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복지 총력…청년이 넘치는 화순 만들고 싶다”
2024년 07월 31일(수) 18:00
바이오특화산단 지정 이끈 구복규 화순군수 인터뷰
만원 임대주택·마을주치의·야간경관 개선 등 군민 위한 정책 호응
‘연구개발-비임상-임상-생산-허가’ 바이오산업 인프라 완벽 구축
목표는 단순하다. 젊은이들이 화순 곳곳에 자리 잡고 살게 하고 싶다. 그들을 위해 집을 주고, 일자리를 제공하고, 볼거리를 조성하고,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생각이다. 그는 나머지 2년의 목표를 그렇게 잡았다.

사실 정치에는 관심 없었다. 19살에 공직에 입문해 35년을 보내고, 정년 7년을 남긴 지난 2009년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미련 없이 명예퇴직했다. 과수원을 사 농사를 짓는 그에게 몇몇 지역 유지들이 찾아왔다. “당신이 나서주길 바란다”라는 말에 “그럴 뜻이 없다”라고 매몰차게 거절했다. 하지만 “나무는 움직이지 못한다.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화순읍장으로 당신처럼 잘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혼자만 잘 살지 말고 더불어 잘 살자”는 간곡한 요청에 고민 끝에 정치에 발을 들였다.

2011년 4·27 보궐선거에서 당시 최인기 국회의원의 추천으로 전남도의원에 당선, 시작은 순탄했다. 하지만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화순군수로 출마했다가 낙선했으며, 이후 4년간 과수원에서 지냈다. 미래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이 한 번 더 기회를 얻게 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대책을 고뇌한 시간이었다. 다시 군민 앞에 나선 것은 2018년 6월, 도의회에 재입성해 후반기 부의장에 선출되는 등 정치적인 역량을 키웠고, 또 4년이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화순군수가 됐다.

구복규(69) 화순군수. 태어나서 한 번도 고향을 떠난 적이 없고, 화순 곳곳을 발품 팔아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책으로 낸 그는 화순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자부한다.(2021년 12월 2년간 화순을 답사한 후 ‘남도의 으뜸고을 화순의 오래된 기억을 걷다’를 출간했다.) 구 군수는 공직자로 살면서 몰랐던 군정의 문제점, 미래 발전 방안 등을 자연인으로 지내면서 깨닫고, 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가 내놓으며 모두를 놀라게 한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만원 임대주택, 화순형 24시 어린이집, 화순 사평빨래방(65세 이상 무료 빨래방), 마을주치의, 자국민 전담 다문화팀(이주여성을 계약직 공무원 임용) 등의 정책, 그리고 야간경관개선, 개미산 전망대, 화순천 꽃강길, 남산공원 등의 사업은 이미 군수실에 들어서기 전 구상을 마쳤다는 의미다.

누리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군수가 되고 싶다는 구복규 화순군수에게 그동안 군정 성과, 살아온 과정, 미래 구상, 바람 등을 솔직하게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화순 군정이 놀라보게 달라졌다.

▲민선 자치시대 화순 군정은 좀 어지러웠다. 공직자로서 민선 1기부터 6기까지 지켜봤는데, 군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퇴직하면서 정치를 완전히 접어버린 것도 그러한 혼탁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선 6기부터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고, 이후 군민들을 위한 군정이 가능해졌다.

-군수가 된 뒤 마음가짐이 남달랐을 것 같다.

▲군수라는 자리는 자신이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하늘, 즉 군민들의 부름이 있어야 한다. 정치 경력은 미천하지만, 군민들이 인정해 주는 순리 행정을 하고 싶다. 군수라는 자리는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섬기는 자리라는 것을 신조로 하고 있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최근 바이오특화단지에 지정됐다.

▲이미 충분한 사업 부지가 확보돼 있고, 바이오산업에 있어서 중요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연구개발-비임상-임상-생산-허가 등의 전 과정과 관련된 인프라가 완벽히 구축돼 있었다. 지난 20년간 화순은 전남도와 함께 1조200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왔다. 여기에 백신산업 특구는 세계보건기구 WHO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로 지정받아 국내 최고의 바이오 인력 양성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모든 여건이 화순이 될 수밖에 없었다. 2034년까지 입주기업 수 150개 사, 일자리 1만개 창출, 1조2000억원 외부 투자 유치 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좋은 일자리가 생겨나면 청년들이 더 들어올 것이다.

