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 양면성 짙은 출판업
2025년 03월 09일(일) 13:00
‘나’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는 장점
독립출판, 자금 앞에선 독립적이지 못하다

영풍문고 내 독립서점 코너

독립출판, 즉 ‘1인 출판’은 지난 몇 년 사이 급격히 늘어났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전국에 10곳뿐이던 독립출판물 유통 공간이 지금은 600곳이 넘는다. 지난해 서울 국제도서전에서도 독립출판 코너가 큰 관심을 받으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23 출판시장 통계 Ⅱ’ 조사에서도 ‘대표 외 종사자가 없는 사업체’ 중 매출이 증가한 곳(30.0%)이 줄어든 곳(24.5%)보다 많았다. 독립출판이 변하는 시장 속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독립출판의 매력은 그 특성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저자가 직접 원고를 기획하고 판형이나 형식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저마다의 목소리가 담긴 책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특히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사람도 소비하는 사람도 20·30 여성이 많다 보니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한 1인 출판사들이 이 흐름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런 흐름을 먼저 만든 곳이 1997년 국내 최초 여성 매거진 ‘이프’를 창간한 ‘이프북스’다. 이 잡지는 여성들이 겪은 사회적 불합리함을 다뤘고 2006년 완간됐다. 그러나 2017년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페미니즘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독립출판을 시작했다. 이후 나온 대표 도서로는 ‘대한민국 페미니스트의 고백’ ‘근본없는 페미니즘’ ‘하용가’ 등이 있다.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들며 탄탄한 독자층을 만든 출판사도 있다. 바로 ‘유유’, 중국·고전·공부를 키워드로 삼은 1인 출판사다. 대표 조성웅 씨는 출판업계에서 9년 넘게 편집자로 일하다가 매번 새로운 주제로 신선한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다. 지금까지 낸 책만 240여 종. 유유는 한 명의 디자이너가 모든 디자인을 맡아 고유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재생용지와 동일한 판형을 사용해 친환경적인 출판을 실천하고 있다.

이 외에도 키덜트 전문 출판사 ‘토이필북스’와 축구 전문 출판사 ‘그리조아’ 등 다양한 개성을 지닌 1인 출판사가가 활동 중이다.

이렇게 1인 출판사가 늘어나고 있지만 혼자서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됐지만 그 안에서 살아남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유통부터 홍보까지, 1인 출판의 현실

대부분의 1인 출판사는 원고를 찾는 것부터 홍보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해낸다. 교정·교열·편집·디자인·제작 같은 일들도 직접 맡는다. 물론 편집이나 디자인, 교열 작업을 외주로 맡기기도 하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저작권료· 디자인 비용· 인쇄비 등 출판에는 꽤 많은 돈이 들어간다.

‘책과 생활’ 독립서점 입구
문제는 책이 잘 팔리지 않으면 이 모든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광주에서 ‘책과 생활’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신헌창 대표는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책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건 1인 출판이 넘기 어려운 벽이기도 하다. 신 씨는 “출판사를 시작하기 전에 어떤 책을 만들지 고민하는 건 기본”이라며 “최소한 10권 정도는 기획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낭만만으로 시작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너무 크다는 얘기다.

독립출판은 한 권을 내면 최소 1500부는 팔아야 수익이 난다. 그 돈으로 다음 책을 만들 수 있지만 1인 출판업자가 가져가는 마진은 30% 정도다.

앞서 소개한 유유출판도 공부 관련 책은 그나마 잘 팔렸지만 중국 관련 책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품성 있는 책들이 더 많이 나오게 됐고, 공부 관련 도서가 늘어났다. 결국 관심 있는 주제로 책을 만들어도 상품성이 없으면 버티기 어렵다는 얘기다.

‘책과 생활’ 출판도서 ‘모모는 철부지’
신 씨는 ‘모모는 철부지’라는 책을 출판할 때 하루 15시간씩 일했다. 1인 출판에 드는 비용을 메꾸기 위해서였다. 외주·번역·디자인까지 직접 했지만 여전히 빚은 남아 있었다.

신 씨는 “출판할 때마다 비용이 발생해 갚아가고 있지만 언제 다 갚을지는 모르겠다”며 “이상적인 매출 구조를 만드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출판업 자체가 수익성이 낮아서 투자자들이 쉽게 투자하지 않는 분야”라고 덧붙였다.

서점을 운영한 지 10년이 됐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에도 ‘책과 생활’을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은 계속 이어졌다.

신 씨는 결국 “안정적인 서점을 운영하려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며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데는 시간이 엄청나게 걸린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글·사진=정경선 인턴기자 redvelvet27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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