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가 규정 위반…열악한 노동자 휴게시설
2023년 02월 24일(금) 00:00
모든 사업장에 노동자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대부분 규정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구분이 없거나 냉난방·환기가 되지 않고 다른 사무실과 같이 사용해야 하는 등 휴식과는 거리가 먼 환경이 많았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사업장의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된 것은 지난해 8월. 특히 상시 노동자 20명 이상이거나 청소·경비 등 일곱 개 취약 직종 노동자를 두 명 이상 고용한 10인 이상 사업장은 기준에 맞는 휴게시설을 갖춰야 한다. 설치 기준은 바닥 면적 6㎡ 이상으로, 냉난방 기능과 창문을 통한 환기시설, 식수 설비도 갖춰야 한다. 다른 목적으로 활용돼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유해·위험 장소에서 떨어진 안전한 곳에 설치해야 한다.

한데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광주지부가 광주 지역 학교 미화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91%의 학교에서 휴게실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냉·난방 및 환기가 전혀 되지 않거나,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교통봉사자 등 다른 조직과 함께 사용하는 등 관리 규정에 어긋난 곳들이 많았다.

또 광주일보가 전남대를 점검해 본 결과 공과대의 한 휴게시설에는 경비·소방 시설과 방송 장비들이 설치돼 있었다. 이 때문에 수시로 소방·기계실 관계자가 출입하고 있었고, 휴게실이 계단 밑에 위치해 소음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건설 현장의 컨테이너 휴게실은 회의실로 사용되거나 난방시설이 없는 곳이 다수였다.

열악한 환경 탓에 노동자들은 휴게실이 있어도 제대로 쉴 수 없는 형편이다. 노동 현장에서는 최소 면적 기준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에 인원이 몇 명이든 구색 맞추기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따라서 면적을 1인당 기준으로 현실화하고 성별 분리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 보완을 통해 노동자의 휴식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영세 사업장의 시설 개선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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