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문화유산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3년 11월 05일(일) 23:00
요즘 대한민국 스포츠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축구역사박물관이다. 축구스타 박지성, 손흥민, 이강인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축구역사박물관 건립을 응원을 하고 있다. 천안시가 조성중인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에 축구역사박물관을 건립하자는 것이다. 천안시는 이 박물관을 명실상부한 공립박물관으로 만들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타당성 사전 평가를 통과해 축구역사박물관이 세워진다면 스포츠 종목 최초의 공립박물관이 탄생한다. 축구역사는 물론 축구화, 유니폼, 우승컵 등이 문화재급으로 수집·전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40년 역사를 헤아리는 한국 축구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계기도 마련된다.

스포츠계에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이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쓴 굴렁쇠, ‘피겨퀸’ 김연아의 스케이트, 박세리의 US오픈 우승컵 등을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해 보호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문화재청은 지난 9월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약칭 근현대문화유산법)을 공포했다. 이 법에 따르면 제작·형성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아도 등록문화유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예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할 수 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서 제작·형성된 지 50년 이상 된 문화유산을 등록문화유산으로 관리해온 탓에 현대 문화 유산이 멸실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에 마련한 제도적 장치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진귀한 ‘로빈후드 화살’이 탄생했다. 로빈후드 화살은 이미 과녁에 꽂힌 화살을 다른 화살이 뚫는 것을 뜻한다. 양궁 혼성전 준결승에서 안산이 쏜 화살이 김제덕의 화살을 파고들어 화제가 됐다. 아쉽게도 세계 양궁사와 올림픽 역사에 길이 남을 이 희귀 유산이 우리나라에 없다. 세계양궁연맹에 기증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국립 스포츠박물관 같은 인프라가 있었다면 당연히 우리나라에 있었을 소중한 자산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근현대문화유산법을 제정해 문화재 보호 확대에 나선 만큼 스포츠는 물론 다양한 문화재를 보호하는 공립박물관 건립에 전향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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