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직필로 지역민의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2024년 04월 18일(목) 00:00
창간 72주년에 부쳐
호남 언론의 종가(宗家), 광주일보가 오늘로 창간 72주년을 맞습니다. 1952년 6·25의 초연(硝煙)이 채 가시지 않은 폐허 위에 ‘불편부당(不偏不黨)’ ‘문화창달’ ‘지역개발’이란 3대 사시(社是)를 기치로 닻을 올린 광주일보는 지역 언론의 선구자이자 현대사의 증인으로 그 본분을 꿋꿋이 수행해 왔습니다.

돌이켜보면 일흔둘 성상(星霜)은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대한민국과 호남이 넘어야 했던 역사의 파고가 그만큼 거세고 험난했기 때문입니다. 광주일보는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6월 항쟁, IMF 외환위기, 촛불혁명 등 현대사의 고비마다 격동의 현장에서 역사의 증인이자 지역의 파수꾼으로서 역할을 다해 왔습니다. 숱한 도전과 역경에도 광주일보가 호남 대표 언론의 위상을 올곧게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지역민과 애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거듭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창간을 맞아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광주일보 임직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낍니다.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적지 않고 우리에게 주어진 난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민생 경제를 살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3고(高)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농산물 등 전 분야로 확산된 인플레이션으로 고물가가 고착화됐고 고금리 정책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시작된 고유가는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로 배럴당 100달러가 눈앞입니다. 3고는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당시 정책 대출로 버텨온 영세 자영업자들은 엔데믹 이후 고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밖에 없었는데 기대했던 금리 인하는 더디고 소비 침체까지 겹쳐 곳곳에서 문 닫는 가게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가처분 소득이 적은 서민들은 고물가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얼마전 제22대 총선이 끝났습니다. 민심은 ‘정권 심판론’에 손을 들어주며 범야권에 192석을 몰아줬습니다. 무능하고 불통의 윤석열 정부에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민심의 준엄한 심판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 소통과 협치의 정치로 국민의 요구에 답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도 마찬가지입니다. 개헌과 대통령 탄핵이 가능한 200석을 주지 않은 이유는 갈등과 대결의 정치를 넘어 협력의 정치를 통해 민생 경제를 살리는데 최우선 목표를 두라는 의미입니다. 정부는 무엇보다도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긴축재정 정책만 고수하는 자세를 버려야 합니다. 정부, 기업, 가계 등 3대 경제 주체 가운데 정부의 재정 여력이 가장 좋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돈을 돌게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입니다. 가계가 무너지면 정부도 없습니다. 빈부의 격차가 커지는 양극화 문제도 정부의 재정 정책과 세금 정책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합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두 번째 과제는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을 수습하는 것입니다. 현 정부가 파격적인 의대 증원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잘한 일입니다. 다만 증원 수를 2000명으로 못박고 의료계에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유연하지 않은 태도가 문제였습니다. 보다 유연한 자세로 의대 증원 문제를 풀고 동시에 필수의료 분야의 현실에 맞지 않는 의료수가 등 의료계의 요구 사항도 면밀하게 검토해 접점을 찾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의료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높은 만큼 이번 만큼은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모아 해법을 찾길 기대합니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 우리지역에서는 전남권에 국립 의대를 설립하는 것이 현안입니다. 전남은 의료 인프라가 가장 취약한데도 광역단위 가운데 의대가 없는 유일한 지역입니다. 그렇다보니 국립 의대 설립은 전남권의 30년 숙원입니다. 마침 정부가 전남권에 국립 의대 설립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터라 이번에는 반드시 숙원을 풀어야 합니다. 다만 목포대와 순천대 두 곳에 의대 캠퍼스를 두는 ‘통합 의대’에 정부가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대학 한 곳에 의대를 설립할 것을 요구해 ‘단일 의대’ 안을 내놓는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전남도가 중재에 나서 공모를 통해 단일 의대를 결정하겠다며 목포와 순천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때 목포와 순천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기 지역으로 유치해야 한다며 갈등 양상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잠재된 갈등은 언제든지 터져 나올 수 있습니다. 전남도의 공정한 공모 관리와 조율 능력이 관건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치권이 지역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해당 지역 후보들이 국립 의대 유치를 내세우기도 했는데 갈등 대신 전남도를 믿고 상생하는 쪽으로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는 호남정치를 복원하는 일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호남정치는 종속변수로 전락했습니다. “될 사람 밀어준다”는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 나온 것도 고육지책의 다름 아닙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호남 유권자들은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투표는 조국혁신당을 찍는 이른바 ‘지민비조’라는 전략적 선택을 했습니다. 광주 8개 지역구 가운데 한 곳만 빼고 현역을 모두 교체한 것도 21대 국회에서 호남정치를 복원하지 못한데 대한 심판이라고 봐야 합니다. 전남에선 3선에서 5선까지 다선 의원이 다수 22대 국회에 진출했습니다. 국회 지도부는 다선 의원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따라서 지역 현안에 대해서는 다선과 초선이 한 목소리를 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 지역만을 볼 것이 아니라 호남 전체를 보면서 힘을 합쳐 나가야 그나마 약화된 정치력을 복원하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챙겨야 할 지역 현안으론 광주의 경우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 있습니다. 범야권이 절대 다수인데다 여권도 긍정적인 사안이라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180석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풀지 못한 만큼 마음을 놓아서는 안됩니다. 더 중요한 과제는 군공항을 포함한 광주공항 이전 문제입니다. 광주시와 전남도, 이전 대상 기초자치단체 등 3자간 해법을 찾아야 하는 고차원 방정식입니다. 무안으로 이전하는 것이 첫번째 대안인데 무안군의 반대를 어떻게 극복하는냐가 관건입니다. 자치단체와 정치권, 주민들이 한데 뜻을 모아야 합니다. 광주시는 복합쇼핑몰 3종 세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노잼 도시’ 탈출의 방편인데 문제는 광천동 일대에 집중돼 있는 교통입니다. 시민들의 불편과 직결된 문제라 교통문제 해결에 사업자로부터 환수한 개발이익금과 함께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 활용도 고려해야 할 사안입니다.

광주·전남 자치단체들의 열악한 재정을 감안하면 지역 현안 해결의 대다수는 정부 예산 확보에 성패가 달려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광주의 인공지능 실증도시 구축을 위한 인프라 확충이고 전남은 전라선 익산~여수 구간 고속화와 영암~광주 초고속도로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 관련 예산 확보입니다. 광양에 추진중인 국가미래첨단산업단지 조성과 고흥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보다 큰 틀에선 소멸 위기에 처한 전남을 살리고 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인구와 경제성 등 효율성만 따지는 지금까지의 정부 예산지원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창간 이래 72년이 흘렀지만 광주일보 3대 사시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 매체시대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극단적인 편가르기가 횡행하는 상황에선 가치중립적인 ‘불편부당’한 언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지역개발’이라는 사시는 지역 발전을 견인해 온 광주일보가 앞으로도 꾸준히 견지해야 할 논제입니다. ‘문화창달’을 위해서도 변함없는 관심을 가지고 배전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호남인의 진정한 대변자이자 공기(公器)가 되겠다는 72년 전의 초심을 되새기고 100년 역사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겠습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사랑과 격려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애정 어린 충고와 편달을 늘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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