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사회 -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2023년 09월 01일(금) 00:00
오스트리아 출신의 과학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1902~1994)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민주주의 체제를 철학적으로 옹호한다. 그가 말하는 열린사회는 비판과 토론을 거친 합의로 문제를 풀어가며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민주주의 사회다. 여기에는 담론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고 그 담론이 정책에 실제로 반영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열린사회의 적은 전체주의다. 국가가 개인의 삶에 개입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회다. 이런 사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인간 내면의 이중성 때문이다. 전체주의를 추종하는 이들은 자유를 원하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이 싫어 자기보다 큰 존재인 지도자나 국가에 권한을 위임하고 복종한다. 그런 상태를 안전이자 질서라고 여기는데 이것이야말로 닫힌사회의 모습이다.

포퍼는 “열린사회는 완벽한 유토피아를 꿈꾸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지향할 뿐이다. 열린사회는 문제가 있을 때 조금씩 개선하는 것이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경험으로 입증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려는 시도는 늘 지옥을 만들었다. 포퍼가 플라톤·헤겔·마르크스를 전체주의 사상의 이론 제공자로 삼는 까닭은 그들이 바로 유토피아를 꿈꾸었기 때문이다.

포퍼는 과학이론에서 “하나의 최종적이고도 절대적인 진리는 있을 수 없고 비판적 검증을 통해서만 좀 더 나은 모습이 된다”고 말한다. 틀릴 가능성이 있는 이론, 즉 ‘반증 가능성’이 있는 이론만이 과학이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최소 30년에서 최대 100년 이상 이어질 초유의 환경 재앙에 우리 어민과 수산물 상인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오염수 해양투기에 항의하면 ‘반국가 세력’이라 하고, “과학적으로 문제없다”고 강변하면서 반대 의견을 ‘괴담’으로 치부한다. 포퍼의 견해에 따르면 진정한 의미에서 과학은 반증 가능성이 외부를 향해 열려있어야 한다. 과학의 이름으로 반론을 허용하지 않거나, 피해를 당하는 개인보다 국가를 앞세우는 사회는 닫힌사회다.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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