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특전사 단체 화해 그리 서두를 일인가
2023년 02월 21일(화) 00:00
일부 5·18단체와 특전사동지회가 5·18민주화운동 이후 처음으로 국립 5·18민주묘지를 함께 참배하고 대국민 공동 선언까지 했지만 ‘그들만의 반쪽 화해’에 그쳤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황일봉 5·18부상자회장과 정성국 5·18공로자회장은 특전사동지회 집행부 25명과 함께 그제 오전 9시 50분께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합동 참배했다. 이들은 애초 이날 오후 ‘공동 선언식’ 이후에 참배할 예정이었으나 “사죄와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군사 작전하듯 기습적으로 5·18묘지를 찾았다.

이들은 이후 대국민 선언식이 예정된 5·18기념문화센터로 이동했다. 시민단체들은 이곳에서 ‘피 묻은 군홧발로 5·18을 짓밟지 말라’는 등의 팻말을 들고 행사를 저지하기 위해 경찰 등과 몸싸움을 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포용과 화해’를 주제로 선언식을 강행했다. 이들은 행동강령을 통해 5·18의 숭고한 정신이 계승·발전되도록 서로 적극 협력하고, 화해와 용서를 실천하기로 했다.

하지만 5·18 3단체 중 유족회는 이번 행사에 불참했다. 이처럼 지역 사회의 공감조차 얻지 못한 상황에서 행사를 밀어붙인 배경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구청장을 지낸 황 회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정치적 명분을 쌓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황 회장은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5월 단체와 특전사동지회의 교류는 43년 만의 5·18 피해자와 가해자간 화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러나 용서와 화합을 위해서는 가해자들의 진솔한 자기 고백과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5·18 진상규명 활동이 막바지로 접어들었지만 그날의 진실은 여전히 어둠에 묻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전사동지회가 진상 규명에 힘을 보태 준다면 화해의 길은 절로 열릴 것이다. 5·18단체들도 허심탄회한 소통으로 화합의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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