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우리의 어머니입니다. 우리는 그녀의 자녀입니다.”
2025년 01월 02일(목) 11:40 가가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한 전시
<물의 삼중주>
<지구의 메아리: 살아있는 기록 보관소>


로버트 창 치엔 <Narstalgia> 중 일부
실감 콘텐츠 전시 <물의 삼중주>가 최근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에서 진행됐다.
이번 전시는 ‘기온, 강수량, 바람’이라는 세 가지 기후요소에서 착안하여 기후 위기를 조명했다. 세 요소는 ‘바다의 흐름, 기온 변화, 날씨’와 같은 기후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현재 이러한 사이클이 무너짐에 따라서 이상 기후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물’에 초점을 맞춰 불완전한 기후 상태를 나타냈다.
대만 작가인 로버트 창 치엔은 작품
에서 북극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북극 생태계의 모습을 표현했다. 아이슬란드는 전체 면적의 약 10%가 빙하로 덮여있지만, 지난 130년간 빙하는 16%나 줄었다. 작품은 바닷물이 소용돌이치는 한 가운데에 녹고 있는 빙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거센 파도 소리와 함께 빙하가 부서지는 장면이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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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창 치엔 <Narstalgia> 중 일부 |
이런 빙하 사이를 유유히 떠다니는 일각돌고래가 있다. 북극해에 사는 일각돌고래는 엄니 하나가 길게 자라난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캐나다 브리티스 칼럼비아 대학교(UBC)의 한 연구팀은 일각돌고래가 북극 기후 변화로 인해 이동 패턴을 바꾸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각돌고래(Narwhal)의 ‘Nar’은 북유럽어로 ‘시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일각돌고래가 기후변화의 무서움을 보여주기 적절한 동물이라 생각한 작가는, 고래가 빙하 사이와 바다를 유유히 떠다니다가 마지막에 빙하 위로 점프하는 모습을 작품에 담았다. 그 후에 겨울 숲에 서 있는 인간의 모습이 비친다. 작가는 기후 위기가 ‘자연, 인간, 동물’ 모두를 파멸로 이끌 것을 보여준다. 작품 제목인 ‘Narstalgia’ 역시, 일각고래(Narwhal)과 환경 변화로 인한 우울감(Solastalgia)이라는 두 단어를 작가가 합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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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효 <What is in harmony> 중 일부 |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작가, 장승효는 인간이 만든 랜드마크 위에 고래가 떠다니는 모습을 통해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임을 드러낸다. 고래는 남획과 기후 파괴 등 인간의 악행에 큰 영향을 받는 동물이다. 이런 고래가 인간 세상을 유유히 떠다니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생물이 보전되는 이상적인 세상을 그려내고자 했다.
작품에서는 고래의 뼈를 연상시키는 물체를 알록달록한 나비가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가는 환경 보전을 위해 인간들이 하루빨리 생물다양성을 지켜내야 한다는 걸 경고하고 있다. 두 작가는 기후 위기를 나타내는 두 장면을 시각화하며 지금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관람객들에게 화두로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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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픽 아나돌 <지구의 메아리: 살아있는 기록 보관소> 중 일부 |
푸투라 서울전시관에서는 레픽 아나돌 작가의 <지구의 메아리: 살아있는 기록 보관소> 개인전이 진행됐다. 이 전시에서는 ‘레픽 아나돌 스튜디오’ 팀이 지난 십여 년간 수집해 온 1조 5000개가 넘는 자연계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학습하여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인공지능이 구현한 자연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생태계 건강이 지구의 지속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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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픽 아나돌 <지구의 메아리: 살아있는 기록 보관소> 중 일부 |
생성형 AI가 만든 작품은 길쭉한 전시실에서 상영돼, 세계 각지 우림을 생생히 재현했다. AI의 작품이 상영되기 전, 이 작품을 위해 수집한 수많은 생물의 사진이 모자이크 방식으로 흩뿌려진다. 작가는 과학적 연구 과정을 전시의 서사로 재현해서, 생물다양성 보존의 필요성을 관람객들에게 인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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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픽 아나돌 <백 개의 시> 중 일부 |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전시장인 ‘백 개의 시’. 기계가 환각에 빠진 듯, 소용돌이치는 색깔이 자연의 모습을 점차 구현했다. 이 전시장에는 총 3개의 스크린을 활용해 양쪽 스크린에서는 생물의 모습을 인공지능이 구현한 이미지, 가운데에는 이러한 이미지를 추상화한 영상을 담았다. 작가는 이를 통해 야생에 대한 기억을 획기적으로 구현하며 야생 보호의 중요성을 한 번 더 알렸다.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전시에서 작가들이 드러내고자 하는 건 ‘인간은 자연에 속해있다는 것’이다. 자연이 파괴되면 인간도 파괴될 수밖에 없다. 이번 두 전시는 그러한 주제 의식을 파격적으로 보여주는 시도였다.
/글·사진=남진희 기자
/정리=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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