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 최권일 정치부부국장
2023년 10월 24일(화) 22:00
전 세계에서 분쟁이나 전쟁 발발 가능성이 큰 지역을 비유적으로 ‘세계의 화약고’라고 한다. 유럽의 화약고는 이미 터진 상황이다. 동유럽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년 8개월째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데 쉽사리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의 전쟁이 중동 화약고로 확전할 위기에 처했다. 모든 아랍국가와 적대 관계인 이스라엘이 분쟁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에서 시리아, 레바논과의 교전 상황도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레바논의 친(親) 이란 무장 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군사 충돌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확전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의 화약고로 꼽히는 배경에는 대부분 국경선과 종교적 문제, 그리고 민족적 갈등이 있다. 국가의 정치 성향과 강성 지도자들로 인한 국가 간 대립 관계가 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외교적인 해결 없이 ‘강 대 강’ 대치로 치닫다가 결국은 극단적 행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우파 정부의 팔레스타인 강경책이 하마스의 군사적 도발을 자극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국가 간 패권 싸움과 정치권의 강경 정책 때문에 죄 없고 힘없는 민간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하루아침에 가족들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우크라이나 민간인만 9000명 넘게 숨지고 1만 60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엔 어린이 500명도 포함돼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발발한 이후 양측 사망자만 5000명을 넘어섰다.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가 3800명,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400명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반도도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꼽히는 곳이다. 북한과의 휴전 상태가 70년째 이어지고 있는 데다 북한의 핵 위협과 중국의 패권주의에 맞선 한·미·일 협력, 중국과 대만 간 갈등 등 동아시아의 복합적인 정치외교 지형에 화약고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대북 관계나 중국과의 강 대 강 외교에서 벗어나 실리적인 외교 관계 복원이 절실한 때다.

/최권일 정치부부국장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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