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 박성천 문화부장
2023년 10월 15일(일) 22:00 가가
“낱말책(국어사전)을 펼치면 숱한 낱말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옛사람은 누구나 낱말책 없이 어버이한테서 말을 물려받았고,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자라고 나면, 스스로 어버이 되어 새로운 아이 낳아 다시 말을 물려주었어요. 옛사람은 낱말책도 없었지만, 학교도 없었고, 책도 없었어요. 그런데 한두 해 아니고, 백 해나 이백 해도 아닌, 또 천 해나 이천 해도 아닌, 만 해 십만 해 백만 해를 아우르면서 말을 빚고 말을 나누며 말을 이었어요.”
고흥에서 서재도서관 ‘숲노래’를 운영하는 최종규 씨는 우리말꽃(한국말사전)을 짓는 일을 한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역임하기도 한 그가 최근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을 펴냈다. 그는 한글을 뗀다고 ‘말 배우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낱말을 지은 사람들이 살아오며 느끼며 겪은 이야기를 담은 넋’을 배우는 것이라 했다.
올해 제577돌 한글날을 앞두고 한국리서치와 국어문화원연합회가 흥미로운 조사를 했다. 일명 ‘재미있는 우리말 가게 이름 찾기’가 그것인데, 막걸리를 주로 파는 ‘막끌리네’가 1위에 선정됐다. 2위에는 목욕탕 이름인 ‘다 때가 있다’, 3위에는 죽 전문점인 ‘죽이 잘맞아’가 뽑혔으며, 의류 수선 가게 ‘꼬메꼬메’ 등도 상위권에 진입했다.
하지만 외래어나 국적 불명의 신조어가 남용되는 사례도 있다. 얼마 전 광주일보가 광주시와 5개 지자체가 추진 중인 사업을 분석했는데 ‘氣 UP’, ‘그림책 페어런팅’, ‘오로라 페스티벌’ 등 한자어와 외래어의 합성어, 의미가 불분명한 신조어 등이 눈에 띄었다. 사회 갈등의 상당 부분은 언어 습관과 관련이 있다. 언어는 정신을 비추는 거울이기에 마음밭에 고운 말을 뿌리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다.
최종규 씨는 말을 ‘이야기를 담은 넋’이라 했다. “예부터,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하는 말이 있어요. 두 가지 옛말은 시골에서 흙 만지던 사람들이 빚었어요. 참말, 씨앗은 뿌린 대로 거둡니다. 콩을 심었으니 콩을 거두고, 팥을 심었기에 팥을 거두어요.”
/skypark@kwangju.co.kr
최종규 씨는 말을 ‘이야기를 담은 넋’이라 했다. “예부터,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하는 말이 있어요. 두 가지 옛말은 시골에서 흙 만지던 사람들이 빚었어요. 참말, 씨앗은 뿌린 대로 거둡니다. 콩을 심었으니 콩을 거두고, 팥을 심었기에 팥을 거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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