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연(白壽宴) - 박성천 문화부장·편집국 부국장
2023년 11월 13일(월) 00:00 가가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6세로 OECD 평균 80.3세보다 3.3세 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OECD가 발표한 ‘OECD 보건통계 2023’을 분석한 내용에 따른 것이다. 남자는 80.6세, 여자는 86.6세로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했으며 향후 10여 년 후에는 선진국 중에서 최고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장수를 축하하는 생일잔치인 수연(壽宴)에 대한 관심은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목숨 ‘수’(壽)에 잔치 ‘연’(宴)을 뜻하는 수연(壽宴)은 대개 환갑잔치를 말한다. 또한 환갑 이듬해에 세는 진갑(進甲), 70세의 고희(古稀), 77세의 희수(喜壽), 88세의 미수(米壽) 등도 수연에 해당한다. 1950년대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50세였을 당시 60세 회갑(回甲)은 가장 크고 의미있는 잔치였다.
얼마 전 시대의 어른이자 5·18민주화운동의 산증인 윤공희 대주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백수연’(白壽宴)이 열렸다. 광주전남 김대중재단이 주관한 행사는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을 위해 헌신해온 윤 대주교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 가톨릭 생존 주교 중 최고령인 윤 대주교는 일제 강점기, 6·25전쟁, 5·18항쟁 등 격동의 현대사를 헤쳐 오며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좌표를 제시했다.
1924년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출생한 윤 대주교는 올해 만 나이로 99세다. 보통 백수(白壽)라 하면 100세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99세다. 100은 일백 ‘백’(百)인데 ‘百壽宴’으로 쓰지 않고 ‘白壽宴’으로 표기된다. ‘百’(백)에서 一획을 뺀 ‘白’(백)을 써서 99세를 뜻하는 ‘白壽’(백수)가 되는 것이다.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100세가 될 날도 머지 않았다. ‘백수연’을 기념하는 잔치도 예전 회갑잔치만큼이나 보편화될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떤 삶을 사느냐가 중요하지 않나 싶다. 윤 대주교의 백수연은 물리적인 고령을 넘어 시대의 증인 내지는 존경할 만한 어른의 표상을 기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kypark@kwangju.co.kr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100세가 될 날도 머지 않았다. ‘백수연’을 기념하는 잔치도 예전 회갑잔치만큼이나 보편화될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떤 삶을 사느냐가 중요하지 않나 싶다. 윤 대주교의 백수연은 물리적인 고령을 넘어 시대의 증인 내지는 존경할 만한 어른의 표상을 기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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