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출신 박인하 시인 첫 시집…‘내가 버린 애인은 울고 있을까’
2024년 02월 11일(일) 17:51 가가
경계에서 들여다본 다양한 삶의 모습과 이미지들
삶은 더러 경계를 지날 때가 있다. 간절기는 계절과 계절 사이에 드리워진 경계선이다. 작금은 겨울과 봄 사이 어느 특정한 경계에 놓인 때다.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으면 겨울은 줄달음치듯 달아나고 봄이 물밀 듯이 밀려들 것이다.
광주 출신 박인하 시인의 시들은 명확하게 확정지을 수 없는 어떤 경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문학은 모호함과 규정할 수 없는 삶의 양태들을 자신의 언어로 그려내는 작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박 시인의 시는 그런 특질을 가장 잘 보여준다 하겠다.
박 시인이 최근 첫 시집 ‘내가 버린 애인은 울고 있을까’(걷는 사람)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작품집을 펴냈다.
그는 최근 통화에서 “오래 전에 문예창작을 공부했지만 세상 밖으로 용기있게 뛰쳐나오지 못했다”며 “지난 2018년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하면서 창작의 세계로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시인이 이번에 펴낸 작품은 모두 50여 편. 이성혁 문학평론가는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는 표현주의 화가 뭉크의 그림이었다”며 “이 시집에서 시인은 죽음과의 대면을 집요하게 시도했다”고 평한다.
이성혁 문학평론가의 일련의 평은 다음의 ‘시인의 말‘과 일정 부분 궤를 같이한다. “남의 집 옥상에 서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마당으로도 담장 밖으로도 뛰어낼 수 없는 꿈 밤은 넓고 깊었다.”
꿈을 꾸며, 꿈 속에서 화자는 자신만의 시를 쓰고 있다. 대부분 시들이 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는 점에서 우울하면서도 이색적이다.
“먹먹한 밤이었다/ 말라가는 나무는 화분 속에서 제 잎을 뜯어내고/ 다른 손으로는 무덤을 만들어 나갔다/ 흙을 나눠 덮었다/ 어둠이 쌓이면 일렁이는 별들/ 한꺼번에 달려드는 얼굴들을 세며/ 시력이 나빠졌다/ 어느 곳으로도 건너갈 수 없어/ 푸른색의 피로 미쳐 가는 밤…”
위 시 ‘검은 식물’은 화자가 죽음을 모티브로 내면의 절규를 풀어낸 것이다. 이 평론가는 “이 시집에서 가장 격렬하고 경악스러운 이미지를 방출하고 있는 시”라고 명명했는데, 작품 전편에 걸쳐 검은 식물의 이미지가 암울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돼 있다. 아마도 화자는 오늘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검은 식물이 처한 ‘죽음의 시간’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화자의 밤은, 두려움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넘어 다시 시작을 환기하는 중의적 의미로도 다가온다. 박 시인의 시가 의미를 획득하는 것은 바로 그 지점인 듯하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박 시인이 최근 첫 시집 ‘내가 버린 애인은 울고 있을까’(걷는 사람)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작품집을 펴냈다.
그는 최근 통화에서 “오래 전에 문예창작을 공부했지만 세상 밖으로 용기있게 뛰쳐나오지 못했다”며 “지난 2018년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하면서 창작의 세계로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꿈을 꾸며, 꿈 속에서 화자는 자신만의 시를 쓰고 있다. 대부분 시들이 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는 점에서 우울하면서도 이색적이다.
“먹먹한 밤이었다/ 말라가는 나무는 화분 속에서 제 잎을 뜯어내고/ 다른 손으로는 무덤을 만들어 나갔다/ 흙을 나눠 덮었다/ 어둠이 쌓이면 일렁이는 별들/ 한꺼번에 달려드는 얼굴들을 세며/ 시력이 나빠졌다/ 어느 곳으로도 건너갈 수 없어/ 푸른색의 피로 미쳐 가는 밤…”
위 시 ‘검은 식물’은 화자가 죽음을 모티브로 내면의 절규를 풀어낸 것이다. 이 평론가는 “이 시집에서 가장 격렬하고 경악스러운 이미지를 방출하고 있는 시”라고 명명했는데, 작품 전편에 걸쳐 검은 식물의 이미지가 암울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돼 있다. 아마도 화자는 오늘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검은 식물이 처한 ‘죽음의 시간’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화자의 밤은, 두려움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넘어 다시 시작을 환기하는 중의적 의미로도 다가온다. 박 시인의 시가 의미를 획득하는 것은 바로 그 지점인 듯하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