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전 ‘빨간펜 검열’ 삭제된 광주일보…하마터면 또 이런 세상 살 뻔했다
2024년 12월 14일(토) 17:49
‘12·3 내란’ 슬기롭게 극복해야

1980년 6월 2일자 광주일보(옛 전남매일). 김준태 시인의 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왼쪽)가 계엄사 검열단에 의해 제목과 기사가 무참하게 잘려나간 채 발행됐다(오른쪽). <광주일보 자료사진>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광주 진압으로 신문이 휴간한 뒤 재발행된 1980년 6월 2일 광주일보(옛 전남매일신문)에 실린 김준태 시인의 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는 계엄군의 검열로 109행 중 33행만 지면에 실렸습니다. 광주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광주의 아픔을 담은 시의 일부가 계엄군의 손에 삭제된 것입니다.

시민과 언론이 역사 앞에 눈을 감으면, 언제든 계엄군은 우리의 삶과 미래를 억압하고 진실을 감출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2·3 비상 계엄’은 또 한번 국민들에게 이러한 삶을 살도록 강요하는 사실상 ‘친위 쿠데타’, ‘내란’이라는 점입니다.

이에 광주일보는 44년 전 억압과 분노를 잊지 말고 기억해 ‘12·3 계엄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아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의 전문 제작지면(왼쪽)과 계엄군의 ‘빨간펜 검열’로 누더기 상태로 게재된 보도지면을 다시 한 번 역사 앞에 남깁니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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