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환경부 -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국장
2023년 12월 19일(화) 00:00
지난 7일 환경부가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을 발표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신규 댐 건설을 통한 물그릇 확대론을 본격 선언한 셈이다. 내년 치수 예산으로 전년보다 2배 가까이 확대된 2조원을 마련할 방침이라하니, 제2의 4대강 사업이라 할 만하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R&D, 노동, 여성, 청소년, 사회적경제 예산을 큰폭으로 삭감한 바 있어 치수사업의 예산 증액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으로 홍수방업 기반시설(인프라)의 획기적 확대, 댐-하천 가상 모형(디지털 트윈) 물관리 기반(플랫폼) 등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과연 신규 댐을 건설하고, 하천 준설 우선 정책이 타당할까.

대형 댐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역기능은 바로 ‘생태계 파괴’이다. 댐이 없는 강은 역동적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며 다양한 자연 서식처를 제공한다. 그러나 댐은 어류와 다른 강가에 사는 종들의 이동과 물의 흐름을 저해하고 강물의 온도와 화학적 조성을 바꾼다. 침식과 퇴적 등과 같은 지질학적 과정을 방해하기도 한다. 퇴적물은 댐의 후방에 갇혀 있어 강 하구로 유출이 안되기 때문에 해안에서는 침식이 더욱 가속화된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서식지 변화는 민물 어류 종의 멸종을 초래하거나 위험에 처하게 한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 구 소련의 주요 강들의 5분의 4가 댐에 의해 유속이 변화되거나 강 줄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두 번째 심각한 역기능은 바로 ‘수질오염’ 문제이다. 물의 흐름을 막으면 썩게 되는 것은 상식이다. 퇴적물 이동의 인위적인 방해는 유기물이 함유된 토양을 축적시켜 수질을 악화시킨다. 물의 자정능력을 방해한다. 영주댐의 녹조, 안동댐의 중금속 퇴적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댐이 저장하고 있는 물로 인하여 안개 발생이 잦고, 댐 하부에서 낮은 온도의 물이 근처의 공기를 냉각시킴으로써 농작물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댐은 또한 붕괴 가능성 때문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설사 댐이 붕괴되지 않더라도 배수 타이밍 때문에 홍수를 유발할 수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2020년 섬진강 범람의 원인을 여기서 찾기도 한다. 홍수 조절을 위해 만들어진 댐은 안전에 대한 잘못된 의식을 제공하고 하류 범람지대에서의 정착을 유발하기 때문에 홍수로 인한 피해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댐은 기후위기의 만능 해결책이 아니다. 지난 8월 감사원은 전국 생활·농업·공업 용수가 부족해질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 포항의 냉천이 범람한 이유가 상류에 댐이 없어서라는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4대강처럼 물을 대규모로 가두는 치수책으로는 기후위기를 버텨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4대강 보의 홍수 대비 효과가 없다는 것도 명백하다.

2022년 6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이 황폐화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목표를 설정하는 ‘자연복원법(Nature Restroration Law)’을 제안했다. 자연복원법이라는 법안 명칭은 단순히 습지 등의 생태계 복원 사업만을 다루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보다 훨씬 포괄적인 영역에서 담대한 목표를 담고 있다.

자연복원법은 2030년까지 EU 국가의 육지와 바다의 최소 30%를 복원하고 2050년까지 복원이 필요한 모든 생태계를 복구할 것을 핵심 목표로 한다. 2030년까지 도시 공간의 녹지 순손실 중단, 하천의 연결성을 방해하는 보나 댐을 철거하여 2030년까지 2만5000km의 강을 자유롭게 흐르도록 복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자연 친화형 강,하천 정책이 극한의 집중호우와 가뭄을 이겨낼 수 있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댐은 여러 당사자들의 삶과 생태계가 걸린 문제인 만큼 민주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환경부가 내년부터 신규 댐을 건설한다고 발표하면서도 막상 대상지를 사회적 파장 때문에 못 밝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번 정부들어 잇따라 발생한 치수 실패가 댐이 없어서라는 잘못된 진단부터 되짚어보길 바란다.

정부는 댐 건설을 당장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한다. 최근 집중호우 인명피해는 산사태나 하천 급류에 휩쓰려서 발생한 것이다. 댐이나 하천 준설로 막아 낼 수 있는게 아니다. 효과와 타당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 없이 댐 건설과 하천 준설을 밀어붙이는 것은 4대강 사업과 결을 같이 한다. 환경부는 청개구리가 되지 말고 국민의 말을 잘 듣는 자연의 파수꾼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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