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텅텅 빈 전통시장 ‘울상’…북적대는 백화점 ‘희색’
2023년 08월 06일(일) 19:05
폭염에 말바우시장 장날에도 손님 뚝…채소·생선 시들어 이중고
광주신세계 더위 피해 찾아온 손님들로 인산인해
광주 백화점·대형마트·아울렛 매출 5~10% 증가

지난 4일 오전 10시께 말바우시장이 장날임에도 한산한 모습이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어휴, 이렇게 더운데 누가 장을 보러 나오겠어.”

지난 4일 오전 10시께 광주시 북구 말바우시장은 ‘장날’ 분위기가 나질 않았다. 광주 대표 시장 중 하나인 말바우시장은 장날이면 인근 대로변 일대에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시장 내부엔 수많은 인파로 보행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붐비곤 한다.

하지만 이날 폭염경보가 발효되는 등 극심한 무더위 탓에 평소 인도를 가득 메웠던 노점상인들은 물론, 장을 보러 나온 손님들도 평소의 10분의 1 수준 밖에 되질 않아 한산하기만 했다.

시장 입구에 노점을 벌려놓은 한 상인은 가져나온 고추와 고구마순 등 상품들이 햇볕에 상해버릴까 파라솔을 이리저리 옮기며 그늘을 만들었다. 정작 본인이 앉아 있을 그늘이 없자, 바로 앞 농협은행 처마 아래 쪼그려 앉아 더위를 피했다.

수십 년째 채소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박모(여·72)씨는 “더워도 너무 더운 데다, 휴가철이 겹쳐서 그런지 요즘 손님들이 크게 줄었다”며 “장사를 하려고 내놓은 채소들이 더운 날씨 탓에 금방 시든다. 일부러 판매할 물량을 적게 준비해왔는데, 이것도 다 팔긴 힘들 것 같다. 여러모로 힘겹다”고 하소연했다.

시장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생선가게들도 눈에 들어왔다. 기다리는 손님이 오지 않아 상인들은 선풍기 앞에 앉아 더위를 쫓으려 애썼다. 그들의 얼굴엔 수심이 그득했다.

생선가게 주인 김모(여·51)씨는 “생선은 더위에 취약해 얼음을 자주 갈아줘야 하는데 워낙 더워 얼음을 사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얼른 이 더위가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전통시장과 달리 백화점은 더위를 피해 찾아온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6일 오후 1시께 광주신세계 지하 1층 식품관이 더위를 피해 찾아온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6일 오후 1시께 광주시 서구 광주신세계는 본관 지하 3~4층 주차장은 주말을 맞아 고객들이 몰리면서 ‘만차’와 ‘주차가능’ 상태를 오가며 주차난이 반복됐다.

본관 지하 1층 식당가로 올라가자 자리를 찾아 헤매는 고객들 사이에서는 앉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눈치 싸움’마저 벌어졌다.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과 이동하려는 사람, 앉을 자리를 찾기 위한 사람들의 동선이 맞물리면서 혼잡했다. 이밖에 의류과 식품 등 다른 판매 매장 역시 몰려든 손님들로 붐볐다.

부인과 함께 어린 아들을 데리고 백화점을 찾았다는 최모(31)씨는 “무더위에 아이를 데리고 갈 만한 곳이 없고, 전기료 부담이 커서 집에서 마음 편히 에어컨도 틀 수 없었다”며 “더위를 피해 시원한 백화점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왔다”고 말했다.

광주에 13일째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등 ‘가마솥더위’가 계속되면서 냉방시설이 취약한 전통시장은 어려움을 겪는 반면, 대형 판매시설들은 매출이 증가하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날 광주신세계에 따르면 폭염특보가 발효되기 시작한 지난달 25일부터 3일까지 10일간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 이상 증가했다. 이밖에 롯데마트·아웃렛 수완점과 월드컵점의 매출도 같은 기간 10% 상당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다르게 지역 전통시장은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7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지역 전통시장의 체감 경기지수(BSI)는 34.7로 전달 대비 3.1포인트 하락했다. 전남은 전달 대비 무려 15.1포인트 급감한 32.9로 파악됐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전남은 전북에 이어 최하위인 16위, 광주는 15위를 기록했다.

BSI 100 이상은 경기 호전, 100 미만은 경기 악화를 의미하는데, 불경기에 폭염까지 덮치면서 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의 체감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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