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秋샘더위’
2024년 09월 18일(수) 20:00
추석 연휴까지 ‘한여름 폭염’…광주·전남 온열질환자 ‘역대 최고’
5월 20일~9월 16일 사망 6명 등 464명…전년대비 62% 늘어나

/클립아트코리아

올해 폭염이 길어지면서 광주·전남지역에서 온열질환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추석연휴까지 폭염특보가 이어지는 등 역대 가장 무더운 9월 날씨를 기록하면서 농작물, 어류, 가축 등의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18일 질병관리청(질병청)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 17일까지 광주·전남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수는 총 466명(광주 69명, 전남 397명)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으로 숨진 지역민은 6명(광주 1명, 전남 5명)에 달한다.

‘역대급 폭염’으로 꼽히며 가장 많은 광주·전남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2018년의 기록(온열질환자 440명, 사망자 6명)을 이미 뛰어넘었다. 질병청이 온열질환자 감시체계를 구축한 지난 2011년 이후 광주·전남에서 가장 많은 인명피해다.

최근 5년간 광주·전남의 온열질환자 수는 2019년 241명(사망자 3명), 2020년 156명(0명), 2021년 142명(1명), 2022년 144명(0명), 2023년 286명(3명) 등이다.

또 역대급 폭염이었던 지난 2018년에는 9월에 발생한 온열질환자가 0명이었지만, 올해는 광주 7명, 전남 32명(사망자 2명 포함)의 온열질환자가 9월 이후 발생했다.

문제는 추석 이후 비가 내린뒤 폭염이 주춤하겠지만, 한낮 무더위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9월 30일까지 온열질환자 수를 집계하는 것을 감안하면 온열질환자와 사망자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지난 13일 장흥군 관산읍에서 추석을 앞두고 벌초작업에 나선 A(34)씨가 무더위에 쓰러져 숨졌다. 이날 장흥 관산의 최고체감온도는 34.6도에 달했다.

지난 10일에는 신안군 압해도에서 심장질환을 앓고 있던 B(81)씨가 외출을 했다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가축 폐사 등 농·어민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18일까지 전남지역 164호 농가에서 닭·오리·돼지 등 총 26만 5250마리가 폭염으로 인해 폐사해 45억 7500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157개 어가에서는 넙치·우럭 등 717만5000마리가 폐사했으며, 37개 농가의 인삼 135㏊가 잎이 타들어가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추석 당일인 17일 광주·전남 곳곳에서 일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했다. 광주가 35.7도를 기록해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9월 날씨를 보였고 광양시도 35.4도, 순천 33.6도 등을 기록했다.

18일 역시 광양읍 36.6도, 곡성 36.2도, 무안 해제 36.1도, 곡성 석곡 36도, 광주 조선대·풍암 35.9도, 구례·무안 35.8도, 담양 봉산 35.4도 등 불볕더위가 이어졌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 한반도를 뜨겁게 달군 이중고기압(북태평양고기압·티베트고기압)이 9월 들어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껍게 형성된 ‘열돔’이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내려오는 것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반도 인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에서 중국을 지나는 제13호 태풍 ‘버빙카’와 제14호 태풍 ‘풀라산’이 덥고 습한 공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점도 ‘9월 폭염’의 이유로 꼽힌다.

광주·전남 평균 폭염일수(일 최고기온 33도 이상인 날)도 31.1일을 기록해 1994년 26.3일, 2018년은 26일을 제치고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열대야일수(밤 최저기온 25도 이상인 날) 역시 36.3일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았던 해로 남을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