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초대전…‘자유스러움을 추구하다’
2023년 03월 12일(일) 21:15
18일까지 갤러리 관선재

‘만인보 91’

올해 일흔 다섯 노 작가의 인생은 농사와 그림으로 갈무리된다. 지금도 화순 과수원에서 감나무를 키우는 그는 시간을 아껴 그림을 그리며 삶의 위안을 얻는다.

40대 초반 사별과 교통사고 등으로 인생의 부침을 겪었을 때 그는 자신을 깊이 들여다봤고,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던 ‘그림’을 통해 인생의 전환을 맞았다. 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독학자’로서 초기에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수십년 의지를 굽히지 않고 화업을 이어가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갔다.

김필수 작가 초대전이 오는 18일까지 광주 예술의 거리 갤러리 관선재에서 열린다. ‘자유스러움을 추구하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추상적 느낌을 도입한 인물 군상 시리즈와 누드크로키 작품 등 4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인체의 순간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크로키는그가 일과처럼 꾸준히 해온 작업이다. 전시에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크로키 작품이 나왔다. 부드러운 선의 느낌을 만나는 연필 데생과 함께 대나무로 만든 펜으로 화선지 위에 한번에 그려나간 죽펜화는 순간의 몰입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색다른 느낌을 전한다.

회화 작품들은 크로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여러 포즈들이 서로 겹치면서 새로운 조형미를 만들어 내고, 거기에 다채로운 색감을 입혀 개성있는 화면을 조성했다.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서 시선을 놓치 않았던 그는 ‘작업을 마치고’ 시리즈의 굴절된 인물 이미지 등을 통해 노동자들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호명했다.

전시작 중 ‘만인보’ 시리즈는 그가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며’ 작업한 연작이다. 특히 이 시리즈는 그의 작품이 구상에서 비구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수많은 사람의 형상을 표현하되, 구체적 이미지를 생략한 채 겹치고 얽힌 곡선의 형태를 통해 함께 어우러짐을 표현했다. 또 황토색을 주조로 삼았던 데서 벗어나 화면에 역동성을 부여하기 위해 강렬한 색감을 도입했다. 그는 “비구상이 어렵기는 하지만 잠재의식을 끌어낸다는 점,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말했다.

농사꾼에게 땅과 물과 바람은 귀한 존재다. 이어지는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대지를 보며 그는 ‘메마른 땅’을 모티브로 한 신작을 구상중이다. 그는 “창의성과 자유스러움, 자연스러움은 내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마음을 나누는 벗으로 함께하는 장지환 화백과 2인전을 개최하기도 했으며 상해국제아트페어등 250여회 그룹전에 참여했다. 무등미술대전, 광주시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한울회, 황토드로잉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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