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현대인의 마음에 쉼표를 찍다…‘점심(點心) 콘서트’
2024년 11월 09일(토) 14:50
동구문화관광재단 4월부터 총 10회… 8일 마지막 무대 성료
전일빌딩, 5·18민주광장, 조선대 장미원 등 동구 명소서 진행

광주동구문화관광재단이 지난 8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공원 일대에서 ‘점심 콘서트’를 펼쳤다. 국악팀 꽃가람 보컬 정수연(왼쪽)과 해금 문보라 씨가 ‘인연’을 들려주는 모습.

“사무실에서 일하던 중 음악 소리를 듣고 밖에 나와봤어요. 점심시간을 이용해 도시 한복판에서 밝은 분위기의 공연이 펼쳐지는 것을 보니 금남로에 깃들어 있던 80년대 암울했던 기억이 걷히는 것 같습니다.”(5·18민주화운동 기록관 최유진 해설사)

걸음을 재촉하던 직장인, 학생 및 중·장년층이 아름다운 가락에 이끌려 ‘일일 공연장’ 앞에 멈춰 선다. 잠시나마 바쁜 일상을 잊고 공연을 관람하는 시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광주동구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문창현·재단)이 지난 8일 낮 12시 금남로공원 일원에서 마티네 형식으로 선보인 ‘점심 콘서트’ 현장. 객석에는 양복에 넥타이 차림을 한 직장인부터 대학교 학과 점퍼를 입은 학생까지 50여 명 관객이 자리했다.

보컬리스트 서혁신이 공연하는 장면.
‘마음에 점을 찍는다(點心)’는 취지에서 재단이 지난 4월부터 진행해 온 ‘점심 콘서트’는 따로 시간을 내서 문화예술 공연을 향유하기 어려운 관객을 위해 동구 명소 곳곳에서 열리는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미로센터 미로가든 무대에 권인혜 보컬, 조선대 밴드 음률, 성악팀 퍼스트 클래식이 출연했으며 9월 충장 우체국 앞에서 UCDC, 푸른길 공유마당에서 업사이클링 아티스트 이승규, 재즈보컬리스트 강은영 등이 시민을 만났다.

이 외에도 금남 지하상가 만남의 광장이나 전일빌딩 1층 로비, 여행자의 zip, 조선대 장미원 및 5·18민주광장 등에서 공연을 펼쳐왔다.

이날 라인업은 가요와 국악, 그룹사운드(밴드)를 넘나드는 폭넓은 구성이었다. 대중가요를 부르는 여수 출신의 보컬리스트 서혁신과 국악 이인조 꽃가람, 전남대 밴드동아리 선율이 금남로 공원을 음악으로 수놓았다. 사전 예약한 관객들은 런치 박스를 제공받아 ‘점심’ 콘서트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국악팀 ‘꽃가람’
첫 무대는 여수에서 녹음실 비밀의 정원을 운영하고 있는 보컬리스트&작곡가 서혁신이 장식했다.

그는 오석준의 곡 ‘웃어요’로 시작해 스탠다드 명곡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불렀다. 야외 버스킹 형식의 공연답게 서 씨는 하모니카 솔로와 나팔을 불어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지 않은 길이라 해도 손을 잡아주면 기쁨이 가득하다’는 희망찬 노랫말이 인상적인 자작곡 ‘덕분이야’도 들을 수 있었다. 관객들은 후렴구를 따라 부르거나 고개를 흔들며 호응했다.

다음으로 무대에 오른 팀은 국악그룹 ‘꽃가람’. 이들은 정아한 국악 선율과 화사한 꽃으로 치장한 모습으로 중·장년 관객을 매료시켰다. 두 사람은 이선희 ‘인연’을 비롯해 MBC 드라마 ‘역적’ OST인 ‘봄이 온다면’, 흥겨운 리듬으로 어깨를 들썩이게 한 심은경 ‘나성에 가면’을 협연했다.

꽃가람은 “이전에도 작은 마티네 형식의 콘서트에 출연해 본 적 있지만 이번 공연은 도심 한가운데에서 시민과 호흡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우리의 노래로 에너지를 얻어 다시 사무실로 힘차게 돌아가는 관객을 보니 힘이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연을 관람하며 춤추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최유진 해설사 모습.
끝으로 전남대 밴드 보컬 동아리 선율이 다양한 곡들을 선보였다. 데자뷔의 ‘올리비아 로드리고’, 검정치마의 ‘기다린 만큼 더’와 자우림 곡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가을 정취를 고조시키는 노래를 불렀다.

젊은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곡 위주로 레퍼토리를 편성, 쉽게 따라 부르도록 유도한 점은 좋았다. 80~90년대를 풍미한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등 올드 송도 포함해 길을 가던 중·장년 세대의 발걸음도 붙들었다.

한편 ‘점심 콘서트’는 한 해 동안 대중가요는 물론 플루트, 성악, 마술, 댄스, 재즈 등 다채로운 장르로 채워졌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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