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밀당의 기술 - 이미경 지음
2024년 01월 19일(금) 08:00
힙합 아티스트 ‘던말릭’의 랩을 듣고 있으면 센박과 여린박의 규칙성을 의도적으로 뒤바꾸는 싱코페이션, 박자를 뒤로 밀 듯 타는 레이백 기법이 떠오른다. 클래식에서도 마찬가지… 리스트의 ‘위로 3번 D장조’에는 정갈한 왼손 아르페지오 반주에 맞춰 8:12, 8:6박의 오른손 엇박자가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일사불란하게 정박에 따라 프레이즈를 채우는 모범생 스타일의 정박은 아니지만, 엇박이 만드는 이탈 감각은 고유의 미감을 자아낸다.

음악의 미적 원형 중 하나로 ‘박(Beat)’을 제시하는 책이 나왔다. ‘음악, 밀당의 기술’을 펴낸 이미경은 서울대 작곡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예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전남대 음악교육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박의 엇갈림은 오케스트라 앙상블에서 제1 바이올린이 주도하는 리더십에 절대복종할지를 고뇌하는 다른 연주자들의 내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콰르텟 연주자들의 개성과 차이는 또 어떠한가. 존 케이지의 ‘Organ2/ASLSP’라는 곡을 연주할 때 저마다가 생각하는 ‘ASLSP(가능한 한 느리게)’는 모두 다르다. 물론 이를 하나로 조율하는 것 또한 역설적으로 박의 역할이라는 논지는 흥미롭다.

저자는 음악 연주 과정에서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발생하는 동조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그 예로 인도의 라가 음악(Shree Rag) 등을 제시하는데, 이 곡에서 박자가 뚜렷하지 않은 부분(알라프)이 등장하면 연주자들은 ‘탄푸라’라는 악기를 이용해 저마다 다른 템포로 연주한다는 것이 일례다.

저자는 밀고 당겨지는 리듬 속에서 ‘모든 연주자가 지닌 메트로놈이 의미 있다’는 사실을 이론적, 실례적으로 분석한다. <곰출판·1만70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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