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국감 - 임동욱 선임기자 겸 이사
2023년 10월 23일(월) 23:00
21대 마지막 국정감사가 이번 주 막을 내린다. 이번 국감은 그 어느 때보다 ‘야당의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민주당 등 야권이 따지고 바로 잡아야 할 사안이 차고 넘쳐났기 때문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논란, 해병대 장병 사망 수사 외압 등 대형 이슈는 물론 갈수록 팍팍해지는 민생과 과거로 퇴행하는 정부 부처의 행태는 이번 국감의 긴장감을 높였다. 민주당 등 야권도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맹비판하며 이번 국감을 별러왔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민주당 등 야권이 숨겨진 진실을 더 이상 파헤치지 못하고 이미 드러난 문제를 반복하는데 그치고 있는 것이다. 정국을 뒤흔드는 결정적 한 방도, 민심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정책 대안 제시도, 날카로운 야성(野性)을 갖춘 질의로 주목받는 스타 의원들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정부의 실정이 제대로 조명되기 보다 국회 상임위 곳곳에서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막말 등이 난무하면서 이번 국감도 정쟁의 프레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 견제를 위한 국회의 핵심 수단인 국감이 막판까지 맹탕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의원들의 역량 부족이 주 원인이지만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주당은 올해 국감 활동을 내년 총선 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고 국민의힘도 국감 실적에 대한 반영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서 여야 의원들의 관심은 지역구로 향하고 있다. 실제로 국감장에선 자신의 질의만 마치고 지역구 행사 참석을 위해 자리를 비우는 의원들이 크게 늘고 있다.

국정감사는 흔히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리며 민심의 기대를 모으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국감이 끝날 즈음이면 어김없이 무용론이 등장한다. 이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닌 웃픈 정치 공식이 됐다. 부실 국감은 정부의 실정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부실 국감을 막기 위한 첫 걸음은 역량과 책임감을 갖춘 의원을 선출하는 깨어있는 시민 정신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시기다.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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