에 원하는 마번을 표기하면 된다. |
가장 기본적인 단승은 선택한 말이 1등을 해야 당첨되며, 연승은 3위 안에만 들면 된다.
두 필의 말을 선택하는 복승은 1, 2위 안에 들면 순서와 관계없이 당첨되지만, 쌍승은 정확한 순서대로 1, 2위를 모두 맞혀야 한다.
복연승은 두 필이 모두 3위 안에 들면 당첨되는 방식이며, 세 필을 선택하는 삼복승은 선택한 말들이 1, 2, 3위를 차지하면 순서와 상관없이 적중된다.
경마장을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는 비교적 확률이 높은 단승과 연승이 추천된다.
금액은 적게는 100원부터 최대 10만 원까지 베팅 가능하다.
첫 경기가 시작되자, 조용한 현장이 일순간 달아올랐다. 여기저기서 “이랴! 이랴!” 하며 말을 모는 소리가 들렸고, 자신이 베팅한 말의 번호를 연호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기는 2분도 채 되지 않아 종료됐다.
예상을 뚫고 높은 배당을 받은 말이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면서,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 여성은 “분석을 해도 잃을 확률이 높다”며 “알면서도 한 번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다. 계속 오게 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남성은 “이 시간대에 노인들이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며 노년층이 경마장의 주 이용객인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기자가 경험해 본 경마는 ‘노름’이라는 부정적 고정관념과 달리 다른 스포츠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 이면의 아쉬움은 여전히 깊었다.
소액으로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지만, 욕심이 과해져 손실이 쌓이면 그 무게가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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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경마공원이 이색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으며 유튜브 등지에서 관련 콘텐츠들이 확산되고 있다. |
경마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는 경마 사업이 젊어질 수 있는 기회 중 하나일 것이다. 경마가 대중문화 속에서 이러한 기회를 잡고 건전한 여가 문화로 발전할 수 있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글·사진=김민규 기자 shippingman3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