-2년인데, 벌써 히트작이 상당하다.

▲공직에서 은퇴한 뒤 자연인 신분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했었다. 내 고향 화순이 잘 될 방법은 무엇일까를 항상 고민했고, 정치에 입문한 뒤 내가 군수가 되면 이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되고 싶었다. 모두 군민의 입장에서 설계했고 미래 화순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과 사업들이다.

-만원주택을 이야기 안 할 수 없다.

▲15만을 넘었던 화순의 인구는 이제 6만까지 내려왔다. 화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인구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집을 그냥 주고, 일자리를 만들어 주면 결혼도 하고, 아이를 키워준다면 아이도 낳을 것으로 생각했다. 처음에는 공짜 주택을 생각했는데, 보건복지부와 협의하고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해서 매달 1만원만 받기로 했다. 만원 주택에 들어와 사는 신혼부부들이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화순형 24시 어린이집도 운영한다. 공개모집 방식으로 국공립 어린이집 2곳을 선정해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교사를 채용했다. 부모들에게 시간당 1000원을 받고 있다. 반응은 물어볼 것도 없다. 폭발적이다. 거기다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화순군에서는 결혼축하금 명목으로 매년 200만원씩 5년간 총 1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전국이 만원 주택으로 화순을 달리 보고 있다.

<신문 게재는 여기까지>

▲전국에서 20개 기관·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화순을 찾았고, 서울·인천·강원특별자치도·충남·전남 등이 앞 다퉈 만원 주택을 제도화하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크다는 의미다. 전격적이고, 신속하게 시행한 것이 주효했다. 참고로 2023년 만원 주택에 화순·광주·전남·타 지역 출신 청년 81명, 부부 36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2024년 만원 주택 입주자는 51명의 청년과 100명의 신혼부부가 지난 7월 11일 계약을 마쳤다. 고무적인 것은 서울·경기·충남·대전에서도 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귀농·귀촌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이 오게 해야 한다는 것이 신념이다. 앞으로 2년간 1년에 100호씩, 총 200호를 추가 공급할 것이다. 청년이 화순으로 돌아오고 있고,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으며, 지역경제도 살아날 것이다.

-그 밖에도 자랑할 만한 것들이 더 있을 것 같다.

▲가장 우선적인 것은 다문화정책이다. 화순에는 2000여 다문화가정이 있다. 근본적으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중국 등 5개국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임기제 공무원 5명을 선발했다. 이들이 각 가정을 찾아가 통역, 문화 차이 설명, 민원서류나 보험 문제 등 실생활 조언 등을 해주면서 가정불화가 크게 줄었다. 5명이 3000건 이상의 민원을 해결했다. 또 올해부터 ‘화순 사평빨래방’ 사업을 시행 중이다. 군민 전체를 대상으로 군이 직접 운영하는데 65세 이상 어르신(군민의 30%), 장애인,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은 전액 무료다. 전용 수거 차량 3대가 일정에 맞춰 각 마을을 순회하는 방식으로 수거부터 세탁·배달까지 4일 정도가 소요된다. 299개 마을에 3개월 주기로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편의시설이 없는 오지마을의 어르신 안부도 확인한다. 무엇보다 빨래방 운영을 위한 전담 인력, 공공근로 등 16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관광객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도 하고 있다.

