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들에게 아프지 않고 일 할 권리를 - 김미리내 (봄봄) 광주여성민우회 활동가
2024년 03월 18일(월) 22:00 가가
3·8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 만 오천명의 여성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장에서의 화재로 사망한 것을 기리고 근로조건 개선과 여성의 참정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온 것을 기념하며 시작되었다. 그래서 생존권을 상징하는 ‘빵’과 여성의 정치적 참여를 상징하는 ‘장미’가 3·8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되었고 러시아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는 이 날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한국은 2018년부터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였다.
3·8 세계여성의 날에 맞춰 각 지역별로 여성 인권, 평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는데 광주에서는 3·8 주간에 맞춰 ‘일하다 아픈 여자들’ 북 콘서트가 열렸다. 이 책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여성 노동자, 장애여성 노동자, 성소수자 노동자, 산재 피해자 가족 등 19명의 노동자를 직접 만나 나눈 이야기들과 여러 통계 자료들이 함께 담겨져 있다. 북 콘서트에서는 이 책의 저자 중 한 분과 광주지역 여성노동자 여섯 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책의 시작이 무엇이었는지 묻자 저자는 여성노동자들의 산업재해는 잘 드러나지 않는데 실재하지 않는가? 아님 감추어져 있는가? 하는 질문을 안고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저자 스스로도 쉽게 추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다양한 질병들과 현실에 놀라웠다고 답했다. 나 또한 북 콘서트의 사회자로 사전 준비를 위해 책을 읽으며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항공사에 근무하는 여성 승무원의 산업재해라면 짐을 올려주거나 짐칸을 확인하기 위한 반복적인 노동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정도는 쉬이 추측해볼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우주방사선에 계속 노출된 채 피폭되고 있다는 건 내 상상 밖의 이야기였다. 그것도 항공사가 비행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북극항로를 선택했고 그 북극항로에서 보이는 오로라가 우주방사선이라는 사실도. 결국은 비용을 감축하기 위한 항공사의 행보에 비행기에서 일을 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아픈 것이다. 그런데 북 콘서트 현장에서 여섯 분의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들도 만만치 않게 놀라운 것들이었다.
“예전에는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반도체를 다뤘어요. 그 때는 그게 그렇게 위험한 건지도 몰랐고 누구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노동 강도가 워낙 세니깐 동료들이 유산도 많이 했는데 산업재해로 신청할 생각은 못했어요”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하루에 200콜 이상씩을 해야 해요. 그러다보니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보이죠. 그러니 저 포함 동료들은 방광염을 달고 살죠. 거기에 고객상담 중에 욕을 하는 고객을 만난다거나 성희롱하려고 일부러 전화한 사람을 만나는 날이면 감정까지 너무 지치죠. 우울증을 호소하는 동료들도 많아요”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노동자)
“하루에 800인분의 식사를 점심, 저녁 준비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노동조합 생기기 전에는 인원도 부족해서 애들이 아프거나 제가 아파도 제대로 쉬지도 못했어요. 나 빠지면 다른 동료들 힘들까 눈치보여서요. 그런데 지금은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치만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폐암 산업재해 소식 보면 저희도 언제 걸릴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무섭죠”(기아차 공장에서 일하는 급식 노동자)
그들 또한 책 속의 여성노동자들처럼 자신이 아프거나 동료들이 아픈 건 온전히 개인이 건강 관리를 하지 못한 탓으로 하며 살아왔다고 했다. 운행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북극 항로를 선택하여 승무원들에게 우주방사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한 항공사에게는 항로를 바꾸라고, 조리흄(고온의 기름을 사용한 튀김요리를 할 때 여러 성분이 분해되며 발생하는 연기, 이 연기에는 포름알데하이드, 일산화탄소 등 여러 유해한 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중 몇 가지 화합물들은 암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짐)으로 폐암에 노출되게 하는 사업장에게는 배기구를 바꾸고 더 안전한 조리 시설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1908년, 거리에서 ‘빵’과 ‘장미’를 달라던 그들보다 우리는 더 나은 사회에서 살고 있을까? 2024년 3월 8일을 지나며 다시 질문하고 요구하고 싶다. 여성들에게 일하다 아프면 쉴 권리를 달라. 아니 그 전에 일하다 아프지 않게 안전하고 평등한 노동환경을 달라.
“예전에는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반도체를 다뤘어요. 그 때는 그게 그렇게 위험한 건지도 몰랐고 누구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노동 강도가 워낙 세니깐 동료들이 유산도 많이 했는데 산업재해로 신청할 생각은 못했어요”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하루에 200콜 이상씩을 해야 해요. 그러다보니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보이죠. 그러니 저 포함 동료들은 방광염을 달고 살죠. 거기에 고객상담 중에 욕을 하는 고객을 만난다거나 성희롱하려고 일부러 전화한 사람을 만나는 날이면 감정까지 너무 지치죠. 우울증을 호소하는 동료들도 많아요”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노동자)
“하루에 800인분의 식사를 점심, 저녁 준비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노동조합 생기기 전에는 인원도 부족해서 애들이 아프거나 제가 아파도 제대로 쉬지도 못했어요. 나 빠지면 다른 동료들 힘들까 눈치보여서요. 그런데 지금은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치만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폐암 산업재해 소식 보면 저희도 언제 걸릴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무섭죠”(기아차 공장에서 일하는 급식 노동자)
그들 또한 책 속의 여성노동자들처럼 자신이 아프거나 동료들이 아픈 건 온전히 개인이 건강 관리를 하지 못한 탓으로 하며 살아왔다고 했다. 운행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북극 항로를 선택하여 승무원들에게 우주방사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한 항공사에게는 항로를 바꾸라고, 조리흄(고온의 기름을 사용한 튀김요리를 할 때 여러 성분이 분해되며 발생하는 연기, 이 연기에는 포름알데하이드, 일산화탄소 등 여러 유해한 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중 몇 가지 화합물들은 암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짐)으로 폐암에 노출되게 하는 사업장에게는 배기구를 바꾸고 더 안전한 조리 시설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1908년, 거리에서 ‘빵’과 ‘장미’를 달라던 그들보다 우리는 더 나은 사회에서 살고 있을까? 2024년 3월 8일을 지나며 다시 질문하고 요구하고 싶다. 여성들에게 일하다 아프면 쉴 권리를 달라. 아니 그 전에 일하다 아프지 않게 안전하고 평등한 노동환경을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