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만 남다, 홍순관 지음
2024년 10월 11일(금) 00:00 가가
현대의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싱어송라이터 홍순관.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현대무용 무대미술, 행위예술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했던 그는 이후 35년간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며 예술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한글서예 에세이 ‘먹만 남다’를 펴냈다. 열 살에 아버지로부터 배운 한글서예를 향한 뜨거운 사랑과 열정, 기나긴 수련과 노고로 빚어낸 한글서예의 정신과 생명을 글에 담아내려 노력했다. 책은 10월 9일 제578돌 한글날에 맞춰 출간됐다.
저자에게 먹을 가는 일은 숨을 쉬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종이 위에 글씨를 쓰는 일은 숨을 쓰는 일이었다. 숨을 쓴 것이 글씨이니 그런 글씨는 숨을 쉰다. 글씨가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글씨가 숨을 쉬는 까닭이오, 숨 같은 글씨는 오래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저자 홍순관은 조선을 넘어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예’하면 ‘한자’를 떠올리는 지독한 고정관념을 깨고 한글서예를 써야 함을 강조한다. 그가 한글서예를 말하는 이유는 ‘서예는 내 생각을 쓰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글씨라는 기술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품고 있는 사유의 세계를 펼치는 것이 서예라는 얘기다.
“우리는 우리글인 한글로 훌륭한 문장들을 만들어야 한다. 한자서예에서 획과 정신을 배울 일이지, 글자를 배울 일은 아니다… 한글보다도 훨씬 먼저 있었던 우리말을 문자로 쓰는 것이 한글서예다. 우리말을 글자로 표현할 수 있으며, 내 뜻을 글자로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비롭고 고마운 일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한글서예를 쓴다는 것은 낮은 자들을 위해 태어나고 사용했던 정음 곧, 한글을 향한 지극히 기본적인 예의이며 반응이다.” <풍월당·1만90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저자에게 먹을 가는 일은 숨을 쉬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종이 위에 글씨를 쓰는 일은 숨을 쓰는 일이었다. 숨을 쓴 것이 글씨이니 그런 글씨는 숨을 쉰다. 글씨가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글씨가 숨을 쉬는 까닭이오, 숨 같은 글씨는 오래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