▲(이 질문이 나오자, 구 군수는 갑자기 일어서 군수실을 꽉 채운 사업 조감도들을 하나하나 돌아가며 유창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사업 현장을 몇 차례씩 찾은 듯 주변 여건, 반응까지 곁들여 자세한 상황 설명을 이어갔다). 화순은 150만 광역도시 광주와 바로 인접해 있다. 광주시민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민도 접근하기 쉽다는 의미다. 그들을 위한 다양한 유희·편의·체육시설들을 만들고 있다. 우선 능주 18홀 파크골프장에 주말마다 500~600명의 방문객이 찾아 즐기고 있는데, 화순 홍수조절지에 87홀 규모의 신규 파크골프장을 새롭게 조성 중이다. 개장하면 1일 5000명 이상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 구도심인 남산공원 일원도 앞으로 2년간 34억원을 들여 야간경관조명, 미디어아트 시설 등을 설치할 것이다. 지난 2022년 10월 시작한 ‘화순천 꽃강길 조성 사업’은 최종적으로 올해 말 끝날 예정이다. 147억원을 들여 2.65km에 음악분수대, 인도교, 취입보 등의 시설을 설치했는데, 먼저 운영 중인 음악분수엔 주말 하루 15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아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지난 6월 준공한 개미산 전망대도 주야를 안 가리고 발길이 이어져 총사업비 93억원을 투입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 외 적벽, 운주사, 고인돌, 조광조 유배지 등 화순만의 특색을 지닌 나머지 관광자원도 인프라를 선진지 수준으로 강화해 가고 있다. 화순을 연중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보통 새벽 4시 30분에서 5시에 일어난다. 간단히 스트레칭부터 하고 하루 계획을 세운다. 행사가 있는 날이면 인사말도 직접 쓴다. 군수실에 나오면 30분 단위로 결재, 면담, 보고회 등이 있다. 용역은 착수보고부터 최종보고까지 모두 들어간다. 군수가 직접 챙기면 용역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머리가 좀 복잡하고, 힘이 들면 현장에 간다. 고향 화순을 둘러보면 금방 상쾌해진다. 결혼하고 나서 지금까지 집에서 저녁을 먹은 것이 5번도 안 될 것이다. 술은 오래전부터 건강 문제로 마실 수 없지만,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듣는 것을 즐긴다. 밤 9시에는 퇴근해서 잔다.

-가족들이 힘들었겠다.

▲와이프(송태숙 여사)에게 언제나 미안한 마음이다. 한 번도 월급봉투를 가져가 본 적이 없다. 자연히 와이프가 학원, 꽃집 등을 운영하면서 1남 1녀 자식들 뒷바라지와 생계를 책임졌다. 선거 당시에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나섰지만, 군수가 되고 나서는 두문불출한다. 교회에 열심히 나가는 것 이외에는 집안일만 하고 있다. 사람들이 “마누라 덕에 군수가 됐다”라고 하는데 그건 맞는 말이다.

-여러 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정부나 전남도로부터 상당수의 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 심사 시 화순 만원임대주택 정책에 대해 발표하게 됐는데, 자료 수준이 서울, 경기 등에 비해 좀 빈약했다. 어쩔 수 없이 직접 30분간 이 정책의 의미와 적용 방안 등을 설명했는데, 결과는 2위인 국무총리 수상이었다. 나중에 만원 임대주택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뒤 시상식 때 기초지자체중 유일하게 화순군이 우수사례를 발표하게 됐다. 당시 심사위원들을 만났는데, 발표를 듣고는 갑자기 “이렇게 좋은 정책인 줄은 미처 몰랐다”라며 사과했다. 하지만 겸손하게 “발표에 참여한 것만으로 영광이다. 더 노력하겠다”고 하니, 고개를 못 들 정도로 미안해했다. 앞으로도 좋은 정책과 사업으로 평가를 받고 싶다.

-하고 싶은 사업이 더 있는가.

▲추모 공원을 조성해 보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있어야 할 시설이다. 경남 거창 등 선진사례를 살펴보고, 인근 시·군과 함께 논의해 볼 생각이다. 반려동물 관련 시설도 검토 중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평가는 군민이 하는 것이다. 군민이 만족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부지런하게 어느 현장이든 찾아가겠다. 지금까지 2년여 동안 구두를 신어본 적이 없다. 무조건 운동화를 신고 군민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갈 생각이다. 읍면장 사무실도 모두 2층에서 1층으로 옮겼다. 읍면장들이 주민들의 최전선에서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군민의 편에서 군민에게 베풀며 진정성 있게 일하겠다. 그리고 남은 임기 2년은 청년을 위한 정책과 사업을 더 집중해 발굴하고 시행할 생각이다. 청년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본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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