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부터 하얼빈까지…사람의 무늬를 읽어내는 산책
2024년 10월 04일(금) 14:00 가가
홀로 중국을 걷다 - 이욱연 지음
중국 하얼빈 안중근 기념관에서 쑨원의 흔적을 만나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생각한다. 영국이 만든 서양식 공원인 상하이 황푸공원에서는 ‘중국인 출입금지’ 팻말을 시원한 발차기로 날려버린 영화 ‘정무문’의 이소룡을 떠올린다. 위화가 살았던 자싱시 하이엔을 걸으며 소설 ‘인생’ 속 주인공의 삶을 현재에 대입해 보기도 한다.
방송, 유튜브, 강연 등을 통해 중국의 진짜 모습을 전해주는 이욱연(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의 새 책 ‘홀로 중국을 걷다-이욱연의 중국 도시 산책’은 베이징부터 하얼빈까지 중국의 일곱 도시를 걸은 기록이다. 그는 역사, 문학, 음식, 영화, 건축 등을 통해 중국의 숨은 매력을 들려준다.
“자연 경관이 빼어난 곳보다 사람의 발걸음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곳, 문학과 역사, 철학 같은 인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를 좋아하는” 그에게 중국을 홀로 걷는 것은 “적당히 새롭고, 적당히 낯설고, 적당히 긴장한 마음으로 온전히 나에게 돌아가고, 나를 들여다보고, 내가 사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저자는 역사 속 인물들의 흔적을 따라 길을 걷고, 영화와 소설 속 주인공들을 찾아 나선다.
루쉰 산문 선집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등을 번역한 저자에게 루쉰의 고향 사오싱은 “마치 수묵화 한폭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드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그의 생가 주변을 걸으며 언제나 권력자에게 단호했던 저항적 지식인의 면모를 떠올리고, 고장을 대표하는 명주(名酒) ‘사오싱주’의 향기를 곁들인다.
더불어 마오쩌둥, 공자 등 중국의 인물 뿐 아니라 이효석, 심훈 등 국내 문학인들의 흔적도 함께 찾아나선다. 또 정신 승리의 대가 ‘아큐’와 ‘허삼관’ 같은 소설 속 주인공과 영화 ‘붉은 수수밭’의 인물들도 그의 길동무가 된다.
홀로 걷는 여행이었지만, 때때로 함께 걷기도 했다. 베이징에서 공부하던 시절, 지금은 세상을 떠난 문학평론가 김윤식, 소설가 박완서와 루쉰 생가, 1930년대 말 백철, 노천명, 김사량이 머물렀던 조선인들의 합숙소 북경반점 등을 찾은 일은 그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저자는 “진정한 인문여행이란 지식을 축적하는 여행길이 아니라 삶을 통찰하는 지혜를 얻은 여행길”이기에 “자신만의 보폭으로 인간의 삶에 대해 사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창비·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자연 경관이 빼어난 곳보다 사람의 발걸음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곳, 문학과 역사, 철학 같은 인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를 좋아하는” 그에게 중국을 홀로 걷는 것은 “적당히 새롭고, 적당히 낯설고, 적당히 긴장한 마음으로 온전히 나에게 돌아가고, 나를 들여다보고, 내가 사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더불어 마오쩌둥, 공자 등 중국의 인물 뿐 아니라 이효석, 심훈 등 국내 문학인들의 흔적도 함께 찾아나선다. 또 정신 승리의 대가 ‘아큐’와 ‘허삼관’ 같은 소설 속 주인공과 영화 ‘붉은 수수밭’의 인물들도 그의 길동무가 된다.
홀로 걷는 여행이었지만, 때때로 함께 걷기도 했다. 베이징에서 공부하던 시절, 지금은 세상을 떠난 문학평론가 김윤식, 소설가 박완서와 루쉰 생가, 1930년대 말 백철, 노천명, 김사량이 머물렀던 조선인들의 합숙소 북경반점 등을 찾은 일은 그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저자는 “진정한 인문여행이란 지식을 축적하는 여행길이 아니라 삶을 통찰하는 지혜를 얻은 여행길”이기에 “자신만의 보폭으로 인간의 삶에 대해 사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창비·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